레드삭스의 머니볼 |
보스톤코리아 2011-09-29, 20:18:27 |
한국에선 연예인이 군대를 기피하거나 탈세하면 국민이 들썩이지만 보스톤에서는 레드삭스나 패트리어츠 등 스포츠 팀이 지면 팬들이 들썩인다. 오죽하면 ‘국민 정서법’이고 ‘레드삭스 네이션’이란 말이 나오겠는가.
날씨가 채 추워지기도 전 레드삭스 시즌이 겨울에 접어들었다. 레드삭스는 에이드리언 곤잘레스와 칼 크로포드를 영입, 시즌 초 ‘사상 최고의 팀’이란 평가를 받았었다. 그런 시즌이 낙엽보다 더 빨리 지고만 것이다. ‘겨우 10월 한 달 레드삭스의 모습을 보지 않게 됐을 뿐인데’ 라며 위안해보지만 뒷 맛이 영 개운치 않다. 레드삭스 네이션 일원이어서인가. 아님 올 시즌처럼 팬들을 웃고 울렸던 전례가 드물었기 때문일까. 잔인한 4월, ‘최고 팀’이란 수식어에 부담을 느꼈던 레드삭스는 꼴찌까지 하는 등 바닥을 기었다. 하지만 이후 동부지구 1위를 회복하며 ‘최고 팀’다운 면모를 발휘했다. 9월 3일 레드삭스는 동부지역 1위팀으로 시작했으나 결국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 역사상 최고의 추락이라는 기록을 남겼다. 9월 한 달 동안 7승 20패, 붙으면 졌다. 레드삭스와 비슷하게 10게임반 차의 리드를 날려버린 애틀란타 브레이브스도 9승 18패로 나은 성적을 올렸다. 플레이오프 진출 실패에 대한 책임을 묻는 프로비던스 저널의 인터넷 여론조사에 따르면 대부분의 책임은 선수들(66%)에게 돌아갔으나 레드삭스의 젊은 단장 티오 엡스틴에게도 20%가 책임이 있다고 생각했다. 10%만 프랭코나의 감독의 책임으로 생각했다. 실질적 책임은 선수와 감독에게 있지만 티오 엡스틴에게 책임을 묻는 팬이 많은 것은 돈만큼 제대로 된 성적을 거둬들이지 못했기 때문이다. 올해 팀 연봉만도 1억 6천만 달러($160million)로 뉴욕 양키스에 이어 두 번째다. 올 시즌 81게임에 출장해0.222타율을 기록한 제이디 드루(1천4백만불), 12승 12패 방어율 6.44의 존 랙키(1천7백만불), 37이닝을 던지고 시즌을 마감한 다이스케 마쓰자카(8백70만불), 칼 크로포드(2천만불) 등 수많은 비용에 비해 거둔 것은 별로 없다. 한 팬은 “돈으로 사들인 최악의 팀”이라고 혹평했다. 28일 밤 탐파베이 데블레이스는 뉴욕 양키스와의 경기에서 7-0이란 점수차를 극복, 레드삭스를 밀어내고 플레이오프 거머쥐었다. 데블레이스는 선수들의 총 연봉이 제이디 드루, 존 랙키, 칼 크로포드 등 3인의 연봉을 합한 것보다 적다. 승리는 결코 돈으로 살 수 없다라는 간단한 진실을 피부로 확인할 수 있는 시즌이었다. 돈은 가장 쉬운 유혹이다. ‘안되면 돈으로 해결하지’라는 생각은 가장 쉬운 오류다. 레드삭스의 핵심선수인 더스틴 페드로이아, 케빈 유킬리스, 자코비 엘스베리, 존 레스터, 클레이 버크홀즈, 조나단 패펄본, 대니얼 바드 등은 레드삭스가 마이너리그에서부터 키워 온 스타들이다. 결코 돈으로 사들인 선수들이 아니다. 지난 주말 실화소설을 바탕으로 한 ‘머니볼(Money Ball)’이란 영화가 개봉됐다. 브레드 피트가 2002년 오클랜드 에이즈(Okland A’s) 단장 빌리 빈으로 분한 이 영화는 그의 열정적인 연기로 평론가들의 호평을 받았다. 그러나 영화 이전에 이 실화소설이 베스트셀러가 됐던 이유는 가난한 구단이 돈을 들이지 않고 강팀으로 거듭날 수 있었던 당시 상황을 흥미롭게 엮었기 때문이다. 저자인 마이클 루이스에 따르면 “야구시장이 작아 돈이 많지 않는 에이즈가 강팀이 되기 위해 다른 구단과 접근하는 방식이 달라야 한다”는 게 빌리 빈의 생각이었다. 그는 소프트웨어 개발자, 물리학 교수, 월스트리트 분석가를 불러 새로운 방식의 선수평가 모델을 개발했다. 그 일례가 10년간 레드삭스에서 머물렀지만 평가받지 못하던 스캇 헤더버그다. 빌리 빈은 어깨부상으로 포수생명이 끝난 헤더버그의 출루율이 타 선수에 비해 월등히 높다는 것을 보고 레드삭스로부터 헐값에 사들였다. 오클랜드 에이즈로 가서 1루수로 변신한 그는 끈질기게 투수를 물고 늘어져 지치게 하는 플레이로 대 성공을 거뒀다. 빌리 빈의 선수 선발에 관한 가장 중요한 법칙을 보면 올해 레드삭스가 실패한 이유를 조금이나마 알 수 있다. “선수를 계약하지 않았을 경우 아쉬움이 있어도 회복할 수 있다. 하지만 계약하지 않았어야 할 선수를 가졌을 경우 결코 돌이킬 수 없다. 슈퍼스타를 계약해 실패한 팀들이 많다. 이 경우 팀은 심각한 피해를 입는다. 다른 모든 스포츠와 마찬가지로 야구는 한 사람의 슈퍼스타가 큰 차이를 만들지 않는다. 함께 하는 팀 스포츠일 뿐이다”라고 했다. 빌리 빈의 철학 아래 뭉친 오클랜드 에이즈는 커다란 성공을 거뒀다. 빌리 빈에게 배웠던 티오 엡스틴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더 큰 성공을 거뒀다. 그러나 성공은 늘 보장되는 것이 아니다. 올해는 두 팀 다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에이즈는 74승 88패로 5할 승률을 채 못 거뒀으며 레드삭스는 수많은 돈을 투자하고도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다. 누구든 성공할 권리가 있으면 실패할 권리도 있다. 수요일 마감에 쫓기는 그 시간, 칼럼 자료 찾기를 뒤로 미루고 마주한 TV속 레드삭스의 몰락. 그 망연자실 함을 이제 보낸다. 레드삭스가 없어도 던킨 도넛 커피 맛은 여전하고, 주말마다 패트리어츠의 풋볼이 허기진 공백을 채우리라. 실패 속에 무엇을 배우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을 주술처럼 되뇌인다. ⓒ 보스톤코리아(http://www.bostonkorea.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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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견목록 [의견수 : 2] |
좋은칼럼 | |
좋은글. 깊이 있는 글에 감사드립니다. 변함없는 좋은글 부탁드립니다. | |
IP : 66.xxx.62.251 | |
yejuni | |
10월에 멋진가을하늘과그윽한커피~~~그리고 칼럼즐기기!!! | |
IP : 122.xxx.123.4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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