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의 세상 스케치 - 287회 |
보스톤코리아 2011-02-28, 13:06:39 |
용돈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어린 유년 시절이 떠오르고 친정 부모님이 그리워진다. 그저 막내라는 이름으로 부모님으로부터 받기만 하다가 용돈 한 번 제대로 드리지 못했는데 친정 부모님은 두 분 모두 다 떠나셨다. 그런가 보다. 내리사랑이라는 말이 늘 가슴에 와 닿는다. 어찌 그 부모의 사랑과 정성을 갚을 수 있겠는가. 그 부모님이 주신 사랑과 은혜를 내 자식에게 그저 줄 수밖에 없는 것을 말이다. 우리 집 세 아이도 대학에 가니 더욱 부모가 주는 용돈을 은근히 기다리는 것이다. 가끔 아이들에게 용돈을 주는 남편을 보면 내 아버지 더욱 그리워진다.
결혼한 후에도 남편이 삼 남매 중 막내라 우리 부부는 늘 곁의 부모님이나 형제들로부터 받는 일이 더 많았다. 시부모님들께서도 여느 시어른들에 비해 젊으신 편이라 특별히 어른들께 용돈이라는 명목으로 돈을 드려본 일이 없이 20여 년을 그렇게 살았다. 우리 집 세 아이들의 졸업이 있거나 아들, 며느리 그리고 손자, 손녀의 생일을 단 한 번도 잊으신 적이 없으시다. 늘 그 어른들은 크든 작든 간에 카드에다 당신들의 사랑과 마음의 표시를 전해주셨다. 지난 1월에는 딸아이가 만 21살을 맞았는데 잊지 않으시고 할아버지 할머니께서 손녀딸에게 용돈을 주셨다. 지난가을에 남편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부모님의 연세를 묻고 대답하다가 깜짝 놀라고 말았다. 우리 부부가 결혼했을 당시 동갑이신 시부모님께서는 55세였다는 기억이었다. 그리고 3월이면 우리 부부가 결혼 22주년을맞게 되는데 그렇다면 부모님께서는 77세가 되신 것이다. 그렇다. 시간이란 것은 정말 기다려주지 않는가 보다. 세월이란 것은 이렇게 훌쩍 바람처럼 지나는가 보다. 한참을 둘이서 얘기를 나누다 우리 부부는 부모님의 용돈에 대해 상의를 하게 되었다. 사실, 어른들께 우리가 '용돈을 드린다는 것' 자체가 민망하고 송구스런 마음이 들었다. 지금의 형편을 따지자면 대학생 셋을 둔 우리 가정이 여유가 있을 리 없었다. 하지만, 그 '여유 있는 형편'의 때를 어찌 알겠으며 언제라 말할 수 있겠는가. 남편과 의논 끝에 이것저것 따지지 말고 2011년 1월부터는 많든 적든 어머님 용돈을 시작하자고 약속을 했다. 우리 시댁에서는 돈 관리를 시아버님이 하시는 이유로 어머님께서 아버님께 용돈을 타서 쓰신다. 그래서 용돈의 이름을 '어머님의 용돈'이라고 붙였다. 물론, 프랑스에 사는 딸(시누이)이 삼 남매 중 가정 경제가 제일 넉넉한 편이라 따로 용돈을 드릴 것이라는 짐작은 하고 있지만, 그것은 모녀간의 일일 뿐. 효자인 시아주버니께서도 미 공군 대령으로 한국의 대사관에 무관으로 지금 가 계시니 부모님의 용돈이야 넉넉히 드릴 것이 분명한 일이다. 물론 맏동서인 형님 역시 효부이니 시부모님을 따뜻한 정성으로 곁에서 잘 섬기며 모시고 있을 것이다. 가만히 생각하니 가족의 인연으로 만나 살아온 20여 년의 세월이 그리 무심하지만은 않다는 생각이 든다. 가족이라는 이름의 인연으로 얽히고설켜 버겁고 감당하기 어려울 때도 많았지만, 그 세월이 있었기에 오늘처럼 서로 사랑하고 위로하며 용기를 주고 행복을 나누는지도 모른다. 모두가 감사함으로 다가오는 날이다. "얘, 고맙다!" 하는 제목의 이메일을 시어머님께로부터 하나 받았다. 언제나 다정다감하신 시어머님은 친정엄마보다도 더 자상하시고 따뜻하시다. 물론, 늦은 막내로 자라 친정어머니와의 이별을 일찍 겪은 막내며느리가 안쓰러워 더욱 따뜻하게 대해 주셨는지도 모른다. 여하튼 결혼 20여 년의 세월 동안 시어머님에 대한 사랑은 고맙기만 하다. 때로는 남편에게 섭섭한 마음이 들 때도 시어머님의 따뜻한 사랑이 먼저 떠올라 내 마음을 스스로 다스리길 얼마였던가. 세 아이에게 베풀어주신 그 크신 사랑을 생각하면 더없이 고맙고 감사하다. "어머니, 적은 액수지만 저의의 성의라고 생각해 주셔요." 하고 답장을 올려 드렸다. 이렇게 서로 마음을 나누는 시간에 행복은 갑절이 되어 넘쳐흘렀다. 무덤덤한 성격의 남편은 아내의 마음에 고마운지 말 대신 싱긋 싱긋 웃음을 전해준다. 시부모님께서 우리 자식들에게 베풀어주신 그 사랑과 은혜를 어찌 갚을 수 있겠는가. 하지만, 또 부모를 보고 자라는 우리 아이들에게 사랑과 정성을 나누며 그 아이들도 할아버지 할머니 그리고 아빠 엄마에게서 받은 사랑과 정성으로 세상 밖에서도 충분히 나누고 베풀며 누릴 수 있는 삶이길 간절히 기도한다. 시인 신영은 월간[문학21]로 등단, 한국[전통문화/전통춤]알림이 역할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 보스톤코리아(http://www.bostonkorea.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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