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지된 곳, 그곳에 나는 가고싶다(4)
보스톤코리아  2006-11-01, 00:11:46 
특수지역 트레킹 전문 산악인  윤낙승

어디를 가나 늘 미련이 있기 마련이다. 아마도 다 이루지 못한 미련 때문에 더 추억이 남게 되는지도 모른다. 어느새 언덕위에 그림같이 자리잡은 시미코트(Simikot)의 진흙, 모래 활주로에 내렸다. 놀란 것은 준 무장한 네팔 전부군이 활주로 주위를 지키고 있는 모습이다. 사실 이 활주로는 군용기用이고 우리가 탄 비행기는 정부의 특별 허가가 필요하다. 이곳은 출입금지구역이기 때문에 등산객들은 미리 허가를 받아야 한다. 몇 년 전 까지만 해도 허가증도 내주지 않은 곳이었는데 중국과의 협상으로 티벳의 불교성지를 순례하고자 하는 인도·네팔인들의 편의를 위해 겨우 열었지만 아직도 끝없이 멀고 험한 산길이라 이용하는 사람 수는 극소수이고 산에 미친 사람들이 그 덕을 보는 것이다. 먼 길을 가는 도중 상점, 음식점 같은 것은 전혀 없으므로 단단히 준비를 해야한다. 야크와 말 모두 7마리에 등이 휘어지도록 짐을 싣고 이들을 보는 두 명이 앞서 떠났다. 쿡2명과 짐꾼 세 명이 뒤를 따랐다.
그러고 보니 제법 긴 캐러반이 되었다. 길은 예상대로 별의별 지형을 따라 재미있게 그러나 힘들게 굽이쳐 올라갔다. 이틀쯤 올라가다가 문득 나타난 산비탈의 초라한 토담민가엔 적기(赤旗)가 나부끼고 있다. 희한도 하다. 이미 이곳은 전부군의 통제를 완전히 벗어난 곳이구나 실감했다. 떠나기 전 카트만두(Kathmaud)의 영자(英字)신문에서 서부 Humla 지방에서 공무원· 민간인 합해 7명이 Maoist들에게 납치되어 갔다는 걸 읽은 적이 있었는데 정부군이 손을 쓸 수 없었다는 것이 이해가 간다. 사흘만에 도착한 Yalbang 사원을 완전히 Maoist의 보호아래 이 지역에 모여든 어린이들을 모아 비공식 교육을 시키고 있는 곳이다. 어느 어린 중(모두 붉은 승려복으로 차려 입었다)은 티벳에서 왔는데 부모들이 일년에 몇 번 찾아와 본다고 한다. 좀 또릿또릿해 보이는 젊은 승려는 영어와 셈본을 가르치는데 어휘는 부족하나 의사는 제대로 통할 수 있어서 장시간 지역의 내부사정에 대해 알아 볼 수 있었다. 참으로 묘한 교육수단인데 드문드문 몇 안 되는 산간주민에겐 문월(文月)의 창구 노릇을 잘 하고 있다. 사원 비고 밑에는 Maoist게릴라 훈련소가 있고 그 허름한 긴 헛간 같이 생긴 건물의 중앙에는 큰 적기(赤旗) (붉은 바탕에 낫과 망치를 엉켜놓은 무늬)가 휘날리고 있다. 그 게릴라들은 이 길을 통과하는 사람들로부터 돈을 뜯어 주민들에게 인심을 쓰기 때문에 그들 사이에는 친근감까지 있다고 한다. 게릴라들과 마주쳤을 때 가장 조심해야 할 일은 나는 그저 그런 나라의 가난뱅이 방랑객으로 비쳐지는 것이 중요하다. 아첨도 해야 되고 친근감을 갖도록 하면 마음이 놓인다. 루안다 · 우간다 · 콩고 삼각지대(三角地帶)에 창궐하고 있는 인종갈등 속에서의 게릴라들에게는 그들이 목표로 하고 있는 target이 있다. 백인으로서 여론을 불러일으킬만한 나라의 여행객들이 더 위험하다. 우간다의 콩고 접경지대에 있는 비윈디에서 캠핑을 하던 유럽 젊은이들 8명이 밤중에 부수고 모두 도끼로 찍어 끔찍하게 살해된 일은 유럽과 미국신문 보도되었는데 그들의 이유는 세계의 강대국들이 이후 투와 투시족들의 민족문제에 너무나 관심이 없기 때문에 관심을 끌기 죽였다는 것이다. 같은 캠프장에서 바로 일년 전에 잤던 일이 있어서 더 소름이 끼친다. 이래저래 백인들이 그런곳에서 더 위험하다는 건 상식이다. 하잘 것없이 생긴 허술한 차림의 어느 시골 방랑객을 누가 눈 여겨 볼 것인가.  떠나기 전에 이 moist들의 습성 주장과 그들이 노리는 것이 무엇이며 마주치면 어떻게 행동해야 한다는 것을 연구하는데 많은 시간을 보냈다. 나흘정도 올라 갔을 때 까지도 주위엔 아무도 없어서 이젠 안심이다 했는데 헌 돌담집이 하나 나타났다. 거무스레 헐벗은 듯 께죄죄한 사람들이 엉금엉금 기어나오더니 누군가가 “stop”하고 소리지른다. 어떨결에 山田을 해먹고 사는 이 농민들이 심심해 그러니 하고 걸음을 재촉하며 “I’m ok”하고는 계속 전진하는데 이번에 더 큰소리로 화난듯이 stop하란다.
<다음 호에 계속>


뒤돌아 보니 sunglasses를 낀 그 중 대장인듯이 보이는 사람이 거리춤에 찬 권총을 내보인다. 앗 차하고는 죽는 시늉하며 몰라봤다고 사죄했다. 보통은 Treker Group이 떼지어 가는데 나 혼자가는게 의아했던지 누가 같이 가는 guide가 있느냐고 한다.

<다음호에 계속>

편집상의 실수로 인해 39호에 실렸던 칼럼이 그대로 40호에 실렸습니다. 사과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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