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 하버드 대학 교수 자택에서 체포
보스톤코리아  2009-07-23, 09:51:42 
게이츠 교수가 자택 현관에서 수갑이 채워진 채 나오며 소리치고 있다
게이츠 교수가 자택 현관에서 수갑이 채워진 채 나오며 소리치고 있다

하버드대학의 교수가 여행에서 돌아와 집에 들어가는 과정중에 이웃 주민의 신고로 경찰에 수갑이 채워진 채 체포되는 사건이 벌어져 논란에 휩싸였다. 미국내 인종에 대한 갈등 현주소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는 것.

 

캠브리지 경찰은 7 16일 오후 12 44분 하버드 대학의 저명한 아프리칸 어메리칸 학자인 헨리 루이스게이츠(58) 교수를 주택침입 혐의로 조사하던 중 게이츠 교수가 강하게 반발하자주택침입이 아닌무질서한 행동을 이유로 체포했다. 백인 경찰 제임스 크롤리 경사(Sergeant James Crowley)는 게이츠 교수를 체포해 범죄혐의자 사진을 찍고 지문을 채취한 후 몇시간 동안 경찰서에 감금했다.

 

몇시간 후 게이츠 교수는 풀려났으며 21일 경찰은 모든 혐의를 기각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흑인 지도자들은 바로 이를 강력하게 비판하며 인종차별이라고 지적했고 많은 사람들도 경악을 표시했다. 특히 캠브리지 시는 흑인 여성이 시장이며 하버드와 MIT 등 최고 대학이 소재하고 있어 미국에서 가장진보적인 시로 평가받는 곳이기도 하기 때문. 또한 캠브리지 시가 속해 있는 MA주는 주 사상 첫 흑인 주지사인 드벌 패트릭이 당선되어 주지사 직을 수행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러한 배경을 가진 캠브리지 시에서 하버드 대학의 저명한 교수가 자신의 집에 들어가다 체포되었다는 사실은 의외적인 사건이다. 사건이 일파만파로 퍼져나가자 캠브리지 법원은 경찰과 게이츠 교수 변호사를 소환해 혐의 사실을 모두 기각하기로 했다.

 

사건의 경위

목요일 오후 게이츠 박사는 중국을 방문한 후 20시간 비행기를 타고 집에 도착했으나 문이 열리지 않자 뒷문을 통해 들어가 흑인인 택시 운전사 도움을 받아 앞문을 열었다. (일부 언론에서는 게이츠 박사가 열쇠를 잃어버려 뒷문으로 들어가 앞문을 열었다고 보도했다)

 

   이 때 이웃인 백인 여성이 이를 목격하고 두명의 흑인이 주택을 침입한 것으로 보인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 보고서에 따르면 이 여인은 한 명의 흑인이 문을 어깨로 밀치며 주택에 들어가려 했었다말했다고 적혀 있다. 크롤리 경사가 도착하는 순간 게이츠 교수는 수리를 위해 건물을 관리하는 하버드 주택 임대회사에 전화하고 있었다.

이 순간 이후부터 게이츠 교수와 경찰은 각기 다른 주장을 펼치기 시작한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둘 사이에 신경전과 말싸움이 오갔다는 점이다. 경찰은 신분증을 요구했고 집안에 있던 게이츠 교수는 경찰의 이름과 뱃지 번호를 요구했다.

 

캠브리지 경찰 보고서에 따르면 게이츠 교수는 신분증을 보여달라는 경찰에게보여주지 않겠다며 반발했고이것이 미국에 있는 흑인들에게 일어나는 일이라며 경찰이 인종차별을 하는 것이라고 고함을 질렀다. 이 보고서에서는 게이츠 교수가지금 누구와 싸움을 벌이고 있는지 아느냐며 고함치며 크롤리 경사를 인종차별주의자라며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결국 게이츠 교수는 자신의 운전면허증과 하버드 교수증을 보여주었지만 현관으로 따라 나와 경찰에게 비협조적인 행동을 하자 경찰은 교수에게 수갑을 채우고 체포했다.

 

인종차별행위(racial-profiling)인가?

많은 흑인 지도자들은 만약 백인 하버드 교수가 이 같은 상황에 처했다면 오히려 경찰은 이 교수를 도와서 집에 잘 들어갈 수 있도록 했을 것이라는 지적을 하고 있다. ‘주택침입이 아닌무질서한 행동을 죄목으로 체포했다는 것은 크롤리 경사가 분명히 집주인이 게이츠 교수라는 것을 알았다는 것을 시사해준다.

 

경찰이 게이츠 교수를 체포한 것은 계속 그가 그의 이름과 뱃지 번호를 달라는 요구하자 이에 대응해 수갑을 채웠다.

 

일부에서는 경찰에게 공손히 대해야 한다는 기본적인 원칙에 따라 신분증을 순순히 보여줬어야 한다, 경찰은 범죄현장으로 생각했기 때문에 강력한 태도를 취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주장하며 결코 인종 차별은 아니라고 반박하고 있다. 또한 만약 경찰관이 흑인이었다면 그 때도 인종차별이라고 할 것인가 반문하고 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과 언론들은 인종차별적 요소가 이번 사건에 개입되어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 자신의 집에 경찰이 들어와서 신분증을 보여달라고 요구를 당하면 기분이 좋지 않을 것은 당연한 사실. 더구나 신분증을 확인하고 집주인인 것을 알았다면 어느 정도 선에서 물러났어야 했다고 지적한다. 물론 게이츠 교수의 행동도 존경받는 교수차원의 품위있는 행동은 아니었던 것으로 보이지만 자신의 집에 있는 사람을 체포한 것은 적절치 않다는 것

오바마 대통령 “경찰 어리석은 행동”

오바마 대통령은 캠브리지 경찰의 게이츠 교수 체포건에 대해 질문을 받자 자신의 집에 있는 사람을 체포하는 것은 ‘어리석은 행동’이라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사실 오바마의 이 같은 적극적인 발언은 의외. 게이츠 교수의 친구인 드벌 패트릭 주지사도 이번 사건에 대해 적극적인 발언은 삼갔었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은 자신의 의료개혁에 대해 설명하는 자리에서 기자가 이번 사건에 대해 질문하자 자신이 게이츠의 친구이기 때문에 편견을 가질 수도 있다고 전제하고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자신은 사건 전체에 대해 자세히 모르지만 지금까지 보도된 것으로 보면 첫째 누구라도 화가 났을 것이며 둘째 누군가가 집안에서 자신의 집이라는 것을 증명했음에도 체포한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고 지적했다. 셋째 이번 사건과 분리하더라도 미국에서 경찰들이 흑인들과 라틴계열 사람들을 불공정하게 많이 검문한다. 이것은 사실이다라고 밝혔다.

이 같은 오바마의 발언에 대해 크롤리 경사는 “노코멘트”입장을 고수했다. 보스톤 글로브 보도에 따르면 수요일 소프트볼 경기를 하고 나온 크롤리 경사에게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묻자 그는 “나는 이에 대해 말하지 않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고 코멘트를 거부했다.

한편 오바마 대통령은 게이츠의 사건을 자신에게 연관시켜 가슴 서늘한 농담을 하기도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만약 지금의 집인 백악관의 문을 억지로 따고 들어간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인가 묻고는 아마도 “여기, 바로 총을 맞을 것이다”라고 밝혔다.

게이츠 교수 사과 요구
분노한 게이츠 교수는 “경찰은 나에게 잘못했다는 것을 알고 사과해야 한다’며 사과를 요구했다. 또한 자신의 인종차별에 대한 역사에 대해 공부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크롤리 경사는 결코 자신이 사과할 것이 없다며 사과에 대해 공개적으로 거부하고 있다.

게이츠 교수는 누구?
게이츠 교수는 예일 대학에서 슈마 쿰 라우드와 피 베타 카파를 받은 최우수 졸업생이었다. 맥아더 재단의 “천재 장학금” 수혜자이기도 하다. 유명한 역사학자로서 PBS 다큐멘타리를 진행키도 한다. 지난 1997년 타임지가 ‘미국내 가장 영향력있는 25인’에 선정키도 했다. 무려 50여개의 명예 학위를 소유했다.

그는 흑인 백인사이에서 태어난 흑백 혼혈이며 백인 여성과 결혼 20여년간 결혼생활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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