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 갈등 시원한 맥주로 풀자
보스톤코리아  2009-08-03, 00:36:37 
백악관 맥주 회동에 참석하게 될 헨리 루이스 게이츠 교수, 제임스 크롤리 경사, 버락 오바마 대통령(사진 왼쪽부터)
백악관 맥주 회동에 참석하게 될 헨리 루이스 게이츠 교수, 제임스 크롤리 경사, 버락 오바마 대통령(사진 왼쪽부터)
하버드대 흑인교수 체포사건(본지 7월 24일자 참고)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신속한 사과와 중재에 힘입어 화해 국면으로 전환되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경찰이 집주인인 게 분명한 사람을 집에서 체포한 건 어리석은 행동”이라는 발언을 한 지 하루 만인 24일 백악관 정례 브리핑에 예고 없이 등장해 “나의 용어 선택이 불행히도 내가 케임브리지 경찰과 제임스 크롤리 경사를 비방하고 있다는 인상을 준 게 분명하다. 용어를 다르게 사용했어야 한다”고 사실상 사과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훌륭한 두 사람이 어느 쪽도 문제를 풀 수 없는 그런 상황에 처했는데 여기에 이처럼 많은 관심이 쏠린 것은 미국에서 이런 (인종 관련)이슈들이 여전히 매우 민감함을 보여주는 증거”라며 “나의 발언이 상황을 해결하는 데 도움을 주기보다는 언론을 통해 사건을 증폭시키는 결과를 가져왔고 이는 불행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과거의 어려웠던 역사 때문에 미국의 흑인들은 이런 문제에 민감하다. 인종 문제와 관련된 사건을 다루는데 있어 훌륭한 기록을 갖고 있는 경관이 관여한 상황에서도 경관과 흑인 간에 때로 오해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사과 발언에 앞서 제임스 크롤리 경사, 헨리 루이스 게이츠 교수와 각각 5분 가량 통화를 했다며 “셋이서 백악관에서 만나 맥주를 한잔하자는 얘기를 했다”고 말했다. 로버트 깁스 대변인은 “맥주 회동은 크롤리 경사의 제안”이라고 전했다.

게이츠 교수는 25일 자신이 운영하는 인터넷 사이트에서 “내가 겪은 일이 교훈으로 활용되기를 바라며, 만약 맥주 회동이 기여할 수 있다면 기꺼이 그렇게 할 것”이라며 “앞을 향해 나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게이츠 교수는 16일 “수상한 남자가 이웃 집에 침입하려 한다”는 주민 신고를 받고 출동한 크롤리 경사에게 자택에서 체포됐다가 풀려났다. 이후 경찰을 상대로 소송을 내고, 경찰의 인종 차별 행위를 주제로 한 다큐멘터리 필름을 제작하겠다고 별러왔으나 대통령의 화해 제의를 받아들인 것이다.

크롤리 경사는 언론의 코멘트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다만 오바마 대통령은 “크롤리 경사가 언론에 시달리는걸 걱정하길래 ‘나도 백악관 마당에서 기자들을 내보내지 못한다’고 했더니 그가 ‘백악관은 마당이 더 크지 않느냐’고 하더라”고 말해 맥주 회동이 성사 되었음을 시사했다.

“경찰이 어리석었다”는 대통령의 발언에 분개하며 비판 성명을 냈던 경찰단체들은 25일 다시 성명을 내고 “대통령과 크롤리 경사가 우애 넘치고 의미 있는 대화를 가진 것으로 보인다”며 “자신의 발언을 재고하고 경찰의 고충을 존중해주려는 대통령의 의지와 관심에 감사한다”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이 화해 시도에 나선 것은 자신이 사회적 갈등의 한 축에 서는 것을 경계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취임 후 인사 검증 소홀, 자신의 시원찮은 볼링 실력을 장애인 올림픽에 비유한 농담 등의 실수를 한 뒤 곧바로 진솔하게 사과함으로써 곤경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하여 CNN은 “오바마 대통령이 역대 어떤 정치 지도자도 보여주지 못한 소탈한 리더십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한편 30일로 예정되어 있는 오바마 대통령과 게이츠 교수, 크롤리 경사 간의 백악관 맥주 회동에 쓰일 맥주는 버드 라이트로 결정되었다. 한때 여론조사에서는 사건이 발생한 매사추세츠주의 토착 맥주인 샘 아담스를 마셔야 한다는 의견이 가장 많았으나 가장 대중적인 버드 라이트로 결정된 것.

정성일 jsi@boston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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