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영화 다른 생각 - 시월애
보스톤코리아  2008-06-30, 23:15:52 
시월애                                          

2000년 작
감독: 이현승
주연: 이정재, 전지현


수수께끼 하나 낼까요?
아침에는 땅위에 있다가 저녁에는 물위에 있는 것은 뭘까요?
영화 ‘시월애’ 속에 정답이 있습니다. 바로 ‘일 마레’입니다.
갯벌위에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집, 그리고 아들에 대한 아버지의 사랑으로 지어진 집, 그래서 외로워 보이기보다는 따뜻하게 느껴지는 집.
‘일 마레’는 이탈리아어로 ‘바다’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영화 속에서 ‘일 마레’는 성현과 은주가 차례로 살았던 집이며 성현과 은주의 사랑을 이어주는 집이기도 합니다.

영화 ‘시월애’에서는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집을 짓습니다. 성현의 아버지는 사랑하는 아들을 위해 집을 지었죠. 그리고 성현은 사랑하는 은주를 위해 집을 짓습니다. 그렇다면 ‘집’은 어떤 의미일까요?

사람이 살아가는 데는 기본적으로 세 가지가 필요하죠. 간단히 의.식.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주’는 ‘집’을 말하는 것이죠. 그리고 ‘집’은 단순히 건물을 뜻하는 것이 아닙니다. 사람들이 ‘집’이라고 말할 때는 복합적으로 여러 가지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눈에 보이고 손에 잡히는 공간적인 의미와 더불어, 보이지도 않고 잡히지도 않지만 느낄 수 있는 관념적인 의미가 서로 녹아들어 있는 것이죠. ‘집’이라는 말 속에는 쉼터, 안식처라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으며, 집에 가 보면 그 집에 사는 사람의 성향까지 알 수 있을 정도로 집과 사람은 닮아있는 것입니다.  

영화 ‘시월애’에서 ‘일 마레’와 함께 이야기의 축을 이루는 또 하나의 소재는 바로 시간을 초월해서 주고받은 편지입니다. 2년 후에 은주가 보낸 편지를 2년 전에 성현이 받는 것이죠. 이를테면, 1999년 12월에 보낸 편지를 1997년 12월에 받는 식으로 말입니다. 물론 1998년 1월에 보낸 편지를 2000년 1월에 받기도 하죠. 편지라는 게 일단 보내고 나면 혹시 답장이 오지 않을까 은근히 기다려집니다. 그러다 정말 답장이 오면 뛸 듯이 기쁘고 막상 답장이 안 오면 괜히 실망하게 됩니다. 기대와 실망 같은 감정을 느끼면서 편지를 보낸 대상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갖는다면 훨씬 의미가 있겠죠. 요즘같이 인터넷상에서 이-메일이라고 하는 전자 편지를 주고받는 시대에 종이편지를 쓰는 사람을 찾아보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하긴  이-메일보다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더 많이 쓰는 시대에 종이편지를 쓴다면 천연기념물 취급 받기 십상이지요. 짧은 시간에 간단한 문장으로 상대에게 할 말만 하는 것도, 바쁘고 복잡한 현대생활의 방편이긴 하지만 아주 가끔은 종이편지를 쓰면서 상대에 대해 생각하고 자신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여유를 갖는다면 살며시 미소 짓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지도 모릅니다.  

한동우
의견목록    [의견수 : 0]
등록된 의견이 없습니다.
이메일
비밀번호
詩가 있는 세상 - 나는 아무래도 무보다 무우가 2008.06.30
나는 아무래도 무보다 무우가 김선우 무꾸라 했네 겨울밤 허리 길어 적막이 아니리로 울 넘어오면 무꾸 주까? 엄마나 할머니가 추임새처럼 무꾸를 말하였네..
이번주 영화 - The Happening 2008.06.30
인류를 위협하는 극한 상황! 정체불명의 미스터리 현상이 다가온다! 원인을 알 수 없는 미스터리 현상들이 뉴욕의 곳곳에서 발생하고, 사람들이 계속해서 스..
같은 영화 다른 생각 - 시월애 2008.06.30
시월애              &nb..
어린이를 위한 독립 기념일 행사 2008.06.30
보스톤 하버페스트(Boston Harborfest) 어린이날 축제가 7월 2일 보스톤 시티홀 광장(City Hall Plaza)에서 열릴 예정이다. 보스톤 하버페..
보스톤 커먼으로 시원한 물놀이 하러 가자! 2008.06.30
보스톤 커먼 프러그 펀드(Boston Common Frog Pond)가 여름을 맞아 9월 1일까지 아이들이 시원한 물놀이를 할 수 있는 곳으로 개장한다. 계절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