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있는 세상 - 입 다물고
보스톤코리아  2008-06-09, 23:06:01 
입 다물고
김문희

입 다물고 있으면 사람들이 더 잘 보인다
평소에 훌륭했던 사람도 희미해 보이고
멀리 있던 사람이 오히려 가까워 보일 때가 있다

갖가지 현란한 말들 속에서 약속은 허물어지고
틀림없다는 말들이 틀림없이 지워질 때도 있다
무성한 말들을 따라가 보면 자주 길이 막히고
말의 밀림 속에서 혼자 서성일 때도 있다

가만히 입을 다물고 있으면 세상이 더 잘 보인다
미끄러운 말들 뒤에 낭떠러지가 보이고
겹겹이 쌓인 책들처럼 어지럽게 쌓이는 말, 그 말들 저 너머
맑고 곱게 사는 사람들도 보인다

쓸쓸한 저녁처럼 어두워지는 나이에는
말을 아낄수록 마음은 더 맑아지고
보이네! 멀리 두고 오래 보고 싶었던 사람
문득 환한 보름달로 떠오르는 게


해설
침묵하라! 말의 홍수로 넘치는 이 세상. 함부로 휘두른 말의 칼날에 다치는 일이 얼마나 많은가. 또 상황에 따라 말을 바꾸며 타인을 속이고 짓밟으며 상처를 주는 자가 이 시대에 얼마나 많은가. 자신에게 주어진 삶의 시간을 그저 허망한 말들로 소비해버릴 것인가. 자아를 비춰볼 수 있는 성찰의 침묵이야말로 참다운 인생의 깊이와 영혼을 확장시킴을 이 시가 나직이 일갈한다.

김문희 시인은 강원도 원성 출생. 1987년 [시문학]으로 등단. 시집으로 <눈뜨는 풀잎><가을강><길가에 밟히는 풀잎><깊어지는 마음><당신의 촛불 켜기> 및.다수의 수필집 및 시와 에세이집이 있다. 교육부문 대통령 표창, 미국 국회도서관 초청 시낭송 및 한글문학상,영랑문학상본상,미주펜문학상등을 수상했다.
신지혜.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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