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직접 듣는 한국 가곡… 눈물이 났다”
한국인의 정서와 정체성을 어루만진 한국 가곡의 밤
보스톤코리아  2022-10-06, 17:46:07 
사진 제공: Olivia Moon Photography
사진 제공: Olivia Moon Photography
(보스톤=보스톤코리아) 우상원 객원 기자 = 보스턴 한미예술협회(이사장 정정욱, 회장 김병국)가 주최한 이 지난 10월 2일(일), 메드포드에 위치한 텁스 대학교의 그라노프 뮤직센터에서 성황리에 진행되었다. 

2020년 이후 보스턴에서 처음 열린 한국 가곡 음악회였던 이번 행사에는 소프라노 나유선, 테너 김유중, 피아니스트 이지영이 250여 명의 관객들에게 아름다운 우리 노래들을 들려주었으며, 공연 예술가 캐시 여(Kathy Eow)의 프레젠테이션과 유수례 작가의 그림들이 함께 어우려졌다. 

노스이스턴 대학교 교수이며 이 음악회를 기획한 소프라노 나유선씨는 1부에서는 <그네>, <가을 바람>, <그리움 실은 파도>, <무곡>, <그리움>을, 2부에서는 <함께 아리랑>과 민요풍의 <새타령>, <밀양 아리랑>을 연주하여 많은 갈채를 받았다. 이 날 초연된 <함께 아리랑>은 이번 음악회를 위해 나유선 씨가 직접 가사를 쓰고 앤서니 폴 드 리티스(Anthony Paul De Ritis) 교수가 작곡했다. 평화와 사랑으로, 민족의 하나됨을 소망하는 한국어 가사 세팅도 훌륭했고 소프라노가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었던 멋진 곡과 무대였다.

스위스 취리히 오페라단 영아티스트 프로그램 출신으로 유럽과 미국에서 많은 활동을 한 테너 김유중씨는 <산노을>, <얼굴>, <뱃노래>, <내 맘의 강물>, <산촌> 등의 널리 알려진 가곡들과 김효근의 <첫사랑>, <눈>을 연주했다. 호흡에 실린 소리, 섬세한 딕션, 다이내믹 조절로 시의 의미와 감성을 진솔하게 전달하여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민요풍의 곡에서는 리듬과 흥을 살리며 힘찬 고음을 보여주어 듣는 이들의 마음을 시원하게 해 주었다.

모든 성악곡의 반주를 맡았던 피아니스트 이지영씨의 활약도 눈에 뜨였다. 성악가들이 마음 놓고 노래할 수 있도록 호흡을 잘 맞춰주면서, 음악 전체를 이끌고 가는 능력이 탁월했다. 독주곡인 <피아노를 위한 한국 민요 닐리리> (Jean Ahn 작곡)에서도 훌륭한 기교와 음악적 표현을 보여주었다. 

피아니스트 현재희 교수는 “음악회의 전체적인 프로그램에 민요, 가요, 옛 가곡, 요즘 가곡 등이 섞여 있어 다채롭고 좋았다. 이지영 씨의 연주는 리듬감이 뛰어나고 피아노 톤이 아름다웠으며, 압도하지 않는 절제된 피아노 소리가 성악가와 절묘한 밸런스를 이루었다.”고 칭찬했다.

이번 연주에서는 모든 곡에 각각 어울리는 그림이 무대의 스크린에 띄워져서 듣는 이들에게 시각적인 즐거움도 주었는데, 이 날 보인 모든 그림은 뉴햄프셔를 기반으로 활발하게 활동해 온 유수례 작가의 작품이었다. 많은 관객들이 음악과 함께 그림을 감상할 수 있어서 더욱 만족스러웠다고 평했다.

보스턴 한인입양자 모임의 이사이고 보스턴 아시안 아메리칸 영화제의 코디네이터인 캐시 여의 무대도 특별했다. 그녀는 이 날 초연된 라는 프레젠테이션에서1980년대 부산에서 태어나 미국으로 입양되어 조상, 문화 유산, 역사 등 선대로부터의 연결이 끊어졌던 자신이 어떻게 자신을 한국인 입양자/코리안 아메리칸으로 인식하고 ‘Koreanness’를 갖게 되었는지, 그리고 ‘아리랑’ 곡조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솔직하고도 당당한 모습으로 이야기했다. 한 관객은 “상황은 조금 다르지만, 한국을 떠나 미국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도 문화적 단절, 정체성 등에 대한 고민이 있기에 공감이 가고 울림이 있었다”고 말했다.

클로징 무대에서는 두 명의 성악가가 듀엣으로 <그리운 금강산>과 <희망의 나라로>를 들려주었다. 마지막 곡의 흥겨운 전주가 울려 퍼지자 객석의 청중들은 함께 박수를 치고 발을 구르며 박자를 따라 갔고, 즐겁고 밝은 분위기 속에 음악회가 마무리되었다. 

예술협회 측은 “오랜만에 라이브로 한국 가곡을 들으니 눈물이 났다는 이야기를 해 주신 분들이 많았다. 한국 커뮤니티에 이렇게 훌륭한 음악가들이 많은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다고 말한 외국 분도 있었다. 앞으로도 꾸준히 한국의 노래를 보스턴에 계신 분들께 들려드리고, 문화와 예술을 통해 한국과 한국인들을 알리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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