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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T 물리학과의 Green Center (출처: MIT 물리학과 홈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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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T 캠퍼스를 거닐면서 가장 좋았던 점 중 하나가 바로 MIT 건물의 창의적인 구조를 경험하는 것이었다. 특히 물리학과 건물에서 공부할 때는 천장이 굉장히 높고, 천장 위에 다양한 파이프가 설치되어 있었는데, 복잡하게 설계되어 있긴 했지만, 사방으로 연결되어 있어서, 고개를 들어 보는 나 자신까지 사방으로 연결되어 있는 듯한 느낌을 주기도 했다. 지금 돌이켜보면, 필요한 선들을 보이지 않게 하는 대신, 가장 찾기 쉽도록 천장에 배치하여 연결이 끊어진 곳을 보수하기 쉽도록 해 놓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당시에는 일정한 굵기의 파이프가 보기 좋게 배치되어 있어서, 미학적인 이유로 해 놓은 것은 아닌가 생각을 하곤 했었다. 이처럼, 실용성과 아름다움을 함께 고려한 MIT의 다양한 건축물들은 캠퍼스를 활보하는 학생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는 것 같다.
뿐만 아니라, 물리학과에서 사용하던 연구실의 한 쪽 벽면 전체가 유리로 되어 있어서, 채광이 정말 좋았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유리를 통해서 서로의 연구실에서 하는 행동이 전부 보인다는 것인데, 불행하게도, 대학원생 연구실과 교수 연구실이 서로 보이는 구조였기 때문이다. 마음만 먹으면, 교수가 학생들이 어떤 행동을 하는지 또 반대로 학생들이 교수가 무엇을 하는지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할 수도 있지 않은가. 아니나 다를까 이런 점을 고려해서, 학과에서는 다행히 다른 전공의 교수님들과 마주보고 연구할 수 있도록 방을 배정하였다. 내 책상에서 보이던 연구실 중 한 교수는 자신의 서가에서 이리저리 책을 찾는 모습이 너무 우스워서 혼자 피식 웃었던 적도 있다. 비록 다른 전공의 교수님들이라서, 개인적으로 뵐 기회는 없었지만, 연세가 지긋하신 교수님들께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열심히 공부하시는 그분들의 열정적인 모습은 박사과정 내내 나에게 큰 자극이 되었다. 아마도 교수님 연구실들이 학생들에게 보이도록 설계한 이유가, 그 분들의 열정을 본받도록 하기 위함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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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een center 내부 (출처: Imai Keller Moore Architects) |
무엇보다, 물리학과 건물 중 가장 돋보이는 곳은 바로 복도 곳곳에 놓여있는 칠판과 소파들이다. 대부분의 칠판 곳곳에는 다양한 수식들이 적혀있는데, 이는 학생들이 소파에서 차를 마시면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함께 토론한 흔적들이다. 영화 ‘Good Will Hunting’을 보면, 청소부였던 주인공이 칠판에 적혀있는 수학문제를 우연히 푸는 것을 계기로 그의 천재성을 발견하게 되는 장면이 있는데, 실제로, MIT 에서 칠판은 학생들이 그들의 창의성을 발현하는 장소라고 할 수 있다. 편안하게 앉아서 토론하는 자유로운 분위기를 상징하는 소파, 그리고, 언제 어디서나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바로 적어나갈 수 있는 칠판, 이 소박한 둘의 조화가 MIT에서 피어난 다양한 연구를 뒷받침해 준 가장 중요한 건축구조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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