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T 총격사건을 마주하는 나의 자세 |
보스톤코리아 2013-04-29, 02:40:55 |
다음날 19일 새벽, TV에서는 워터타운 (Watertown)으로 달아난 범인에 대한 뉴스로 시끄러웠다. 범인이 총기를 소지하고 있으니 절대로 돌아다니지 말라는 말을 하기 위해 그 곳에 거주하는 주민들에게 전화를 하고 있다는 보도는, 나에겐 왠지 이제 MIT는 정말 안전하다는 말로 들렸다. 새벽 5시, 나는 지난 밤의 격렬한 총성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고요한 거리를 뚫고 연구실로 향하는 발걸음을 재촉했다. 하지만 학교에는 아무도 없었고 수업과 세미나도 물론 취소되었다. 주변 가게들도 모두 문을 닫아 점심을 해결할 곳도 마땅치가 않았다. 그제서야 내가 너무 겁없이 활보했던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집으로 돌아온 후로는 수사가 꽤 진전되었고, 결국 범인이 체포되었다는 보도가 전파를 타는 순간에는 기숙사 여기저기서 환호성이 울려퍼졌다. 나는 내가 공포 불감증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여느 날과 다름없는 생활을 했으니. 실제로 MIT 근처에서 생활하면서 위험한 상황에 노출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보는 것이 옳다. 기숙사를 제외하면 학교 건물을 출입할 때 특별히 학생증이 필요하지도 않다. 이러한 정책은 일반적인 것이라 보기 어려운데, 일례로 뉴욕에 위치한 콜럼비아 대학과 뉴욕대학은 모든 건물 출입에 학생증이 필요하고, 학교앞 거리에는 노숙자들이 즐비한 것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뉴욕의 치안문제의 심각성은 이 노숙인들의 수에 비례하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노숙인을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이곳 MIT에서의 총격사건은 치안문제에 대한 안이함 때문이 아니냐고 반문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대답을 하고자 하는 것이 내가 지금 이 글을 쓰는 이유다. MIT 캠퍼스 거리에는 일정 간격으로 비상 전화가 설치되어 있고, 밤이 되면 그곳에 파란색 불이 켜진다. 그 전화로 MIT Police에 위험을 알리거나 도움을 청할 수 있는 것이다. 일전에 나도 MIT Police의 도움을 받은 적이 있다. 저녁에 장을 보기 위해서 기숙사 문을 나섰는데, 갑자기 한 흑인남자가 괴성을 지르면서 쫓아오기 시작했다. 순간 당황해서 맞은편 기숙사로 피한 후 MIT Police에 신고를 했는데, 곧 도착한 경찰들이 더이상 위험한 사람이 없다는 것을 확인한 후에서야 기숙사쪽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이렇게 MIT는 자체적으로 철저하게 치안관리를 하기 때문에 외부인이 함부로 위협적인 행동을 할수 없는 것이다. 다행히도 사건 발생 바로 다음날인 19일, 달아난 범인들은 사살 및 체포되었다. 이 모든 것은 경찰과 FBI, SWAT을 비롯한 다양한 인력들의 노고가 있어 가능했다는 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목숨을 걸고 초기대응에 임했던 MIT Police와 MBTA Police의 희생이 없었다면, 범인의 발을 묶는 데 실패하고 수많은 주민들이 불안에 떨면서 하루하루를 보내야 했을지도 모른다. 목숨을 걸고서라도 범인을 격렬하게 추격하는 용감한 경찰분들이 계시기 때문에, MIT 학생들이 이렇게 편안하고 행복하게 캠퍼스를 활보할 수 있는 것이고, 나아가 안전불감증에 시달릴지도 모른다. 이번 사건이 그동안은 드러나지 않았지만 묵묵히 도시를 지켜온 많은분들의 노고를 되새기고, 그 위대한 희생에 깊은 감사를 드리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는 바이다. ※ 지난 4월 24일 MIT에서는 27세의 젊은 나이로 순직하신 Sean Collier 경찰관의 추모 행사가 있었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보스톤코리아 아이리포터 곽승기 [email protected] ⓒ 보스톤코리아(http://www.bostonkorea.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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