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생과 레스토랑 위크 |
보스톤코리아 2013-04-21, 08:45:43 |
그러나, 이렇게 한국의 음식을 매일 그리워하는 나에게도, 외식에 대한 기대로 가득차게 하는 시기가 있으니, 그것은 바로 보스턴의 레스토랑 위크다. 올해 봄의 보스턴 레스토랑 위크는 3월 17일부터 29일까지 약 2주간이었다. 이 기간동안은 보스턴 각기에 위치한 최고급 레스토랑들이 전채, 메인, 후식으로 구성된 3코스메뉴를 저렴한 가격에 제공하는데, 모처럼 말끔하게 차려입고 친구들과 우아하게 담소를 나누다보면 힘들게 유학 온 보람이 있구나 싶다. 사실, 미국에는 프랑스 식당, 이탈리아 식당, 그리스 식당, 멕시코 식당 등등 수도 없이 많은 종류의 음식을 즐길 수 있으니, 실제 미국의 외식 문화와 사람들의 기호는 실로 다양할 수 밖에 없다. 예상대로, 도착한 식당에는 정말 다양한 종류의 손님들로 가득차 있었다. 군데 군데 연인들도 심심치 않게 보였고, 나이가 지긋하신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가득한 큰 사각 테이블. 수트를 차려입은 신사들이 점잖케 담소를 나누는 동그란 테이블, 수다쟁이 아가씨들이 가득한 반원 테이블까지. 한가지 공통적인 것은, 어느 식당에서나, 다들 와인을 즐기고 있다는 것이다. 와인이란 이들에게 어떤 의미일까. 술이라고 하기에는 음료에 가깝고, 음료라고 하기에는 술에 가까운 와인. 그 풍미를 꼭 곁들여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우리는, 그 식당의 유일한 동양인 손님이었다. 와인을 주문하지 않은 나는 여느 테이블과 꼭 같은 코스 요리를 즐기면서도 혼자 겉도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문득, '내가 다른 나라의 문화에 대한 이해없이 그 나라의 음식을 맛보는 것은, 내가 그 문화를 체험해보고자 하는 것이지, 그 풍미를 즐기는 것이 아니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우리가 어떤 요리를 맛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그 요리를 즐겼던 기억이 행복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설사 최고급 요리라고해도 그 앞에서 불편함을 느꼈다면, 그 음식이 정말 맛있었다고 기억하기는 힘든 것이다. 오히려, 그 맛보다는 예의에 어긋날까 노심초사했던 기억만 가득할지도 모른다. 아, 나는 참 얼마나 어리석은 손님이었던가. 나름대로 야심차게 유럽의 정통 코스요리를 즐기면서 미국에 적응한 내 자신을 발견하고자 했던 나의 계획은 이런 찰나의 깨달음 속에 수포로 돌아갔다. 그래서, 모처럼 마주한 고급 요리가 오히려 내가 얼마나 낯선 곳에 살고 있는지를 상기시켜주고 있었다. 인정하기 싫었지만, 나로서는 식사하는 동안 예의에 어긋나지 않기위해 노심초사 하는 것이, 그 요리 하나하나가 얼마나 맛있는지를 느껴보는 것보다 중요했기 때문이다. 어쩌면 나의 유학생활은 나에게 익숙하지 않은 문화적 코드를 맞추기 위해 노심초사 하면서, 순간순간을 느끼지 못하는 그런 시간의 집합체가 아닐까. 만약 그렇다면, 오늘부터는 너무 조바심을 내지 않고, 유학이라는 식당이 주는 이국적인 요리들의 풍미를 즐겁게 음미해보는 것이 어떨까. 보스톤코리아 아이리포터 곽승기 [email protected] ⓒ 보스톤코리아(http://www.bostonkorea.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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