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담객설閑談客說: 새마을 창고
보스톤코리아  2021-12-13, 11:18:03 
사진 한장이 눈에 띄였다. 어느 유명작가의 오피스였는데 벽에 건 사진인가 회화작품이다. 배경색은 온통 엷은 살구색과 검은색이었다. 조화로워 보였고, 따뜻함이 물씬 풍겼다. 살구색은 포근한 색깔인데 튀는 원색은 아니다. 
시인 정지용이다. 

전설바다에 춤추는 밤물결 같은
검은 귀밑머리 날리는 어린 누이와
아무렇지도 않고 예쁠 것도 없는
사철 발 벗은 아내가
따가운 햇살을 등에 지고 이삭 줍던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정지용, 향수에서)

따가운 햇살마저 오히려 따뜻한데, 마을은 분명 누군가의 고향이다. 남들에게 내고향이 뭐 그리 대단하겠냐만 누구에게나 제고향은 가슴 시리다만 따뜻하다. 그 고향마을에서 사람들은 아이를 낳았고 태여난 아이는 그곳에서 자랐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럴거다. 고향에 색을 입힌다면 살구색일수도 있고 미색일수도 있겠다. 그리운 색깔이라고나 할까. 

오래전 고향마을엔 새마을회관이 있었다. 새마을창고일수도 있다. 야무지게 예쁠것도 없는 건물이었고 창고였던 거다. 새마을창고는 미색으로 칠해졌는데, 녹색지붕과 어울려 눈에 쉽게 띄였다. 시골동네와 어울렸을 테니 보기에 그닥 나쁘지는 않았다. 내눈에 그랬다는 말이다. 누군 연한 미색 벽색깔은 대통령부인이 좋아했기 때문이었다 했다. 확인할수는 없다. 그 미색이야 이젠 아파트 외관색일 수도 있다. 아파트건물을 검정이나 붉게 칠할 수는 없을테니 말이다. 

이젠 새마을창고는 흉물스럽다고 했고, 처치곤란에 빠졌다고 한다. 재활용 방법은 없는가. 벽그림을 넣으면 한결 보기에는 좋을 듯 싶다. 뾰족한 재활용방법이 없는건 문제일게다. 
새마을 창고야 그렇다 치자. 동사무소와 교회는 수십년이 지나도 여전히 그 자리에 있다. 우뚝 선 외양모습이야 달라졌는데, 반갑기 그지 없다. 동사무소에도 벽화그림이 있던가? 벽화작가 뱅크시처럼 말이다.

지난 보스톤 가을은 무슨 색이었더라. 벌써 가물거린다. 분명 울긋불긋 총천연색은 아니었지 싶다. 가을색이 바랬을리야 없을 텐데, 비바람에 화려한 가을색깔 마져 숨었던가. 살구색도 아니었다. 

창고에 모아들이지도 아니하도 (마태 6:26)


김화옥 
보스톤코리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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