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에 깃든 우리 역사 6 : <조정의 품계석(品階石)>
보스톤코리아  2010-04-12, 12:21:57 
정일품(正一品:영의정) 품계석(品階石).
정일품(正一品:영의정) 품계석(品階石).
 
월대 위에 서있는 근정전의 위용.
월대 위에 서있는 근정전의 위용.
 
답도(踏道)에 새겨 놓은 봉황.
답도(踏道)에 새겨 놓은 봉황.
 

조정(朝廷)의 정중앙으로는 남북으로 3개의 돌길이 나있다. 동쪽과 서쪽길은 각각 문관과 무관이 다니는 길이고 가운데 길은 역시 왕과 왕비 만의 전용 도로다.

길의 양옆에는 근정전에서 거행되는 행사 때마다 대신들이 서열에 맞게 서 있도록 품계석(品階石)들이 정일품(正一品), 종일품(從一品) 의 순서로 해서 9품까지 늘어 서있다.

이조시대의 관직은 정일품에서 종 9품까지 18등급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6품 이상은 각 등급마다 상하위의 구분이 있어서 모두 30등급의 관직이 있었다.

근정전의 품계석은 3품까지는 정과 종이 다 있지만 4품부터는 정만 있고 종이 없다. 관직이 낮은 관리들은 조회 행사에 매번 참석하지 못했던 것이다.

돌길의 동쪽은 문반(文班)또는 동반(同班)으로 불렸고 길의 서쪽은 무반(武班) 또는 서반(西班)으로 불렸다. 문반과 무반을 합쳐서는 양반(兩班)이라고 불렸는데 후일에는 양반이 사회적 신분의 대명사로 쓰이게 되었다.
정1품에서 정3품의 상위 계급인 통정대부(通政大夫)까지는 당상관(堂上官)으로 불렸고 그 아래 관리들은 당하관(堂下官)으로 불렸다.

당하관도 6품까지는 참상관, 7품에서 9품까지는 참하관으로 불렸고 관복의 색깔과 문양을 계급에 따라 달리했다.

당상관은 붉은 관복을, 참상관은 푸른 색 관복을, 참하관은 초록빛 관복을 입었다.

관복의 가슴 부위에는 문관은 학을, 무관은 호랑이를 수놓은 흉배를 부착했는데 당상관은 두 마리 학이나 호랑이를 수놓은 흉배를 부착하고 있는 반면 당하관은 한 마리로 만족해야만 했었다.

호칭도 다르게 불렸다.
종 2품 이상은 대감(大監)이라 불렸고 정삼품의 당상관은 영감(令監) 이라고 불렸다. 요새는 영감이라는 호칭이 나이 많은 남편이나 남자노인 부르는 말로 변모하고있다.

의정부의 영의정, 좌의정, 우의정 3정승은 따로 합하(閤下)라고 불렸는데, 정승들이 정사를 보는 방 아래에 자신이 서 있다고 자신을 낮춤으로 정승을 높이는 칭호가 된 것이다.

임금을 전하(殿下)라고 부르는 것은 전각 아래에 자신이 있다는 것을 지칭해서 간접적으로 임금을 높이는 말이 되었는데 후대에는 왕족들을 전하로 부르게 되었고 임금은 폐하(陛下)라고 부르게 되었는데, 섬돌 아래에 서있는 임금을 호위하는 무사를 부르는 데서 나온 말이다 그래서 섬돌폐(陛)를 쓴 것이다.

사극(史劇)에서 보면 과거 시험에서 장원급제 하면 당장에 권력의 반열에 우뚝 서게 되는 것을 종종 보게 되는데 어림도 없는 얘기다.

대과는 1,2,3차 세번을 보는데 1차는 경학이라고 면접 시험으로 230명이 합격해서 문장시험인 2차 시험에서 33명이 뽑히는데 이들 모두가 관리로 임명 된다. 이 33명이 다시 책문이라는 3차 시험을 봐서 장원을 가려 내는데 장원급제자는 종 6품에 제수되고 나머지 32명은 종 9품에서부터 관리 생활을 시작하게 되어 있다. 9품에서 6품까지 6계단을 정상적으로 승진하려면 무려 7년이란 긴 세월이 필요한 것이다.

장원급제를 하고도 당상에 올라 임금과 함께 정사를 논의할 수 있는 당상관(정3품)이 되려면 무려 13계단을 승진해야 한다. 그 기나긴 질곡의 시간을 지나면서 쌓아 놓은 경력과 노하우가 축적이 되어야만 국가 정사를 논의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는 것이었다.

당상관이 되면 급료나 은퇴 이후의 대우가 일반 관원들과는 비교가 안되는 특별한 대우를 보장 받게 된다. 그래서 “떼논당상” 이란 말이 생겨나게 되었다.

매일매일 당상에 올라 임금과 함께 정사를 상의하니 출세가 틀림 없다는 의미로 씌였는데 지금은 “틀림없다, 확실하다” 는 것을 강조하는 말로 쓰이게 되었다.

정3품 품계석 근처에는 땅에 깔아놓은 돌에 둥근 쇠고리가 박혀있고 근정전 기둥에도 쇠 고리가 걸려있다.
조정에서 행사가 있을 때 햇빛이나 비를 피하기 위해 차일을 치곤 했는데 차일을 붙들어 매기 위해서 만들어 논 쇠 고리다, 당상관이 되는 정 3품까지만 차일 안으로 들어갈 수 있게 되어 있다.

조정에서 근정전으로 올라 가려면 먼저 두 층으로 된 월대를 올라가야 한다.
격이 높은 궁궐 건물에는 월대가 있는데 근정전은 경복궁에서 격이 제일 높기 때문에 월대가 2층으로 되어 있다.

임금이 다니는 어도(御道)를 따라 월대를 오르다 보면 어도 계단 중앙에 비스듬히 놓인 장방형의 돌이 있는데 이 돌을 답도(踏道)라고 한다. 밟을 답(踏)에 길도(道)를 써서 밟고 지나가는 길이란 뜻인데 실은 임금이 직접 밟는 것이 아니고 가마를 타고 그 위를 지나가는 것이다. 이 답도에는 신령한 상상의 새인 봉황(鳳凰)이 새겨져 있다.

동물 중에서 기린, 용, 거북과 더불어 사령(使令) 이라는 특별한 이름으로 불리는 신령스럽게 여기는 새다.
이새가 나타나면 천하가 크게 평안 하다고 하는데 왕이 부디 성군이 되어 달라는 염원으로 이 새를 이곳에 새겨 놓은 것이다.

숫놈을 봉(鳳), 암놈은 황(凰)이라고 부른다.
후세 사람들이 예상치 못한 횡재를 잡으면 “봉잡았다” 면서 좋아하고, 가진 것을 모두 잃어버리면 “황이 됐다” 고하면서 신령한 새를 가지고도 암수를 차별하고 있다.
보통 왕궁의 답도에는 봉황을 새기고 황궁에는 용을 새기는데 우리나라도 경운궁의 답도에는 용을 새겨 놓고 있다.

김은한 (보스톤코리아 컬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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