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 잊지 말아야 할 것, 아이비리그 학생들의 자살 |
보스톤코리아 2010-04-05, 13:24:15 |
2주 전이었다. 중간시험이 시작되던 날 코넬대 교수들은 이전에 없던 일로 정상 수업과 강의를 중단하게 되는데, 자신들이 학생들을 얼마나 염려하고 있는지를 말해 주기 위해서였다. 코넬대 총장 데이빗 스콜튼 박사(Dr. David J. Skorton)는 대학 학보 The Cornell Daily Sun의 전면 광고를 통해 전교생들에게 다음과 같이 천명하였다. “여러분의 안녕(well-being)이야말로 여러분 성공의 초석이다. 여러분이 코넬에서 무언가를 배운다면 그것은 도움을 요청하는 법이길 바란다.”
이런 대응들이 나타난 것은 최근 한 달 사이에 벌어진 세 건의 학생 자살 때문인데, 특히 이 가운데 두 건은 이틀 사이에 연달아 발생하였다. 지난 3월 11일, 메릴랜드주 체비 체이스(Chevy Chase)에서 온 공대 2학년 윌리엄 싱클래어(William Sinclair)가 코넬대 캠퍼스를 둘러싸고 있는 험한 계곡을 가로 지르는 여러 다리 가운데 하나에서 뛰어 내려 목숨을 잃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바로 다음 날 인디애나주 출신 3학년 학생이 다른 다리 위에서 뛰어 내려 자살하고 말았다. 그 보다 불과 몇 주 전에는 플로리다주 보카 레이튼(Boca Raton)이 고향인 1학년생 브래드 긴스버그(Brad Ginsburg)의 주검이 근처 계곡에서 발견되었었다. 코넬대학은 현재 크게 충격을 받은 캠퍼스 공동체를 안정시키기 위해 극도의 경계 상태에 놓여 있다. 교수와 직원들을 통해 염려와 관심을 지속적으로 표명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캠퍼스 내 모든 다리에 경비원을 배치하였다. 봄은 왔으나 캠퍼스는 온통 슬픔과 엄숙함으로 가득 차 있다. 코넬은 스트레스가 많은 ‘자살학교’라는 악명에 오랫동안 시달려 왔지만 사실 이 학교의 자살율은 전국 평균보다 높은 편이 아니라고 이 대학 보건소에서 오래 재직한 심리학자 티모시 마첼 박사(Dr. Timothy Marchell)는 말한다. 코넬에서 일어난 자살 사건들이 단지 보다 적나라하게 대중에게 공개 되었을 뿐이라는 이야기다. “누군가 다리에서 계곡으로 뛰어 내려 죽으면 이는 매우 생생한 공개적인 행위가 된다”고 마첼 박사는 설명한다. 반면에 다른 많은 아이비리그 대학들은 캠퍼스 내 자살이 가능한 한 드러나지 않도록 매우 적극적으로 대처한다. 그래서 학생 신문이 그 사실을 알게 되어 커버 스토리로 다룰 때까지 대체로 잘 알려지지 않는다. 하버드나 예일 같은 경우 캠퍼스 안에서 발생한 자살 사건들에 대해 사생활 보호와 같은 법률조항을 내세워 조용히 처리하는데 매우 능숙하다. 따라서 매년 얼마나 많은 캠퍼스 자살 사건이 일어나는지 정확한 통계를 알기가 어렵다. 코넬이 최근의 사건을 처리하고 더 이상의 자살을 방지하기 위해 강력한 조처들을 취하고 있는 가운데 이러한 일련의 자살 시도는 아이비리그 전체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각 학교의 총장들은 자신들의 캠퍼스에서 이런 비극적인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교수와 직원들이 특별한 주의를 기울여 줄 것을 누누이 당부하고 있다. 역설적이게도 이런 비극적인 뉴스가 신문을 통해 전국에 퍼져 나간 시점이 바로 수 천 명의 고등학생들이 자신들이 지원한 대학으로부터 오랫동안 기다리던 합격통지서를 받는 때였다. 비록 합격의 기쁨과 기대로 잔뜩 흥분되어 있더라도 이처럼 충격적인 소식 앞에서는 모든 고교 시니어들과 학부모들은 잠시 차분하게 이 일에 대해 생각해 보아야 한다. 한 때, 결코 멀지 않은 과거에, 이번에 코넬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세 학생들도 코넬 합격 소식을 듣고 한 없는 희망과 흥분으로 축하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다. 무엇이 이들로 하여금 스스로 삶을 멈추게 한 것일까? 그토록 많은 잠재력과 가능성을 남겨둔 채 그렇게 젊은 나이에. 필자가 하버드와 MIT에서 입학사정관으로 재직할 당시에도 학부생의 자살이 발생하면 대학측에서 그 학생의 입학지원서를 심사하고 합격을 결정한 입학관리처와 입학사정관들에게까지 찾아 왔다. 그리하여 입학사정관들에게 그 학생의 파일을 다시 검토하여 혹시 정신건강 측면에서 문제가 될 만한 것을 간과하지 않았는지 찾아 보라고 요청한다. 우리 입학사정관들은 이런 케이스들을 신중하게 연구하였는데, 앞으로 지원서류를 검토할 때 고위험군 학생들처럼 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이는 지원자들을 잘 선별하기 위한 훈련이었다. 미국 명문대학들의 학부생 자살이 급속히 증가하기 때문에 입학사정관들은 예전에 비해 지원자의 야망이나 능력뿐만 아니라 성숙함이나 인격, 그리고 인생의 고난을 이겨내는 불굴의 의지 같은 것에 더 주목하게 되었다. 입학사정관들은 학생이 제출한 에세이나 교사 추천서, 그리고 인터뷰 보고서와 같은 지원서의 주요서류를 통해 이러한 성격을 판단하고 찾아 낸다. 하버드와 MIT에서 학부생과 대학원생으로, 그리고 입학사정관과 카운슬러로 오랜 세월을 보내면서 필자 자신이 수 많은 학생 자살을 목격하였고, 그 중에는 한국 학생도 많았다. 부모님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한국 사회의 규범으로부터 오는 압력도 받으면서, 스스로 기준을 높이 잡아 놓은 한국 학생들은 점점 소외되고, 외롭거나 절망으로 빠지곤 했다. 그들 중 많은 사람들이 자신들 내면의 불안감과 실패의 경험을 어떻게 대처하고 다스려야 하는지를 모르고 있었다. 부모님을 실망시킬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으로 인해 너무 많은 학생들이 심한 스트레스와 정신적 갈등, 그리고 자기파괴적인 행동을 겪고 있었다. 대학 진학을 준비하면서 학부모들은 자녀들에게 바이올린 레슨이나 축구교실, 혹은 여름방학 프로그램을 도와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인격을 함양할 수 있는 레슨이나 경험의 기회를 제공해 주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학생들은 실패해도 괜찮다는 것을 어려서부터 배울 필요가 있다. 실패를 미래의 성공을 위한 디딤돌로 생각할 줄 알아야 한다. 성공과 실패에 상관 없이 가족들은 자신을 사랑하고 응원하고 있다는 사실을 학생들이 아는 것이 필요하다. 자신의 정체성과 자존감은 학점이나 SAT 성적 혹은 대학 졸업장과는 전혀 다른 것임을 분명히 알게 해 주어야 한다. 상당수 한국 학생들은 뛰어난 학업 능력과 과외활동 재능은 증명이 되는데, 그들의 지원서를 보면 자신들이 한 인간으로서 성숙하고, 유연하며, 유머도 넘치면서 균형 잡힌, 그래서 호감이 가는 사람임을 보여주는 데는 부족하다. 바로 이런 점이 필자가 수 많은 아시아 학생들을 인터뷰하고 대학진학을 도와주면서 느낀 그들의 가장 큰 약점이다. 이런 성격적 특징들은 하루 아침에 뚝딱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오랜 세월에 걸쳐 개발되는 것이며 그것들을 가르치고 본이 되어 줄 부모들도 필요하다. 이것이 성공적인 부모가 되기 위한 어려운 과제이지만 불행하게도 많은 부모들이 간과하는 것이기도 하다. 유머 감각, 불굴의 정신, 진실됨, 그리고 깊은 사고와 인격, 이러한 요소들을 이 세대의 젊은 한국 학생들에게서 더 많이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런 품성들을 갖추면 대학에 진학할 때에도 도움이 되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앞으로 닥쳐 올 인생의 도전들을 이겨나가는데 도움이 된다는 점이다. 필자가 하버드 4학년이었을 때 자살로 생을 마감한 같은 학년 친구의 장례식에 참석한 적이 있었다. 뉴저지에서 온 같은 한국교포 친구였는데 졸업을 불과 넉 달 남겨 두고 있었다. 그 날 그 친구의 어머니가 슬픔에 잠겨 나에게 하신 말씀을 결코 잊을 수가 없다. “내가 그렇게 하버드 가라고 하지만 않았어도 나는 아직도 아들이 있을텐데.” 중고등학교 학생들과 그 부모님들을 상담할 때 친구 어머니의 이 말씀이 종종 내 귓가에 울린다. 그래서 필자는 진심으로 학생들과 부모님들께 대학 진학보다 더 중요한 것들이 있음을 상기시킨다. 이것이야 말로 우리가 대학 진학을 위해 함께 그 길을 가고 있을지라도 항상 기억해야 할 엄숙한 진리이다. 앤젤라 엄 (Angela Suh Um) 보스톤 아카데믹 컨설팅 그룹(Boston Academic Consulting Group) 앤젤라 엄은 메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에 본사가 있는 보스톤 아카데믹 컨실팅 그룹(Boston Academic Consulting Group, Inc.)의 수석 컨설턴트이다. 보스톤 아카데믹은 미국 내 명문대학을 지원하려는 학생들을 위한 교육적 자문을 제공하는 최고의 회사이다. 앤젤라 엄은 하버드 졸업생으로서 하버드 케네디스쿨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하였다. 하버드와 M.I.T.에서 입학사정관(Admissions Officer)으로 오래 활동하였다. 앤젤라와 보스톤 아카데믹에 관한 보다 자세한 정보 @ www.BostonAcademic.com, (617) 497-7700. ⓒ 보스톤코리아(http://www.bostonkorea.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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