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의 세상 스케치 - 238회
보스톤코리아  2010-03-08, 13:53:00 
"신문에서 우리 딸 봤어요?"
하고 밝은 웃음을 건네오는 같은 동네의 오래도록 알고 지내는 분이 말을 건네온다.
"아직 못봤는데…." 하고 말꼬리를 흐리는 네게 환한 웃음으로 다가와 함께 마주하며 한참을 얘길 나누었다.
"우리 집에서 신문에 처음 나온 사람이 작은 딸(Donna)이라니까요?" 하는 얘기에 화들짝 함께 웃음을 터뜨렸다.

"아니, 신문 여기저기에서 매일 뵙는 분이 남편(치과의사) 아니셨나요?" 하면서 또 한바탕 웃고 말았다.
"정말, 지난번 인사도 못 드렸는데 Donna가 BU 한인 학생회장이 되었다면서요, 축하드려요."
하고 늦은 인사를 나누며 아이들 얘기에 한참 이어졌다.

이번 3월 20일 '뿌리'라는 제목을 두고 BU 한인 학생회 주체로 "한국 컬처쇼"를 개최하게 되었단다. 한인 학생회장에 같은 동네에서 살아 어릴 때부터 잘 아는 'Donna Shin'이 되었다는 얘기에 어찌나 고맙고 자랑스럽던지 우리 집 아이가 학생회장이 된 것처럼 기뻤다. 그런데 이번 이 행사를 곁의 임원들과 함께 계획하고 하나씩 실천해가는 모습이 얼마나 대견스러운지 자랑스럽기 그지없었다. 아직은 부모의 입장으로 보면 여린 딸이지만, 여기저기 한인들의 업소를 찾으며 행사의 안내와 함께 도움도 부탁하는 모습에 감동하고 말았다.

미국에서 태어난 '코리안 아메리칸' 한국인 2세들이 자기의 정체성을 찾고자 오랜 우리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언어의 '뿌리'를 잊지 않고, 잃지 않으려는 그 마음이 진정 고맙고 자랑스러웠다. 미국 땅에서 당당히 한국의 뿌리를 키우며 든든히 서고자 애쓰는 모습이 참으로 아름답지 않은가. 이번 BU 한인 학생회장을 맡은 Donna Shin은 어릴 때부터 가까이에서 보아왔지만, 곁의 친구들과의 관계도 좋았을뿐더러 통솔력도 좋았다는 기억이다. 우리 집 딸아이와도 가깝게 지냈으며 넉넉한 성격에 곁의 친구들이 다들 좋아했었다.

"글쎄, 김연아 선수는 어머니의 노력과 정성이 컸다는데…." 하고 다나 어머니가 웃음 섞인 얘길 해온다.
"정말 큰일이에요!" 특별히 도움을 어떻게 주어야 할지 모르겠다며 걱정어린 딸의 대견함을 전해준다. 지금까지 BU 한인 학생회에서 6여 년을 이끌어왔던 행사라고 한다. 이번 행사가 잘 치러지기를 바라는 엄마의 사랑 담긴 마음일 것이다. 한국전통문화에 늘 관심이 많은 내게 이번 행사는 특별하다 싶었는데, 이번 봄 방학에 우리 집 딸아이와 여행계획이 같은 날짜라 그 자리에 가지 못하고 아쉬운 마음만 남겨놓게 되었다.

물론 개인적인 사정으로 그 행사에 갈 수 없지만, 그 행사를 위해 준비 과정 중에 '작은 도움이(홍보)' 노릇을 하고자 생각했다. 이번 행사에 많은 한인의 참여가 있길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다. 타주에서 공부하던 한인 자녀(대학생)들도 Spring Vacation으로 집으로 돌아오는 시기이기에 더욱 좋은 기회라는 생각이다. 자녀들과 부모 그리고 가족들이 함께 이 행사에 참여할 수 있다면 더 없을 귀한 시간일 것이다. 코리안 아메리칸으로 자라는 어린 자녀들에게 자신의 정체성을 찾을 수 있는 좋은 시간이라는 생각이다.

뿌리를 찾으려는 어린 가슴들이 참으로 고맙지 않은가. 타국에 살면서 여기에서 태어나고 자란 아이들에게 가르치고 싶어도 힘든 내 조국의 뿌리를 이렇게 나누려는 그 마음이 아름답고 자랑스럽지 않은가. 이민 1세대들이 삶의 현장에서 사는 일이 급급해 자녀들에게 한국의 뿌리에 대해 제대로 가르치지 못하고 지냈던 것이 사실이다. 그 버거웠던 타국에서의 삶이 이제는 조금은 여유를 가질 수 있는 귀한 시간일 것이다. 바로 이 시점이 이민 1세대들의 힘겨웠던 삶과 이민 2세대들이 함께 마주할 수 있는 아름답고 소중한 시간이다.

'나무는 뿌리만큼 자란다'고 하지 않던가. 미국에서 태어난 '코리안 아메리칸'의 한국인 2세들이 자기의 정체성을 찾고 타국에서 이민자로서 당당히 뿌리를 내리고 자랄 수 있기를 소망으로 남겨본다. 이번 행사를 위해 열심히 몸과 마음으로 애쓰는 BU 한인 학생회 여러 임원과 회장 Donna Shin에게 큰 박수와 응원을 보낸다. 또한, 곁에서 마음을 졸이며 조바심으로 있을 그들의 어머니들께도 감사와 고마움을 전한다. 이번 행사가 이민사회에 든든한 뿌리가 될 수 있기를 소망해 본다.

시인 신영은 월간[문학21]로 등단, 한국[전통문화/전통춤]알림이 역할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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