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은 절망이 아닙니다
보스톤코리아  2006-09-26, 23:06:27 
1991년 아주 추운 겨울 한 날...,
이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날, 가슴이 설레고 벅찬 날을 맞았습니다. 딸아이가 막 첫 돌을 보내고 며칠 후 작은 아이를 낳게 되었습니다. 친정 집에서 딸만 넷을 낳아 기르셨던 친정 부모님 그리고 내게는, '아들'을 낳은 감격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기쁨이었습니다. 딸아이에게는 미안한 마음이지만 그 날의 마음은 그랬습니다.
그렇게 아이를 낳는 일이, 한 아이의 엄마가 되는 일이 힘들지만 귀한 생명을 주심이 너무도 감사한 날이었습니다. 뱃속의 아이와 늘 엄마인 나는(태교의 나눔을 통해~)대화는 해 왔지만, 서로의 얼굴을 처음 대면하던 날이었기에 또한 감동인 날이었습니다. 몇 번을 마음의 기도를 드렸는지 모릅니다. 진정 가슴 깊이에서 오르는 감동의 행복한 하루를 맞았습니다. 기쁨도 잠시 뿐, 하룻밤을 지낸 다음 날 병실 밖에서 웅성웅성 소리가 들렸습니다. 간호원들의 발자국 소리가 바삐 움직이는 급한 소리가 내 귀에 가까이 들려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 몇 사람의 의사 선생님들과 간호원들이 병실을 찾았습니다. 그리고 아이에게 산소호흡기를 꼽더니 '사진'을 찍습니다. 가슴에는 여기저기 무엇인가 붙여놓고 얼굴을 다 가리고도
모자랄 산소호흡기를 핏덩이 아이에게 씌우고 있었던 것입니다. 물어 볼 사이 없이 '사투가 걸린 바쁜 상황'이었습니다. 남편이 전해오는 말, 아이가 심장에 이상이 있어€보스톤 시내의 병원으로 급히 가야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아이와 남편은 그렇게 급한 걸음으로 떠났습니다. 조금 후 한 간호원이 '사진 한 장'을 가지고 왔습니다. 엄마는 놔두고 아이만 데리고 떠난 것이었습니다.따라갈 수도, 무슨 영문인지도 정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아들과 엄마인 우리 모자는 잠시의 '생이별'이었습니다.
그리고 삼일 째 되는 날, 아이가 있는 보스턴 시내 병원으로 찾아갔습니다. 내 가슴 안에 가득한 아이는 잘 찾아지지 않았습니다. 그 중환자 실에는, 여러 명의 아이들이 심장병으로 얼굴에 산소마스크를 하고 누워있었습니다. 그리고우리의 아이를€찾을 수 있었습니다. 울음이 복받쳤습니다. 아이를 보는 순간, 고마움과 설움이 한꺼번에 출렁이는 파도 마냥 토해졌습니다. 다른 아이들 중에는 중환자 실에서 심장수술 후 누워있는 핏덩이들이 여럿 있었습니다.차마 볼 수 없는 아픔이고, 고통이었습니다. 등으로 길게 내리 줄그어진 수술자국을 보며, 참을 수 없는 눈물을 흘리고도 모자라 가슴으로 담았습니다.
감사가 이처럼 귀한 것임을 처음 깨달았습니다. 남편의 눈에서 흘리는 눈물을 처음 보았습니다. 그것은 가슴에서 흘러 넘친 '피눈물'임을 알았습니다. 참았던 눈물을 흘리던 그 사람을, 그저, 감사했습니다. 원망의 마음은 들지 않았습니다. 이만큼에서 지켜주심이 감사하다고 고백을 했습니다. 어둠이 드리워진 곳에서의 가느다란 실 빛을 나는 그 때에 처음 보았습니다. 그 빛을€나는 꿈의 희망의 소망의 처음보았습니다. 아이는 그렇게 자주 병원과 집을 오가며 치료를 받았습니다. 하루에 4번씩 먹여야 하는 약은 핏덩이 아이의 목(목구멍~)에 넣어주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또한 시간 맞춰 꼬박꼬박 챙겨야 하는 일은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시간이 흘러 첫 돌을 맞았습니다. 진정 고마운 날이었습니다. 이만큼 건강하게 자라주는 것이 감사임을 또 알았습니다.
그렇게 하기를 7년을 했습니다. 그리고 담당의사가 말해왔습니다. 아이가 많이 좋아지고 있다고, 약의 숫자와 수치를 줄여보자는 의견을 내어놓았습니다. 너무도 감사한 날을 맞았습니다. 우리는 몇 달을 그렇게 약의 수치를 줄여가며 가슴마저 조이며 보냈습니다. 약을 줄이고 있는데 '정말 괜찮을까?' 하는 마음과 '괜찮을 거야!' 하는 마음이 오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아이는 약물을 중단하게 되었습니다. 학교를 보내 놓고 엄마인 나는 얼마나 마음을 조렸는지 모릅니다. 갑자기 전화라도 올까. 싶어 기다리고 또 기다리곤 했습니다. 학교 시간이 끝날 때쯤 아이들 픽업 가서 만나면 어찌나 반갑고 고마운지 모를 일이었습니다. 특별한 어려움 없이 아이가 잘 자라주었습니다.
이 녀석은 영감처럼 점잖고 순해서 엄마에게 핀잔 듣는 일이 없었습니다. 학교 학년이 오를수록 공부도 잘해옵니다. 어느 날인가? 성적표를 받아왔습니다.€글쎄, 올 A를 받아온 것입니다. 이 엄마는 너무도 좋아서 어쩔 줄 몰라했습니다. 그리고 할머니 할아버지께 자랑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이것도 모자라, 참으려 애를 쓰다 친구들에게도 자랑을 합니다. 그것은 꼭, '스트레잇 에이'를 받아 온 이유만은 아니었습니다. 마음에 담아놓은 설움의 녀석이 하고 기특해서, 쏟아 놓는 기쁨이었습니다. 이렇게 건강하게 자라준 것이 고마워서 흘리는 눈물이었던 것입니다. 아들을, 자식을 자랑하는 어미의 모습이 때로는 보기 싫은 모습임을 알면서도 어찌 할 수가 없었습니다. 정말 솔직한 마음이었습니다.
그렇게 잘 자라주어 고맙고 대견하고 감사한 녀석입니다. 늘 이렇게 건강하게 지내도록 지켜주신 그 분께 감사의 찬양을 올립니다. 이 녀석이 엊그제 풋볼 연습 캠프를 다녀왔습니다. 헌데, 운동을 시작하면서부터 '첼로 연습'을 게을리 하며 여러 핑계를 만들어 놓습니다. 그러더니 어느 날인가부터 오케스트라 연습을 할 시간이 도저히 안 된다면서 운동 연습을 얘기해 옵니다. 그 아이의 엄마가 어찌 자식의 마음을 모를까. 벌써 알아차린 엄마였습니다. 얼마 후 좀 첼로는 쉬고 싶다는 얘길 꺼내오기에, 마다하지 않고 그렇게 하라고 했습니다. 갑자기 낮은 음으로 흐르는 '첼로'소리가 그리운 날입니다. 잿빛 하늘과 잘 어울릴 '첼로 음이...,' 어렵지만 힘들지만 그래도 그 가운데 만날 수 있는 또 다른 기쁨이 기다리고 있음을 알아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 모두에게는 어둠은 절망이 아님을 또 하나의 꿈이고 희망이고 소망임을 깨닫는 날입니다.

시인 신영은 월간[문학21]로 등단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한국[전통문화/전통춤]알림이 역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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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 칼럼니스트    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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