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이민자)은 누구?
보스톤코리아  2006-09-19, 08:23:53 
아이들이 어려서 남편과 말다툼을 할라치면 언제나 내 편에서 먼저 '정지(stop)'란 말을 했었다. 그것은 게임(말다툼)에서 항복한다는 '하얀 깃발'은 절대 아니었다. 우리가 어려서부터 익히 들어왔고 아이들이 자랄 때 늘 일러주었던 것처럼 건널목의 '횡단보도'에서 취하는 우리의 포지션이다. "일단 정지! 그리고 확인하기(stop and look!" 이렇게 얼마나 많은 시간과 세월 속에서 배우고 익히고 실천하며 살아왔을까? 문득, 작은 일이지만 커다란 삶의 지침이 되는 이 단어와 문장 앞에 잠시 '묵상'의 시간을 만난다.
요즘 어느 메스컴들(TV, 신문, 메거진)을 만나도 '핵 = 북한'이란€'미운오리 세끼'의 슬픔을€쉬이 만날 수 있다. 차라리 아무런 상관도 없는 저기 남의 나라의 일이면 좋겠다. 그야말로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지!"하는 옛 어른들의 말처럼 그렇게 여유로운 관계(사이)였으면 좋겠다. 어려서의 일들을 떠올리면 집안에서 티격태격 싸우던 형제들도 밖에 나가서 제 형이나, 동생이 다른 친구에게 얻어맞기라도 한다면 열을 올리고 핏발을 세우며 달려들던 모습들이 떠오른다. 그래, 그렇다면 진정 '북한' 지금 전 세계에서 '미운오리 세끼'로 낙인찍힌 그들은 바로 남이 아닌 내 형제인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더욱이 미워지는 마음은 왜일까? 똑똑해서 잘나고, 잘나서 잘살면 내게 손내밀고 빌붙을 일없으니 편안한 것이 남이 아닌, '나의 편안함'이기 때문인 것이다. 이기주의 적인 생각 같지만, 정말 그렇다면 얼마나 좋을까? 오랜만에 만나서 즐겁고 행복한 정담을 나누며 다음의 약속을 기약하며 헤어질 수 있는 형제들처럼 말이다.
가끔 미국사람들 틈에서 있다가 '너는 어느나라 사람인가?' 하고 물으면 얼른, "서울 코리아, 사우스 코리아"라고 대답하는 내 몰골 속의 담긴 속마음에 혼자 웃음 하나 쳐보는 일이 나의 요즘 생활의 한 부분이기도 하다. 뒤통수를 그들에게 보여주며 돌아오는 발걸음은 그리 상쾌하지 못하니 이 또한 무슨 일? 사람 사는 일이 참 생각하면 재미있고 우습기도 한 것이다. 어제의 친절했던 친구가 오늘의 적이 될 수도 있으니 어찌, 사람과 일에서 뿐일까? 요즘 돌아가는 세계정세를 가만히 살펴보면 정말 쓴웃음마저 짓지 않으면 볼 수 없는 일들이 수 없이 많다. *--웃음--*이란 것이 이렇듯 가슴 벌려 활짝 웃을 수 있어야 할 텐데, 쓴웃음으로 짓는 웃음 끝은 무슨 망치에라도 맞은 듯 가슴이 답답해 온다.
지구를 반 바퀴를 더 돌아야 갈 수 있는 내 조국, 거리로 말하자면야 어찌 이리도 멀까? 하지만 마음으로야 늘 곁에 함께 숨쉬는 내 형제요. 내 가족들이고 이웃인 것이다. 북한이 미사일 발사 이후 미국에서 '대북압박 강경 입장'을 밝혔으며 실행에 옮겨 목을 계속 윽조이고 있다. 죽지 않을 만큼에서의 답답한 숨은 사람을 말리기에 안성맞춤인 것이다. 그래, 이렇게 그 상황을 남의 일 바라보듯 바라다보면 그만인 것일까? 미국에서 터를 잡고 내 자손들과 잘 살아가고 있는데, 그냥 이렇게 잘 살면 되는 것일까?
싸움이 잦은 부모들 밑에서 자란 아이들은 '자신감'이 부족한 편이라는 얘길 들었다. 눈치를 봐야하기에 엄마편도 아빠편도 들 수 없는 가슴은 오죽할까. 그러니 '눈치'만 늘어가는 것이고 제 의견을 확실하게 표현하지 못하니 '자신감의 결여'는 당연한 일일 것이다.€그나마 내 부모 밑이면 그 얼마나 '축복'일까마는 요즘처럼 미국인이나, 한국인이나 이혼가정이 늘고 있는 실정에 양쪽 부모 중 새엄마, 새 아빠와 함께 사는 일들도 비일비재한 현실의 일이다. 이와 마찬가지로€진정 미국에 살고 있는 우리들, 이민자들은 누구일까? 미국이 모두 모여 함께 살아가는 연합국가이긴 하지만 이런 일이 불그러질 때면 언제나 '눈치를 살펴야하는 사람'이 되고 만다. 이럴 때€진정 누구의 입장에서 ‘내 생각’을 말할 수 있을까? ‘코리안 아메리칸’이니 나는 미국의 입장에 서서 북한 동포들의 잘못만을 탓할 수 있을까? 아니면 내 동포들의 안타까움으로 북한을 옹호하는 입장이 될 수 있을까?
쉽지 않은 고민에 마음이 상하는 날이다. 그것뿐일까? 요즘은 '독도'문제도 그러하거니와 오늘 아침 뉴스를 만나니 '이어도'까지도 중국이 한국 땅이 아니라고 한다니? 도대체 이 어처구니없는 일 앞에 넉 놓고 있다가는 '눈뜨고 코베이는 격은 아닐까?' 싶다. 그러니 생각을 모아 정신을 차려서 어떻게 해야 제일의 최선의 방법인지 대안을 찾아봐야 할 일일 것이다. 한 개인이 뭘 어떻게 할까마는 그래도, 마음을 모으고 기도(염원)라도 할 수 있다면 또한 감사한 일 아닌가. 어느 쪽이 옳고 그르고 따지자면 끝이 없을 일일 터, 우선은 들어줄 수 있는 입장이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내치지 말고 문을 닫아버리지 말고 '대화'할 수 있도록 우리는 중간(다리) 역할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또한 우리들의 2세들이 열심히 건강한 몸과 마음과 정신으로 자라서€'튼튼한 자리 매김'을€€할 수 있어야 할 일이다.
무엇보다도 '일꾼'이 필요한 일이라는 생각이다. 내 생각을, 내 말을 전달해 줄 수 있는 중간 역할을 담당할 그런 '일꾼'이 꼭 필요한 것이리라. 개인의 약한 힘으로는 아무 것도 이행하기 힘든 것이다. 어느 분야에서든 열심히 자기 맡겨진 일에 프로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예를 들면 일본인들은 어느 곳을 가든지 자기네들 '문화'를 알리기에 힘쓴다. 전시관이든, 도서관이든 그 어느 곳을 가더라도 열정적으로 자기네들 자비를 들여서도 투자를 하는 것이다. 늘 우리 한국인들은 여기에서 밀리는 것이다. 가까운 도서관을 가더라도, 중국과 일본의 자료들은 눈에 띈다. 하지만 우리 한국의 자료들은 눈에서 찾아보기가 어렵다. 이런 일들이 하루아침에 될 일은 아니지만, 어느 곳에서든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정신'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친정이 든든하면 시집에서도 대접을 받는다'는 옛 말처럼 내 나라, 내 조국이 당당하게 잘 살아야 이민자들인 우리들이 당당하고 멋진 삶을 이어가지 않을까 생각을 해보면서...,


시인 신영은 월간[문학21]로 등단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한국[전통문화/전통춤]알림이 역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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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 칼럼니스트    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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