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의 세상 스케치 - 218회 |
보스톤코리아 2009-10-12, 15:13:33 |
숲을 보려면 밖에 나와야 하고, 큰 숲일수록 멀리서 봐야 숲의 윤곽을 제대로 볼 수 있다. 깊은 숲 속에서 눈에 보이는 것은 모두가 나무뿐이다. 다(多) 민족이 함께 어우러져 사는 미국은 다른 민족의 전통이나 문화, 언어 그리고 종교에 대해 너그러운 편이다. 내 것이 중요하면 그만큼 남의 것도 중요하다는 것을 일러주고 있다. 조국을 떠나 먼 타국에서 20여 년의 세월동안 생활에서 배운 것이라면 바로 내 것뿐만 아니라 내 것만큼이나 남의 것도 소중하다는 것을 배웠다.
엊그제는 한국 인터넷 뉴스를 통해 '한글을 공식문자로 채택한 찌아찌아족'의 소식을 듣게 되었다. "찌아찌아족은 인도네시아 술라웨시_가라주(州) 부톤섬에 사는 인구 8만여명의 소수민족이다. 종교는 이슬람이 대세(95%)이지만 수호령이나 악령, 조상령 등 토속신앙이 그대로 살아 있으며, 힌두교의 영향으로 환생을 믿는 사람도 많다. 고유어인 찌아찌아어는 오스트로네시아 어족에 속하며, 최근 한글을 공식문자로 채택해 바우바우시내 찌아찌아족 밀집지역인 소라올리오 지구의 초ㆍ고교 2곳에서 한글ㆍ한국어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 - <연합뉴스 2009/09/20> 이 뉴스 기사를 접하며 내 조국의 한글과 한국어가 다른 민족의 '공식문자'로 쓰인다는 것이 감동으로 다가와 온몸과 마음을 전율케 했다. 언어는 그 민족의 오랜 역사와 전통과 문화 그리고 민족혼(民族魂)의 뿌리를 말해준다. 이것저것 따질 것 없이 새것을 추구하는 요즘의 세태에서는 오래된 것은 그저 버려야 할 낡아빠진 구질구질한 물건쯤으로 여기기 쉽다. 눈에 보이는 새로운 것은 사람의 마음을 유혹하기에 충분하다. 특별히 요즘 젊은이들에게는 더욱이 새것에 대한 선택에 있어 옛것에 대한 미련이나 아쉬움은 없는듯싶다. 요즘 젊은이들이 들락거리는 한국의 거리를 다니다 보면 여기저기에 걸려진 멋진 영어판뿐, 한글판은 찾아보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그만큼 영어라는 것이 대한민국의 여러 곳에 뿌리 내린 결과라고 보겠다. 잠시 멈춘 발걸음에 가슴에 구멍이라도 뚫린 듯 휑한 바람이 스쳐 지난다. 새로운 것을 찾아 배우고 익히는 것이 무엇이 나쁠까마는 혹여 옛것의 귀한 전통을 잃어버리지는 않을까, 하는 노파심이 생긴다. 한국 교육이 요즘처럼 어린이로부터 어른에 이르기까지 '영어교육'은 기본이라는 교육목표 앞에서 '한글교육'이 서글퍼진다. 멀리 있어 가끔 찾는 조국의 모습이 더 가슴에 와 닿는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그에 대한 특별히 내세울 방안이나 그 무엇도 없다. 다만, 타국(미국) 땅에서 자녀들에게 내 조국의 언어(한글과 한국어)를 가르치려 애쓰는 이민자들의 부모와 한국학교 선생들의 간절함과 배우려는 한국 2세 아이들의 모습이 떠올라 더욱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굳이 생활 영어를 배우는 것에 그치지 않고 한국어를 제쳐놓고 영어를 쉼 없이 배우고 가르치려는 한국교육 방침에 못내 아쉬움이 남는다. "한글보다 뛰어난 문자는 세계에 없습니다", "미국 메릴랜드대 로버트 램지 교수는 6일 워싱턴 D.C. 주미한국대사관 코러스하우스에서 '왜 우리는 한글날을 기념하는가'라는 한글날 563돌 기념 특별강연을 통해 한글의 우수성과 한글창제에 담긴 소중한 인본주의 정신을 거듭 강조했다. 언어학자인 램지 교수는 "한글은 소리와 글이 서로 체계적인 연계성을 지닌 과학적인 문자"라면서 "한글은 어느 문자에서도 찾을 수 없는 위대한 성취이자 기념비적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 <연합뉴스 2009/10/07> 한글은 유네스코에 등재된 유일한 언어이며 '모음과 자음(홀소리와 닿소리)'이 어우러져 과학적, 철학적, 미적 가치를 표현한 으뜸 언어라고 한다. 한글은 하나의 소리와 글이 연결되어 리듬을 따라 흐르기에 말하는 이나, 듣는 이나, 쓰는 이나, 읽는 이 모두가 편안하게 표현하고 받아들일 수 있다는 과학적인 근거가 되는 것이다. 또한, 훈민정음의 바탕이 된 '인본정신'과 '음양오행'의 기본원리와 우주의 원리인 '태극사상'의 한글은 그 어느 민족의 언어와도 견줄 수 없는 우리 '민족의 얼과 혼'이 담긴 언어이다. 시인 신영은 월간[문학21]로 등단, 한국[전통문화/전통춤]알림이 역할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 보스톤코리아(http://www.bostonkorea.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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