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순구 연세대 교수에 경제를 묻다
보스톤코리아  2009-06-29, 12:32:37 
미국발 금융위기로 촉발된 경기침체가 본격화 된지도 근 1년이 다 되어간다. 미국내를 살펴 본다면 내로라하는 대표적 미 기업들이 경기침체의 무덤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그 간판을 내리거나 새로운 주인을 맞이해야 했고, 늘어나는 실업률과 소비심리 감소로 경기는 좀체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번 경기침체의 바닥이 도대체 어디인가를 두고 경제전문가들 간의 치열한 논쟁이 계속되고 있는 와중에, 보스톤 코리아는 하버드 대학교에 안식년을 맞아 방문한 연세대학교 한순구 교수를 만나 최근 경제흐름에 대한 진단과 전망을 들어봤다.

<이하 한순구 교수와의 일문일답.>

- 예전 하버드에서 공부할 때와 비교해, 보스톤 지역에 변한 것이 있다면.:
98년에 하버드에서 공부를 마치고 보스톤을 떠났는데, 그 당시 빅딕(Big Dig)이 공사가 막 시작된 때였다. 외관상으로는 별로 그리 달라진 점은 없는 것 같다.

기본적으로 미국이 한국에 비해 변화가 느린 편이라고 생각한다. 공부할 당시에는 하버드에 아시아계 학생들이 얼마 없었지만, 요즘은 아시아계 학생들의 수도 더욱 늘어났고, 학교에 적응도 훨씬 더 자연스럽게 빨리하는 것 같다. 조기유학과 미국동포의 영향도 있을 것이다.

- 레드삭스의 광팬이라고 알고 있다.:
한국에서 수업할 때도 수업 시간에 양키스 모자나 옷을 입고 온 학생은 맨 앞자리에서 따로 수업을 들어야 한다. (웃음) 이 학생들에게는 질문을 유난히 많이 해서 레드삭스 팬이 되도록 유도하고 있다.

(웃음) 이번에 보스톤에 와서는 초등학생인 아들과 함께 팬웨이 파크도 자주 가서 대를 이어 레드삭스 팬으로 만들고 있다. 반면, 아내는 뉴욕에서 공부를 해서 양키스 팬이었는데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 레드삭스 팬으로 ‘개종’시켰다.(웃음)

- 본격적인 경제질문으로 들어가겠다. 미 재무부에서는 올 해 말 이후에 경기가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 했는데, 경기침체의 바닥을 언제로 진단하고 있는가.:
바닥의 정확한 시점을 맞춘다면 교수 안하고 증권시장에서 돈을 벌고 있을 것이다.(웃음) 혹자들은 경기회복 곡선이 ‘더블유’를 그리면서 다시 한번 경기침체를 겪을 것이라고 진단하기도 하지만 다시 그렇게 나빠질 거라고는 보지 않는다. 하지만 그 시점은 상당히 유동적이기 때문에 정확한 시점은 뭐라 말하기 어렵다. 앞으로 실업이 조금 늘어나는 건 사실이겠지만, 금년 말이나 내년 초부터는 상승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 오바마 정부가 ‘미국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GM을 파산시키고 회생절차를 보증해주는 정책에 대해서는 어떤 견해를 갖고 있는가."
경제 위기가 많은 사람들에게 고통스러운 것은 사실이지만 한편으로는 부실기업을 정리하거나 구조조정을 통해 경제의 내실을 다질 수 있는 기회라는 점에서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는 것 같다. 미국 입장에서도 부실덩어리인 GM에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으로 계속해서 봐주기에는 무리였을 것이다.

하지만 이로 인해 늘어나는 실업률이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오바마 대통령의 리더쉽과 정치력이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IMF때 보았듯이 늘어나는 실업률은 정치가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 중 하나다.

- 왜 미국 금융이 위기를 맞았는지 쉽게 정리해주실수 있는지.:
금융의 본질은 쉽게 말해, 금융기관 입장에서는 돈을 지금 빌려주고 미래에 받는 것이어서 예측과 신용이 필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것이다. 미국에서도 부동산시장을 통한 경기부흥 압력이 존재했고, 무분별한 대출이 늘어나면서 불확실성을 높였던 것이 근본 원인이었다고 본다.

이는 부시행정부 때 가장 심했지만 클린턴행정부 시절부터의 일이다. 그 과정에서 국민과 금융기관 모두 이렇게 역사가 깊고 큰 규모의 금융기관이 무너지도록 정부가 방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믿고 도덕적 해이를 범했던 것이다.

- 오바마 행정부의 위기 관리 조치에 대한 평가는 어떻게 하고 있는가.:
작년 선거 전에 하버드 경제학과 교수들이 학생들을 모아놓고 토론회를 여러 차례 열었는데, 지금 상황에서 오바마가 되든, 매케인이 되든 규제를 강화하는 쪽으로 비슷한 정책을 취할 것이라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매케인이 되었어도 중요 산업에는 자금지원이 있었을 것이고 정리할 산업은 정리하는, 지금과 비슷한 조치가 행해졌을 것이다.

-한국 경제에 대한 진단을 해본다면.:
미국경제는 남의 나라라 잘 모르고, 한국 경제는 일 년 간 떠나 있어서 더 잘 모른다.(웃음)
지금까지는 고환율 덕으로 수출이 많이 늘어나 세계경제의 불황여파를 조금이나마 견딜 수 있었다고 본다. 900원 하다가 1500원까지 올라 갔으니까 외국인이 보기에는 한국산 물건이 반값인 셈이었으니 수출에는 호재였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이것을 한국경제의 저력이라고 해석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본다. 앞으로 환율이 내려가면서 수출 증가율이 둔화됨에 따라 수출기업들의 타격이 실업률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할 수 있다. 결국 미국 경제와 한국 경제가 밀접한 연관성을 갖고 있고 미국 경제가 악화되면 한국 경제는 그 여파가 증폭돼서 미치기 때문에 미국 경제가 정상을 되찾는 것이 우리에게도 중요하다.

- 정부의 의도적인 고환율 정책이 고환율의 원인이라고 보는 시각에 대해서는.:
정부가 아무리 고환율 정책을 의도적으로 편다 해도 몇 백 원을 올리는 것은 무리다. 환율이 올라간 이유는 한국 경제의 전망을 불안하게 바라봤던 외국인 투자가들이 유동성 확보를 위해 투자금을 회수해 간 것이 주된 이유라고 본다. 물론 정부가 고환율을 방관했던 측면은 있다. 고환율은 부작용도 있지만 수출에 도움이 된 것은 분명하다.

- 경기회복의 가장 큰 암초를 꼽는다면.:
역시나 경제적 위기가 사회적 혼란으로 확대되어 국가 시스템이 붕괴되는 것이 누구나 가장 두려워하는 점일 것이다. 덧붙여 고임금 저효율 체계의 임금구조를 어떻게 손보느냐가 관건이라고 생각한다. 다음으로 빈부격차에 상관없이 높은 질의 교육을 누구나가 받을 수 있도록 시스템화하는 것도 경기회복을 앞당기는 관건이라고 본다.

- 앞으로 미국정부의 경제정책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된다고 보는가.:
금융분야의 적절한 규제는 필요하다. 물론 규제의 적절한 선이 어디인지가 논란거리지만 기본적으로 규제보다는 경쟁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보는 것이 내 기본 원칙이다. 그래서 꼭 필요한 수준 이외에는 경쟁체제를 유지하거나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한미FTA에 관해서도, FTA가 양국 모두에게 이익이고 앞으로의 경제 성장에도 절실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여러 정치, 사회적 이유로 발목이 잡혀있는 상황이라 좀 안타깝다.

인터뷰 : 장명술, 정성일, 이일표
인터뷰 정리 : 이일표 인턴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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