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하다 도끼로 잘라 먹은 손, 동상에 걸렸음에도 불구하고 치료 받지 못해 썩어가는 손과 발, 총탄에 맞은 상처는 아물었지만 뼈는 덜렁거리는 다리, 빈대와 벼룩에게 저항할 힘도 없어 그들에게 살을 파 먹힌 남자. 생지옥을 탈출해 나온 것과 다름 없는 충격적인 모습들이 생생하게 공개됐다.
지난 30일 (토요일) 오후 와반(Waban, MA) 소재 한인천주교 성당에서 김프란치스코(Francis Kim) 신부는 ‘탈북자 삶에 대한 소개’ 라는 주제로 탈북자들의 모습을 영상으로 소개했다.
3시간 가까이 소개한 사진의 모습들은 하나같이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처참한 모습이어서 참석한 사람들은 한숨을 쉬는가 하면 눈물을 흘리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잡히면 죽는 게 낫다. 감옥에 가지 않으려고 쥐약을 주머니에 넣고 다닌다.”는 27세 탈북 청년의 이야기는 탈출하다 잡혀가면 어떤 처벌을 받을 지 짐작케 한다.
김 신부는 그동안 중국 국경을 넘어오는 탈북자들을 도와 먹을 것과 옷을 제공하기도 했고 돈을 주어 보내기도 했으며 연변인들에게 부탁하여 초가지붕 밑에 숨겨 주기도 했다. 그가 1998년부터 11년 간 해온 일들은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많다.
김 신부는 그 과정에 공안에게 잡혀가 심문을 당하는 고초를 여러 번 겪기도 했으나 이에 굴하지 않고 한결같이 그들을 거두어 왔다.
그 동안 성당의 후원을 받아 탈북자를 도와 온 김 신부는 후원금 자체 조달을 위한 사업의 일환으로 지난 2000년 중국에 농장을 지어 소, 닭, 개 돼지 등을 사육하고 옥수수, 콩 등을 생산하며 탈북자들을 거두고 있다.
“지난해에는 콩 50톤을 수확해 메주를 가루로 만드는 데 성공,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국내판로를 개척할 계획”이라는 게 김 신부의 말이다.
집, 우사 모두 직접 설계한 김신부는 기계공학과 출신으로 건축 과정에 쇠가 필요할 때면 고물상에서 쇠를 구입, 직접 용접해 사용하는 등 농장을 시작부터 끝까지 자체적으로 완성했다. 물론 이 일을 하는 데는 자원 봉사자 및 북한 탈북자 몇 명이 함께 했다.
탈북자들의 사진을 보고 난 김민정(여, 20대) 씨는 “영상으로 보니 그 동안 알고 있던 것보다 훨씬 더 충격적이다. 같은 민족인데 우리와 전혀 다른 비참한 생활을 하는 걸 보니 가슴이 너무 아프다.”고 말했으며 “동물도 그와 같은 생활은 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한 참석자의 “북한 주민들이 바깥 세상을 알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알기 때문에 오는 것이다. 모르면 오지 않는다.”고 대답한 김 신부는 이 일을 하는 궁극적인 목표는 “북한에 가서 그들에게 기술 등을 가르쳐 자립할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 날 함께 자리한 김은한 박사와 강찬구 씨는 “우리가 해야 할 일을 신부님이 혼자 하고 있다.”며 “가서 돕는 일은 아니더라도 탈북자와 신부님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도와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김현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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