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흘리며 뉴스 진행하는 글렌 벡
보스톤코리아  2009-04-07, 08:36:47 
금융 위기와 오바마 정부의 진보적인 성향을 독설적인 어조로 공격하는 방송인이 뜨고 있다. 폭스 뉴스 채널의 오후 5시 뉴스 진행자인 글렌 벡(Glenn Beck)이 그 주인공. 벡은 “헌법이 공격 받고 있다” “경제 대재앙이 다가온다”와 같은 발언을 서슴지 않고 한다.

벡은 CNN방송에서 폭스로 옮겨 뉴스를 진행한지 불과 두 달 만에 230만 시청자를 끌어 모았다. 폭스 뉴스가 케이블 방송이라는 점과 프라임 타임이 아닌 이른 저녁 시간이라는 약점에도 불구하고 대단한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것이다. 뉴욕타임즈(NYT)는 벡이 가장 영향력 있는 방송인 중 하나라고 꼽을 정도다.

벡이 방송에서 보여주는 모습은 다분히 선동적이다. 경제 위기 상황에 덧붙여 풀어내는 오바마 정부에 대한 비판은 종말론적 시각마저 담고 있다. 벡은 때로 격한 감정을 이기지 못해 뉴스 진행 도중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벡은 ‘운명의 날’, ‘워룸’ 등과 같은 극한 상황을 흔히 강조한다. 전세계적인 금융 패닉 가능성과 폭력 확산이 그의 단골 소재이다. 시청자들에게는 만일의 비상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는 경고도 잊지 않는다.

또 조국과 자유를 늘 강조한다. “미국이 사회주의화 되어 가고 있다”, “우리의 신과 믿음
이 공격 받고 있다”면서 함께 맞서야 한다고 소리 높여 외친다.

급상승하는 그의 인기는 침체의 한 가운데 있는 현재의 미국 상황과 무관치 않다. 특히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당선으로 와해됐던 보수 진영이 그를 중심으로 재결집하고 있다고 NYT는 분석했다. 벡의 인기몰이, 오바마 정부와 더불어 월스트릿에 커지는 미국인들의 불만, 공화당의 반격 등이 모두 한데 엮여 있는 셈이다.

NYT는 도덕적 교훈과 분노, 계시적 시각으로 채워진 벡의 방송이 오바마 대통령으로 인해 소외감을 느끼고 있는 보수주의자들을 열광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수 성향의 칼럼니스트인 데이빗 프럼은 “벡의 성공은 조직화된 정치적 영향력으로서의 보수주의가 몰락하고 이질화된 문화적 감수성으로서의 보수주의가 득세하면서 만들어진 산물”이라고 설명했다. 프럼은 벡의 방송을 “스스로 박탈당했다고 주장하는 위기의 소수에게 동질감을 느끼는 이들을 위한 쇼”라고 정의했다.

한편 오바마 대통령의 당선을 전후해 시청률이 떨어졌던 보수 성향의 폭스 방송도 오바마 대통령 취임 두 달 만에 상승 곡선을 타고 있다. 현재 시간대별 최소 시청자수는 120만 명을 웃돌아 경쟁사인 CNN, MSNBC를 두 배 가까이 따돌리고 있다. 물론 폭스 뉴스의 선전에는 벡의 기여가 적지 않다.

벡은 최근 한 인터뷰에서 자신을 1976년도 영화 ‘네트워크’의 주인공 하워드 빌에 비유하기도 했다.

영화 속 뉴스 진행자 빌은 스스로를 미쳤다고 말할 만큼 과장된 풍자와 독설로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대중적 인기가 시들해지자 퇴출 위기에 내몰리고 자살까지 생각하게 된다. 빌은 우여곡절 끝에 재기에 성공하게 되지만 결국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로 인해 진짜 미치고 말았다.

자신에 대한 비유마저 종말론적 성향을 띄고 있는 것이다.

정성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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