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스톤 코리아 초대석> ‘리더십’을 연구중인 이계안 전 의원
보스톤코리아  2009-03-23, 16:03:46 
과거 기업인이자 정치인, 이계안 전의원(민주)의 명함이다.
케임브리지 하버드 스퀘어에서 만난 그는 기업인 같은 날카로움이나 정치인 같은 카리스마가 베어있기보다는 학자 같은 포근함을 건네줬다.
첫인상처럼 이 의원과 얘기를 나눌수록 정치나 기업인과 대화하는 것이 아닌 강의를 듣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그만큼 이의원은 해박한 지식과 막히지 않은 달변을 자랑했다.

소신이 없는 정치인이 존재하지 않겠지만 자신의 방대한 지식과 경험 그리고 자칭 ‘진보(liberal)’라는 정치적 이상이 조합된 그의 정치적 소신은 확실했다.
때로는 민주당내에서도 ‘우파’ 라는 평가를 받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선택에 주저함이 없는 것은 이 같은 소신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지금도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 독서를 비롯한 공부로 하루를 시작하는 이 전의원은 현재 하버드 케네디 행정대학원에서 Research Fellow로서 ‘리더십’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보스톤에서 내일을 위한 도약을 준비하고 있는 이의원을 15일 일요일 오후 만나 그의 근황과 향후 정계 진로에 대한 솔직한 심정을 물었다.

특히 내년 6월 2일로 예정되어 있는 제 5대 지방선거는 이명박 정부 들어 처음 있는 주요 선거라는 점에서 정권에 대한 중간 평가의 성격을 갖고 있다.
중간 평가는 다시 3년 후의 대선 결과로 이어 질 수 있기 때문에 여당, 야당 가릴 것 없이 남은 일 년 동안 선거 준비에 전력을 기울이게 될 전망이다.

서울 시장 선거는 지방선거의 꽃이라고 불려왔다. 서울에 모든 것이 집중되어 있는 한국에서는 서울 민심이 곧 대선 민심이기 때문이다. 이계안 전의원은 제 4대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서울시장 경선에 출마한 바 있다. 인터뷰 전 이의원은 미리 몇몇 향후 진로관련 질문에 대해서는 답변을 삼가하겠다는 양해를 구했다. 그의 진로에 관해서는 올해 5월 연세대학에서 갖게될 강연에서 발표할 계획이라는 것.
아쉬운 점은 샘윤 보스톤 시의원에 대해서 질문했을 때 샘윤에 대해서 거의 알지 못했다는 것. 그는 빠른시일내에 샘윤과 자리를 갖고 그와 대화를 나누겠다고 했으나 향후 정치 파트너로서 역할을 할 수 있는 젊은 정치인에 대한 관심이 적다는 것이 의외였다. <편집자>

<보스톤에서는 현재 어떤 일을 하고 있나.>
하버드 케네디스쿨 08/09학년도 Ash Institute 초빙 연구원(Research fellow)으로 리더십에 관한 연구를 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사장, 현대카드ㆍ캐피탈 회장을 지내면서 기업의 경쟁력 향상뿐 아니라 기업과 사회와의 관계를 항상 고민해 왔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가 리더십의 3대 요소로 Innovation, Integration, 그리고 Inclusion이 세가지를 이야기 했다. ‘integration’ 으로써의 역할에 동의하고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와 고민을 좀 더 구체적으로 연구해보고 싶어 오게 되었다.
대한민국 사회를 정이 흐르고 좀 더 따뜻한 사회를 만드는데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관심있게 연구하는 미국의 대통령은 링컨 대통령과 대공황 이후의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 등이다.

<보스톤에서는 한인들과 교류를 자주 갖는가.>
교회를 다니는데 한인교회를 가지 않는다. 하버드 메모리얼 교회를 다니는데 그 이유는 정말 하버드에 와있는 1년 동안은 미국사회를 연구하고 이해하고픈 욕심에서다. 미국 사회를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우리 나라에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해서다.

<요즘 읽는 책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왜 실패하는가’와 ‘신이 버린 시장’을 읽고 있다.
하지만 독서 얘기를 할 때마다 하는 말이 있다. 삼국지 중에서 ‘오장원의 전투’를 자주 거론하는데 재갈공명과 사마중달(사마의) 간의 치열한 신경전 속에서 재갈공명이 평소보다 적게 먹고 일에만 몰두 하는 것을 알아챈 사마중달은 재갈공명의 죽음을 예견하며 승리를 장담했다고 하는데 이를 식소사번(食少事煩)이라고 한다. 우리가 식소사번의 위기에 처하지 않기 위해서는 손에서 책을 놓아서는 안된다.
비록 언뜻 보면 독서한 내용이 금방 머리 속에서 사라져버리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콩나시루에서 물이 빠져나가는 그 짧은 순간에 콩나물이 자라듯이 독서를 통해 나도 모르게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사회에 기부를 오래 전부터 해온 걸로 알고 있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20대 후반에 이미 돈 벌기 위해 준비하는 기간, 돈 버는 기간과 돈 쓰는 기간을 구체적으로 나눠 번 돈의 삼분의 일은 나와 내 가족들보다는 사회를 위해 써야 되겠다는 생각을 가졌다.
이런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대학과 각종 단체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자 기부를 해왔던 거다.

<가장 닮고 싶은 지도자가 있다면.>
역대 대통령 중 성공한 대통령으로 평가 받는 분이 없어 안타깝다.
굳이 꼽는다면 현대 자동차 사장 시절, 김대중 대통령과의 청와대 만찬에서 직접 목격한 것인데, 김 대통령이 사소한 것도 자기 수첩에 직접 적어 꼼꼼하게 챙기며 노력하는 모습은 정말 높이 평가하고 싶다.
또한 노무현 대통령의 권위주의타파에 대한 공은 시간이 지나면 높이 평가 받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 직장 생활을 하면서 가장 많은 가르침을 받은 고 정주영 회장을 뽑고 싶다. 회사에 막 들어가자마자 잔뼈가 굵은 임원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내가 낸 보고서의 전략대로 회사를 이끌어 가시는 모습이 가끔 그리울 때도 있다. 그래서 항상 시련이 닥칠 때마다 ‘그 분이었으면 어떻게 했을까’하는 생각을 자주 하곤 한다.

<한국 정치와 미국 정치의 차이점이 있다면.>
경제학의 원리를 빌려 설명하자면 완전경쟁시장이론에서 시장참여자는 가격수용자(Price Taker)지만 독점내지 독점적 경쟁시장에서의 독점적 지위를 갖는 자는 가격결정자(Price Setter)라고 한다.
즉, 미국이라는 슈퍼파워는 후자의 가격결정자라면 한국은 전자의 가격수용자로서의 지위를 갖고 있다고 보는 것이 현실적인 평가가 아닐까 생각한다.
미국이 만들어 놓은 세계질서에 우리가 어떻게 적응하고 사는냐가 우리 나라의 위치라고 한다면 이 점에서 우리 나라 정치와 미국 정치의 차이점은 비롯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세계에서의 국가의 지위 차이에 따라 그 나라의 정치문화도 달라진다고 생각한다.

<진보와 보수에 대한 개념이 한국과 미국에서 어떻게 다르다고 생각하는지, 그리고 자신은 어느 쪽에 속한다고 보는가.>
공화당과 민주당의 국제정치에 대한 정책은 별반 다르지 않다고 본다. 오로지 그 둘을 나누는 기준은 시장에 대한 정부의 개입 정도를 얼마나 허용하느냐와 낙태 등의 신념체계에 대한 차이일텐데 난 미국기준으로 ‘리버럴’에 속한다. 사실 이 점 때문에 당내에서 곤혹스러웠던 경우도 많다.(웃음)
한국에서 민주노동당을 제외하고는 당 간판 내리고 정당정책만 놓고 보면 당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아직 미국처럼 정당정치, 정책정당 문화가 성숙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자신을 리버럴이라고 했는데, 미국의 리버럴(민주당)은 한미FTA에 대해 반대한다. 이 전의원은 한미FTA에 대해 찬성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우리나라가 이 정도로 풍족하게 살게 된 것은 세계적인 자유무역시장에 슬기롭게 적응하고 개방경제체제를 택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이미 많은 부분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개방했다. 즉, 한미FTA를 통해 개방 정도가 급격히 상승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비준을 미루면 미룰수록 우리는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다. 세계적인 흐름에 적응하는 수밖에 없다.
이것도 앞서 말한 룰테이커(Rule Taker)와 룰세터(Rule Setter)와의 입장 차이에서 비롯된다고 보면 맞을 것이다.

<우리가 룰테이커라고 하셨는데 그렇다면 2002년 당시 노무현 후보의 반미 발언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는가>
말그대로 쇼맨쉽이었다. 대선을 앞두고 국내의 진보세력을 흡수하기 위한 쇼맨쉽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세계에서 적어도 세 나라는 반미를 하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독일, 사우디 아라바이 그리고 한국. 한국전쟁 당시에 미국의 인플레이션은 2차세계대전 이후 최고 수준이었고 사망자만 3만 7천명이 넘는다. 말 그대로 은혜를 입은 나라다. 반미도 할 수 있지만 그런 식의 반미는 안된다. 그렇다고 지금의 이명박 대통령처럼 미국만 바라보는 것도 볼썽사납다. 노무현 대통령이 감정적인 반미로 대통령은 됐을지 모르지만 무책임한 태도였다. 정작 대통령이 되고 나서는 미국의 요구대로 받아준 대통령도 노무현 대통령이다.

<전직 현대자동차 사장으로서 현재 미국 자동차 시장을 평가한다면.>
미국은 진작에 자동차 사업에서 손을 땠어야 했다. 혁신없이 애국심과 해외시장에 대한 개방 압력만으로 자동차 산업을 이끌어온 후과를 최근에서야 겪고 있는 것이다. 하다 못해 오바마 정부에서 꾸린 자동차 테스크포스팀의 구성원들도 대부분 미국차를 타지 않는다는 사실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우리나라도 시간 문제다. 기계화는 한계가 있다. 결국 인력싸움이다. 그런 의미에서 멀리 보면 중국과 인도를 주목해야 한다. 미국의 자동차 시장은 곧 미국의 TV시장처럼 될 것이라고 본다. 미국 국적의 회사가 사라지고 타국의 회사가 시장을 차지하는 모양새말이다.

<현대 기아 자동차의 입지는 어떻게 될 것이라고 보는가.>
희망만 말하고 싶다. 내가 잘 되기 위해서라도 현대 기아 자동차가 잘 되었으면 좋겠다.(웃음)

<환율문제를 묻고 싶다. 이렇게 환율이 상승(원화가치하락)된 이유는 어디에 있다고 보는가.>
정부의 특히 강만수 재경부 장관과 최중경 전 차관의 책임이 크다. 한 분은 IMF 당시 재경부 차관으로 또 한 분은 2004년 외환시장교란 당시 담당국장으로 국가 경제에 심각한 해를 끼친 분들이다.
이 분들이 당시 새 정권 들어 중책을 맡으면서 정권 초기의 경제 성장률 확보를 위해 고환율 정책을 폈고 여기에 국제 금융 위기까지 겹치면서 말 그대로 재앙이 닥친 꼴이 됐다. 고환율 정책에 의존해 수출을 늘리려고 하는 것은 상당히 구시대적 발상이다.
혁신을 통해 위기를 극복해 경쟁력을 갖추도록 하는 것이 옳은 방향이지 쉬운 길만 찾아서 가는 것은 미래를 좀 먹는 행동과 같다. 우리 나라처럼 OECD국가 중에서 수출 의존도가 높은 나라는 특히나 외환 관리에 있어서 신중해야 한다. 고환율 정책을 통한 수출드라이브는 일방적인 소비자희생이고 내수 죽이기 밖에 안된다.
이를테면 1배럴에 140 달러하던 기름값이 40달러로 하락했는데도 국내 기름값은 변함이 없다. 이유는 고환율 때문이다.

<현대에 근무했을 당시의 이명박 당시 현대건설 회장을 기억해 본다면.>
참모의 말을 잘 들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문화적 소양도 뛰어나 한번 그 비결을 물은 적이 있는데,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가면 클래식을 들으면서 생각을 비울려고 노력한다고 하더라. 배울 점이라고 생각했다.
한 가지 더, 당시 호랑이로 소문난 정주영 회장과 유일하게 한 두 시간 넘게 담소를 나누던 분이었는데 그 비결은 ‘아버지처럼 생각하면 되잖아’ 였다.

<경영 스타일은 어땠는가.>
이명박 대통령의 경영 스타일은 그 분이 맡아 왔던 회사의 성격을 보면 쉽게 나온다. 현대 건설, 현대 산업 개발, 한라 건설, 현대 엔지니어링, 현대 종합 목재, 현대 제철, 현대 엔진.
공통점이 무엇인가. 건설이다. 건설 분야는 아파트 빼고는 고객과의 접촉이 없는 분야다.
이와 비교해서 난 현대 자동차 사장과 현대 카드캐피탈 회장을 지내면서 고객의 수가 많고 서비스업 특유의 경영 마인드를 갖고 경영에 임했다. 이 부분이 그 분과 나의 경영 스타일에서의 차이점일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과 같은 CEO형으로 평가 받아왔기 때문에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 결과가 자신에게 미칠 영향도 크다고 생각된다. 사실 그 분이 성공하면 내가 먹을 국물도 ‘조금’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만약 실패한다면 온갖 구정물은 다 내게 튈 것이다.(웃음) 그래서 이명박 대통령이 잘 하길 바란다.

<현재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해 평가해 달라.>
지난 1년만 놓고 본다면 좀 더 잘할 수 있었는데 아쉽다. 우선은 ‘Anything but 노무현’을 표방하면서 통합의 정치를 못하고 있다. 또한 ‘7,4,7’공약처럼 장밋빛 전망을 내세우는데, 세계 4위 국가 만든다고 해서 잘 사는 게 아니고 국민을 국민답게 살게 하는 게 잘 사는 것이다.
다른 나라 사람들이 한국 사람을 볼 때 괜찮은 사람들이라고 평가할 수 있도록 사회를 만드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더 이상 숫자에만 몰두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어떤 정치인으로 기억되길 바라는가.>
앞서 정주영 회장 얘기를 했는데, 누군가가 어떤 역경을 겪을 때 ‘이계안이었으면 어떻게 했을까’ 라고 떠올릴 수 있는 그런 정치인으로 기억되었으면 좋겠다. 대한민국을 잘 살면서 따뜻한 사회를 만드는 일에 보탬이 되었으면 좋겠고 그런 역할을 꾸준히 해 나갈 생각이다.

<현재 서울에서는 내년 서울 시장 선거 예상 출마자로 거론되고 있는데 선거에 출마할 것인가.>
여기서 쉽게 얘기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질문에 답하지 못하는 점을 널리 이해해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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