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의 흥망과 발해국의 태조 대조영 15.
보스톤코리아  2009-02-14, 11:21:49 
백린(역사학자)
평양성은 고구려의 왕성이었다. 그러므로 평양성의 함락은 곧 고구려의 멸망에 직결된다. 평양성은 서기 668년 10월 당나라와 신라 연합군에 의하여 함락되었다. 700년의 고구려 왕정이 왜 몰락했는가? 이 사실은 신라의 삼국통일의 진상을 아는데 매우 중요한 사실을 제공해 준다. 한 나라의 흥망성쇠는 국가권력을 주관하는 영도자의 자질과 능력에 의해 좌우된다고 하겠다. 국왕이나 영도자의 횡포, 왕실 내부의 권력 다툼, 당파 싸움 등으로 폭동과 내란이 일어나고 그에 따라 외세를 끌어들이게 되면 결국 나라가 망하게 된다.
고구려의 멸망도 이런 법칙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이제 고구려가 패망한 원인과 나당 연합군의 고구려 정벌에 대한 사정을 살펴보기로 하자.
고구려 제 28대 보장왕 집정시의 총리격인 막리지 연개소문은 그 시대의 독재자였다. 그런데 연개소문은 서기 660년 5월 원인 모르게 사망했다. 독재자 대막리지 연개소문이 허리띠를 묶은 채 죽었다고 하니 측근에게 암살된 것이 분명하다. 그래서 뒷일을 부탁하는 유언도 남기지 못했던 것 같다. 연개소문이 죽자 장남 남생이 세습 전통에 따라 아버지의 벼슬을 계승하여 막리지가 되었다. 연개소문에게는 남생(男生), 남건(男建), 남산(男産) 등의 세 아들과 연정토(淵淨土)라는 동생이 있었다. 그런데 연개소문이 사망하자 세 아들 사이에 분쟁이 일어났다.
막리지 연개소문은 일본 도꾸가와 막부의 쇼군과 같은 존재였는데, 생전에 그는 ‘적은 내 집안에 있느니라’는 말을 하곤 하였다. 더구나 이복형제 간이라면 권력을 놓고 싸우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신당서에서는 남생 형제의 권력다툼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연개소문이 죽자 아들 남생은 아버지의 대를 이어 막리지가 되었으나 남건, 남산 두 동생과 원수가 되어 국내성에서 웅거했다. 그리고 아들 현성을 당나라로 보내 구원을 청했다.” 그런데 김부식의 삼국사기는 이와 사뭇 다르다. “남생이 국정을 살피기 위하여 지방 순시에 나가면서 남건과 남산 두 동생에게 나라의 정사를 부탁했다. 그런데 간신배들의 아부와 농간으로 서로 의심하여 남생은 밀정을 보내서 정탐케 하다가 붙잡혔다. 남건은 왕명이라고 거짓말로 남생을 소환했으나 남생은 두려워서 감히 들어오지 못했다. 남건은 스스로 막리지가 되어, 군사를 일으켜 형을 토벌하니 남생은 국내성(지금의 만주 집안현)으로 도망하여 웅거했다.” 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삼국사기의 이 기록은 전후에 모순이 많아 신빙성이 약하다. 구당서의 찬자가 이르기를 “남생은 남건, 남산 두 동생과 화목하지 못하고 각기 붕당을 세워 서로 공격했다. 남생은 두 동생에게 쫓기어 국내성으로 가 사수하면서 아들 현성을 당나라로 보내 구원을 청했다.” 라고 하였다. 사실 이 구당서의 기록이 당시 상황을 현실에 가깝게 설명해 주고 있다.
어쨋든 형제 간의 권력 다툼이 일어나면 의례히 피를 보게 마련이다. 조선 태조 때 왕자의 난이 바로 그 같은 예라고 하겠다. 이씨 왕조의 태조 이성계는 후사를 정할 때 직계 순서를 무시하고 후처 강씨의 소생인 막내 아들 방석(芳碩)을 세자로 책봉했다. 이로 인하여 왕자의 난이 발생한 것이다. 이방원과 같은 강력한 인물이 정권을 잡을 수 있었기 망정이지 그렇지 못했다면 정권은 정도전의 손에 넘어 갔을지도 모른다. 혹자는 그 때의 예언을 「정감록」 이라고도 한다. 어쨌든 남생의 동생들과의 권력 다툼은 결국 당나라 군사를 불러 들이게 되었고 그로 인하여 고구려는 멸망케 된다. 신당서의 저자는 말하기를 윗사람과 아랫사람이 화목할 때는 비록 대국(大國)이라 할지라도 능히 그를 공격하지 못한다고 하였다. 당 고종은 남생의 아들 현성이 찾아와 구원을 청하자 이게 왠일이냐 기뻐하면서 좌요위 대장군 설필하력(楔泌何力 : 삼국사기나 한국인명대사전에서는 계필하력이라고 음역하였지만 사람의 이름을 말할 때는 설이라고 발음한다.) 에게 군사를 주어 남생을 영접케 하였다.
그리고 연개소문의 동생 연정토가 영토의 양도를 요구하면서 당나라에 투항하였다고 한다. 그런데 당나라는 투항한 연정토에게 어떠한 벼슬이나 영토를 주었다는 기록은 찾아 볼 수 없다. 연정토에 대하여는 뒤에서 다시 언급 키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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