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있는 세상 - 사십세 |
보스톤코리아 2008-09-08, 22:05:49 |
사십세
맹 문 재 집에 가야 할 시간이 훨씬 지난 술집에서 싸움이 났다 노동과 분배와 구조조정과 페미니즘 등을 안주 삼아 말하는 일로 먹고사는 사람들과 즐겁게 술을 마시고 있는데 개새끼들, 놀고 있네 건너편 탁자에서 돌멩이 같은 욕이 날아온 것이다 갑자기 당한 무안에 그렇게 무례하면 되느냐고 우리는 점잖게 따졌다 니들이 뭘 알아, 좋게 말할 때 집어치워 지렛대로 우리를 더욱 들쑤시는 것이었다 내 옆에 있던 동료가 욱 하고 일어나 급기야 주먹이 오갈 판이었다 나는 싸워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들어 단단해 보이는 상대방에게 정중히 사과를 했다 다행히 싸움은 그쳤고 우리는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나는 굽신거린 것일까 너그러웠던 것일까 노동이며 분배를 맛있는 안주로 삼은 것을 부끄러워한 것일까 나는 어떤 것인지 알 수 없었지만 싸움이 나려는 순간 사십세라는 사실을 생각했다 해설 인생 사십세면 불혹(四十而不惑)이라 공자는 일컬었다. 반드시 나이 사십이든 혹은 아니든, 이처럼 불혹의 자세로 산다면 인생의 현자일 것이다. 이것저것 시시비비의 사소한 것으로 감정이 미혹되지 않는 그 경지야말로 더 무엇을 논하랴. 이 시가 우리 인생을 다시 재 점검하고 자성하게끔 한다. 맹문재 시인은 충북 단양 출생. 고려대 국문과 및 대학원. 1991년『문학정신』으로 등단. 시집으로 <먼 길을 움직인다><물고기에게 배우다><책이 무거운 이유> 및 평론집등 다수 저서. 전태일 문학상,윤상원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신지혜.시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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