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고기 협정, 이대로 괜찮은가?
보스톤코리아  2008-06-09, 23:15:40 
김은한 (본지칼럼니스트, 의사)


한국정부는 지난 4월 18일 미국과 미국산 쇠고기 수입 위생조건개정에 합의하였다.

1단계로는 월령 30개월 이하의 소에서 인간 광우병을 유발하는 특정위험물질(SMR)이 포함 될 수 있는 편도와 소장(小腸)끝을 제거한 모든 부위를 수입하고, 2단계로는 미국이 동물사료 사용금지조치를 강화할 경우 월령 30개월 이상의 쇠고기도 특정위험물질이 포함될 수 있는 편도, 소장 끝, 뇌, 눈, 척수, 머리뼈, 척추를 제외한 모든 부위를 수입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미국이 한국정부에 대한 쇠고기 수입확대를 요청한 배경은 가축질병에 대처하기 위해 세운 국제기구인 국제수역사무국(OIE)이 광우병 안전기준을 완화했기 때문이었다. 첫째는 특정 위험부위(SMR)를 제거한 뼈없는 쇠고기는 월령에 관계없이 무조건 수출입이 가능하다는 것과 두번째는 특정위험부위(SMR)제거를 필요로하는 소의 월령을 12개월에서 30개월로 완화했기 때문이었다.

논란의 초점은 지금까지 광우병에 걸린 소들이 대부분 월령 30개월을 넘긴 소들이었는데, 왜 한국이 30개월 이상의 쇠고기를 수입해야만 하느냐는 것이다. 미국내에서는 월령 20개월 미만의 쇠고기만 판매하고 있다는 점이 더욱 이 같은 의문을 강화시키고 있다.

국제수역사무국(OIE)은 아직도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할 확률은 100만두당 0.02마리라고 한다. 미국소 1억마리중 2마리는 광우병에 감염되었을 확률이 있다는 것이다.

현재 미국은 1억마리 소 전부를 대상으로 광우병을 검사하지 않고 전체소의 0.5%인 45만 마리만 검사하고 있다. 그래서 지난 20년간 2마리의 감염소가 발견된 것이다.

일본은 100여만 마리의 소 전부를 검사해서 지난 5년동안에 20마리의 감염된 소를 발견하게 되었다. 미국은 일본보다 100배나 많은 소를 보유하고 있다.
광우병 발생 가능성이 많은 30개월이상의 소를 수입하는 것은 재고할 여지가 있는 것이다.

또 한가지 우려되는 것은 한국인들의 식생활 문화다. 서양 사람들은 소의 50%정도만 식용으로 사용하는데 한국인들은 소의 85%를 식용으로 쓰고 있다.
서양사람들은 손도 대지 않는 쇠머리(곰탕), 족발, 선지는 물론  뼈속, 등골, 뇌수에 우각태(牛角胎)라 하여 소뿔 속의 골질(骨質)까지 파내어 먹고 있다. 소의 가죽만 벗기면 도시 버릴 것이 없는 것이다.

한국의 식품문화를 소개하는 임원경제(林園經濟) 십육지(志)에 기록된 탕류만도 설렁탕, 갈비탕, 족탕, 꼬리탕, 도가니탕, 해장국, 곰탕 등 58종이나 되는데 이 탕류를 요리하기 위해서는 특정위험물질(SMR)이 많이 포함될 수 있는 뼈, 골, 신경, 창자를 고아서, 또 우려내서 먹어야 한다.

농림수산부가 제공한 자료에는 골수의 경우 제한적으로 광우병 감염이 있을 수도 있다고 한다. 소는 월령이 증가할수록 뼈나 골에 특정위험물질(SMR)이 포함될 수 있는 확률이 증가하기 때문에 월령 30개월 이상의 쇠고기를 수입하는 것은 재고해야 할 것이다.

현재 미국에서 쇠고기를 수입하는 나라들을 연 수입량 규모대로 열거해보면 1멕시코(11억 8천만불), 2 캐나다(6억불), 3 일본(2억 4천만불), 4 한국(6개월에 1억 2천만불), 5 대만(1억불), 6 중국, 홍콩(3천 600만불)의 순서다. 위에 열거한 6나라들이 미국 쇠고기 수출량의 87%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 6개국 중 한국과 캐나다만 미국산 쇠고기를 연령부위 제한없이 완전 개방하게 된 것이다. 멕시코는 30개월 미만의 쇠고기만 수입하고 일본은 20개월 미만, 대만, 홍콩, 중국 등은 30개월 미만에 뼈없는 살코기에 국한해서 수입하고 있다. 작년에 유럽은 영국, 네델란드, 폴란드, 불가리아 4나라만 수입했는데 수입조건은 일본과 유사한 수준이었다. 한국에게 월령 30개월 이상의 쇠고기 수입을 요구하는 것은 형평의 원칙에 어긋나는 것이다.

일본은 대학교수, 언론인, 사계의 권위자들에게 위촉해서 "식품안전위원회"를 총리 직속기관으로 두고 있다. 이 위원회는 일체 정부나 정치권의 영향을 받지 않고 식생활에 위험도를 평가하여 총리에게 권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일본이 국내의 모든 소에게 검역을 필수화 한 것이나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월령 20개월 이내로 정한 것은 바로 이 위원회에서 내린 결정이었다. 이 위원회 멤버인 가네코 도쿄의대 교수는 한미 쇠고기 협정에 대한 논평에서 "한국이 광우병으로 50~100명을 희생시켜서는 안된다는 관점이라면 국제수역 사무국의 기준을 따르면 되겠지만 한 사람도 희생시켜선 안된다면 그 기준은 믿을만한 것이 아니다. 30개월 미만의 소라면 비교적 안전하다고 하겠지만 얼마만큼 안전한가는 밝히기가 어렵다. 일본에서 월령 21, 23개월 소에게서도 광우병에 걸린 예가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쇠고기 업자들은 한국에 쇠고기를 수출하고 싶어한다. 현재 미국 국내의 쇠고기 판매 이윤은 2%밖에 되지 않는다. 소비자들에게 인기있는 살코기만 팔아서는 남는 것이 없다. 그런데 한국은 미국에서 별로 팔리지 않는 창자, 혀, 꼬리, 연골, 목둘레살(햄버거용) 등 거의 모든 것을 먹기 때문에 “이윤의 폭이 12%로 늘어나게 되기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한국인들의 안전도를 고려해서 월령 30개월 미만의 쇠고기만 수출해도 미국은 얻는 것이 많다. 이제는 미국이 한국에게 대가를 지불할 차례가 되었다. 한국 수출의 주업종인 반도체, 조선, 자동차, 전자제품, 섬유산업이 중국의 값싼 노동력과 일본의 기술에 눌려 활력을 잃고있다. 한미 FTA가 이들 업종의 경쟁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불문가지다. 그런데도 한국의 많은 정치인들은 쇠고기 재협상을 전제로 FTA비준을 거부하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의 김명자 의원은 "쇠고기 협상, 한미 FTA는 모두 중요하지만 일대일로 대응이 될 사안이 아니다. FTA는국가의 미래이자 큰 비전이지만 쇠고기는 검역조건을 따지는 세부사안”이라고 하며, “쇠고기 문제가 장기화되서 국가이익전체에 악영향을 끼치는 것은 안된다"고 말하며 한국이 먼저 FTA를 비준해야 할 것을 역설하고 있다.  필자도 이에 적적으로 동의한다.

한편으로 쇠고기는 재협상을 도모해야 하지만 FTA또한 빨리 비준하는 것이 국익에 도움이 될 것이다. 국가가 어려움에 처해 있을 때 국민을 보호하며 국가와 민족의 장래를 걱정하는 현명한 지도자의 출현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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