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생이 보는 세상 - 두 번의 눈물
보스톤코리아  2008-06-02, 22:54:38 
김자은(브루클라인 하이스쿨)


나 자신은 외관적으로, 그리고 내관적으로 또한 발육이 빠른 편이다. 워낙 어렸을 때부터 쑥쑥 자랐던 키는 몇 년 지나고 나니 멈춰버린 지 오래였고, 남들 다들 늦게 온다는 사춘기도 내 나이 열한 살 때 왔더랬다. 열셋 나이 미국에 오고 나니 부딪혀야 할 것들이 많았다. 자신도 의식하지 못한 채 많은 것들이 머리 속에 삽입되기 시작했었다. 또 한가지, 나는 눈물이 많은 편이 아니다. 자신을 거짓으로 바꿔버리는 것이 취미이자 특기였던 적 또한 있었다. 이런  나 자신에 대해 비교적 잘 안다고 생각했다. 그런 나에게 오늘은 드물게도 하루에 두 번이나 눈물을 흐려버려야 했던 일들이 있었다.

오늘 하루의 두 번의 눈물, 그 둘의 이유는 지극히 정반대였다. 인도의 카스트제, 즉 계급제에 대한 비디오를 역사 시간에 봤다. 브라만, 샤트리아, 바이샤 그리고 그 아래의 계급의 수드라에 대한 내용이었다. 그 계급으로 태어나 그 계급으로 살아가야 하며 그 계급과 어우러져야만 한다. 그들이 하는 일들은 사람과 동물의 대변을 치우는 일이 거의 였다. 마을에 화장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드라를 괴롭히기라도 하고 싶은 것인지 높은 계층의 사람들은 길가에 볼일을 보기도 한다.

어느 한 청년의 일은 하수구 시궁창 속에 들어가서 더러운 찌꺼기를 가져오는 것 이었다. 하인의 신분으로 살고 있는 그들을 찾아 간 취재팀이 그들을 직접 인터뷰했다. 우리가 본 장면은 학교에서 한 여자아이에 관한 인터뷰였다. "항상 이랬어요. 이렇게 태어나는 거에요." 한 여자아이의 서글픈 목소리. "어렸을 때는 선생님이 맨 뒷자리에 가서 앉으라고 하면 그냥 그런 줄 알았어요. 그러다 나이가 들수록 왜 자신이 이렇게 대접을 받는지에 대한 이유를 알고 나니 알겠더군요." 의사가 꿈이라고 하던 그 여자아이는 말했다. "이젠 정말 망했어요. 지금까지 가지고 있었던 꿈들이 다 부서졌어요. 제가 사람이 맞긴 한 건지 조차 모르겠어요. 제가 사람인가요?" 서글펐다. 내 자신이. 저번 한 번을 마지막으로 학교에서 우는 일은 너무 창피하다고 생각했는데 결국 또 울어버렸다. 교실 전등이 꺼져있었던 사실을 감사하게 생각해야 했다.

그래, 그게 마지막이었으면 했다. 세상의 비열함과 악함에 눈물을 흘린 것을 마지막으로 하고 싶었다. 눈물이란 걸 흘려본 적은 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인 나니까.

학교가 끝나고 집에 가려던 차 영어 시험을 끝내지 않은 걸 기억해내고 교실에 다시 돌아가 시험을 봤다. 그리고 나서 에세이를 수정하러 선생님과 면담을 했는데, 기대하지 않은 칭찬을 받았다. 한 단어에 많은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 정도면 정말 대단한 거라고 하면서 선생님은 칭찬을 멈추지 않았다. 잘 했다고 연신 말해대는 선생님과의 시간이 좋았다. 솔직하다고, 대단하다고, 정직하다고.

그래서 더 솔직하게 말했다. 영어 수업이 날 얼마나 힘들게 하는지, 내가 얼마나 고뇌하는지. 선생님은 힘들어하는 나를 보며 자꾸 용기를 북돋아주려 귀한 말들을 해주셨다. 충분히 잘 하고 있으며 다른 사람과 비교해 월등하다고 할 수 있을 정도이니 낙심하는 것은 오히려 바보 같은 일일 거라고 말하며 말이다. 그 날 선생님께 들은 말들은 너무나 빛나고 아름다워서 그 누구에게도 들려주고 싶지 않을 정도였다.

결론은 내가 울었다는 것. 나를.. 알아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에 항상 감사. 또 감사. 더 감사. 그렇게 하루에 두 번의 눈물이, 나쁘지만은 않다는 걸 알게 되었다. 난…… 정말…… 나보다 이렇게 행복한 사람이 있을까? 이렇게 생각하고 고뇌하고 힘들고 생각하고 떠올려도, 나보다 행복한 사람, 아니- 행복하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눈물이 나도 기쁜 건 오랜만이다. 앞으로도 자주자주 만나요. 그러니까 하굣길은 추워도 기분이 나쁘지만은 않았어. 전철을 놓칠 까봐 무거운 가방을 메고 그 추운 날씨에 뛰었던 것도, 숙제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 글을 쓰고 있는 내 자신도...…. 그렇게 인생이 꼭 나쁘지만은 않다는 걸 알았다.

내 자신은 내 자신. 남들의 평가가 아주 가끔은 필요할 때도 있다는 걸 느낀 오늘의 자신은, 더 울어도 좋다고 생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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