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석 - ‘밀양’이창동 감독, 하버드 관객들과의 대화 |
보스톤코리아 2008-05-12, 15:35:43 |
“영화는 상업적으로 성공했지만 관객들은 별로 좋아하지 않아” 이창동 감독의 깐느 수상작 '밀양'이 5월 2일 금요일 하버드 필름 아카이브에서 상영됐다. 해외 유명 감독들의 화제작들을 주로 상영하는 하버드 필름 아카이브가 3일간 이창동 감독 주간으로 설정하고 이감독의 영화를 집중 상영했는데 그 첫 테이프를 가장 최근 작품인 '밀양'이 끊은 것이다. 이날 비가 왔음에도 좌석이 거의 꽉 찰 정도로 많은 관객들이 찾았다. 영화 상영 전 이 감독은 "비오는데 이렇게 많이 와서 고맙다. 긴 영화라 지루하지 않을지 모르겠다. 나갈 때 각자의 밀양을 안고 나가길 바란다."고 인사했다. 영화상영후 본격적으로 관객들과의 대화가 이어졌다. 다음은 이창동 감독의 답변을 주제별로 정리한 것이다. <영화 장르> 시나리오를 쓸 때 장르를 별로 생각하지 않았다. 우리 인생이란 5분 후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것이고, 예측할 수 없는 것이 우리의 인생이다. 관객들도 그렇게 느낄 수 있도록 하고 싶었다. 할리우드 식으로 영화를 만들었다면 영화가 이런 식으로 결말이 나지도 않았을 것이고 이렇게 전개되지도 않았을 것이다. 이런 식의 전개 방식에 흥미로워하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장르의 관습에 익숙해 있기 때문에 당황하는 것도 사실이다. <여주인공의 정신적 고통 묘사> 이 영화는 원작 소설이 있다. 이청준이란 작가의 '벌레이야기'라는 짧은 소설인데 정치적인 면을 표현한 관념적인 소설이다. 나는 그 소설의 단순하고 거친 플롯만 빌려왔다. 여주인공의 심리적인 고통은 소설에 표현되었지만 내 자신의 경험을 포함해서 많이 변화시켰다고 볼 수 있다. <송강호의 역할> 송강호 씨는 한국에서 남녀를 통틀어서 탑스타다. 하지만 밀양에서는 여자주인공에 비해 비중도 약하고 많이 등장하지 않고 언제나 여자주인공 뒤쪽에 머물러 있다. 때로는 오프 포커스 되기도 한다. 이런 스타가 이런 역할을 맡는 것이 쉽지 않다. 송강호는 여자주인공이 가지고 있는 현실의 인격화 된 모습이다.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 같지만 사실은 어쩌면 가장 중요할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비중이 적은 역할이지만 내적인 면에서는 여자 주인공과 균형을 맞추는 역이기 때문에 배우의 존재감이 굉장히 중요한 역할이다. 송강호가 맡은 역할이 두드러져 보이지는 않으나 매우 어려운 역할이고. 피아노 건반으로 비교하면 정확한 건반을 눌러야 하는 정확성을 요구하는데 아주 잘 연기했다고 본다. 보통 영화에서 보여지는 전형적인 역할과는 다르다고 볼 수있다. <멜로 드라마가 아닌 이유> 여자주인공이 경험하는 삶의 성숙 무거움이 보여지는 반면에 송강호씨는 삶의 가벼움으로 보여주고 싶었다. 그리고 아이가 유괴됐던 밤에 도움을 청하러 갔을 때 혼자서 노래하고 있는 것은 이 남자주인공이 사실상 끊임없이 여자주변을 맴돌고 뭔가를 도와주려고 하고 사랑을 구애하지만 실제로 중요한 순간에는 별 도움이 안되었다. 그런면을 보여주고 싶었다. <마지막 장면의 의미> 저는 영화를 만들면서 영화의 결말이 영화자체로 끝나버리고 관객들이 극장문을 나서면서 깨끗이 잊어버리는 결말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실제 관객의 삶에는 별로 영향을 주지 않는 영화보다는 뭔가 영화 자체의 결말이 영화로 끝나는 것이 아니고 관객이 그 결말을 느끼고 스스로 만들어갈 수 있는 연결된 결말이라고 할까 열린 결말을 유도하고 싶다. 이 영화의 결말도 스스로 느끼고 생각하기를 바란다. 굳이 설명하자면, (헛웃음) 처음에 하늘에서 시작했고 여자주인공도 끊임없이 자신의 삶의 의미, 삶의 구원 등 그것을 먼 곳에서 찾으려 하고 심지어는 멀리 있는 하늘에서 찾으려고 하고 있다. 자기가 발을 딛고 있는 땅, 현실을 진정으로 돌아보고 관심을 가지려 하지 않는다. 그런데 내 생각은 그 삶의 희망이나 의미나 구원은 우리가 발을 딛고 있는 땅에서 찾아야 하지 않나 싶다. 이 땅이 그렇게 멋있고 아름다운 곳이어서가 아니라 어쩌면 초라하고 더러운 곳일지도 모르지만 우리가 발을 딛고 있기 때문에 바로 여기서 찾아야 되지 않나 하는 점을 관객들이 느끼기를 바랬다. 마지막 장면에 바로 그곳에서 뭔가를 찾아야 한다는 것은 만약에 신이 존재한다면 그곳에 신의 숨겨진 비밀스러운 뜻이 아닐까 하고 느꼈다. . <카메라 워크> 카메라 위치는 보통2종류이다. 쉽게 관객들의 감정이 몰입될 수 있도록 가까운 카메라와 냉정하게 객관적으로 관찰 할 수 있게끔 거리를 두는 카메라 이렇게 두 종류가 있다. 저는 그 어느쪽에도 있지 않고 그 중간 쯤에 있고 싶다. 다시 말하면 다른 영화들처럼 관객이 쉽게 너무 몰입이 되지 않지만 너무 냉정하지도 않은 즉 관찰은 하되 어떤 연민의 느낌을 가지고 관찰하는 그런 위치에 있고 싶었다. 관객들이 주인공에게 가까이 다가가다가도 밀어내는 느낌을 갖게 하고 싶었다. 보통 관객들은 불편하다고 하는데 이번 관객은 매우 섬세하게 느낀 것 같다. <한국사회 반영> 여기 영화에 비춰지고 있는 모습이 한국사회의 중요한 모습을 보여줄 수도 있지만 나의 주된 의도는 한국사회에 대한 비판이나 묘사는 아니다. 영화속에서도 나오지만 밀양이라는 비경은 한국의 전형적인 지방도시이긴 하지만 세상 어디에서나 적용할 수 있는 보편적인 곳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여기에 보여지는 한국 기독교 교회의 모습은 아마도 한국사회의 중요한 한 모습일 것이라 생각한다. 여자주인공은 남편의 고향에 와서 살지만 자신의 삶의 의미를 부여하고자 왔다. 남편에게 배신당했다는 사실도, 삶이 망가졌다는 것도 인정하기 싫어한다. 불행한 사건으로 인해 아이를 잃고 그것으로 인해 하나님을 받아 들이고 구원을 받았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그녀 자신을 위한 것. 교도소에 용서하러 가는 부분, 이 장면이 바로 이 영화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이 영화의 대부분은 신애가 교도소로 까지 가는 여정에 대한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그곳에서 만난 것이 범인을 용서한 하나님의 존재, 하나님의 배반이 아니라, 어쩌면 자기 스스로 자기를 속였던 기만의 모습 즉 자기자신을 만났을지 모른다. 신을 받아들이거나 저항하는 것 조차도 인간의 동기, 인간의 논리였다고 말할 수 있다. 영화도 어려운데 설명도 어려운지 않은지 모르겠다. <다른 영화감독 영향 > 이 영화는 내가 좋아하는 영화를 만들었다. 수백명이 영향을 줬다. 좋은 감독도, 쓰레기 같은 영화를 만드는 감독도 영향을 준다. 굳이 이야기 하자면 존 카사레티스, 프랑스 뤽베송, 대만의 휴사이신 감독이다. <각 민족의 영화에 대한 반응> 한국에서는 상업적으로 성공했다. 170만 관객이 영화를 봤다. 영화의 내용에 비해서는 많은 관객들이 봤다. 하지만 관객들이 썩 좋아하지 않은 부분도 있다. 기독교 교인들은 교인이라서 불편해 했고 교인이 아닌 사람들은 기독교 영화라 싫어했다. 유럽관객들은 기자들이나 평론가들이 영화에서 묘사되는 교회 모습이 비현실적이거나 과장된 것이 아니냐, 혹은 이단 종교의 교회가 아닌가 질문했다. 그러나 여기에 묘사된 것은 한국에서 일반적으로 볼 수 있는 현실적이다. 미국관객들은 미국의 복음주의에 영향을 받았기 때문에 한국의 교회를 잘 이해했다. 그리고 중국과 일본관객들이 비교적 잘 이해하는 편이었다. 중국 북경에서 있은 시사회 때 일이다. 중국관객들은 영화 중간에 박수를 치는 습관이 있는데 이 영화 어떤 장면에서 박수를 쳤을까. 바로 '거짓말이야'라는 테잎을 틀 때였다. 왜냐하면 그들이 공산주의 무신론자들이기 때문이었다. 장명술 [email protecte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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