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학가에도 중국민족주의 거세
보스톤코리아  2008-05-05, 14:15:22 
▲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전세계적으로 중국의 유혈진압 반대운동과 이에 맞서는 중국의 민족주의가 거세게 부딪히고 있다.


유학생들 험악한 분위기 조성..자유로운 토론문화 실종


"티베트가 중국땅이 아니면 왜 중국 황제가 역대 달라이 라마를 책봉했나? 중국이 지배하기 전 티베트에는 왜 '노예제'가 있었나? 달라이 라마와 히틀러는 무슨 관계냐?"

지난 22일 미국 사우스캘리포니아대를 방문한 티베트 승려에게 중국 유학생들이 던진 질문이다. 질의응답 도중 일부 학생들은 "거짓말은 이제 그만하라"고 소리치면서 물병 등을 집어던지다 강의실에서 쫓겨났다.

최근 미국 대학가에서 이런 살벌한 광경을 목격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중국의 티베트 유혈진압 사태 이후 한 달간 코넬대와 워싱턴대, 캘리포니아 주립대 등에서 자유로운 토론과 논쟁이라는 대학문화의 기초가 흔들리고 있는 것.
달라이 라마에게 명예박사 학위를 수여한 워싱턴대에선 중국 유학생들이 달라이 라마의 강연을 비정치적인 내용으로 한정할 것을 요구했다. 듀크대에선 중국 유학생들이 티베트 유학생들의 철야기도 행사를 강제로 무산시키는 일도 벌어졌다.

익명을 요구한 한 티베트 학생은 "(철야기도 행사에) 나가기 싫었던 건 정말 아니다. 난 꼭 가고 싶었다. 하지만 난 (티베트에 남아있는) 가족들을 생각해야만 했다"고 말했다.

이러한 움직임에 문제를 느끼고 갈등을 무마해 보려던 한 중국 유학생은 살해 위협을 받았으며, 중국에 남아있던 가족들도 신변의 안전을 위해 도피해야 했다.
일부 극렬 유학생들은 마치 중국의 권위주의 통치를 재현하듯 친(親) 티베트 시위 가담자의 사진을 찍어 인터넷에 공개하거나 다수의 힘을 빌어 이견을 억압하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미국 대학가에도 중국 민족주의의 광기가 몰아치고 있는 것이다.

뉴욕 타임스(NTYT)는 이처럼 중국 유학생들이 비이성적인 분노에 빠지게 된 이면에는 일차적으로 서방 사회에 대한 뿌리깊은 열등감과 패배감, 피해의식 등의 다양한 요인들이 자리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29일 분석했다.

사우스캘리포니아대 대학원생인 재스민 동은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목이 졸려왔다"면서 서방 언론은 중국이 이뤄낸 진보를 무시하는 것은 물론 해외에 거주하는 중국인들을 본국 정부에 의해 세뇌되거나 조종받는 존재로 생각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다른 학생은 "우리는 인구가 10억명일 때 지구를 파괴한다는, 인구 조절에 나섰을 때는 인권 탄압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서방은 우리가 가난할 때는 우리를 개라 생각했고, 우리가 산업을 발전시키자 오염원이라고 비난한다"는 등 내용이 담긴 시를 인터넷에 올리기도 했다.

서방은 중국이 어떤 행동을 취하든 흠을 잡는데만 열중한다는 것이 이 학생의 시각이다.
NYT는 그러나 중국 정부가 광범위한 이메일 주소를 감시하고 있는 가운데 이들 유학생이 언젠가는 공부를 마치고 귀국해야 하는 처지라는 점 또한 이들을 열렬한 친(親) 중국 시위로 내모는 요인일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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