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영화 다른 생각 - 달콤한 인생
보스톤코리아  2008-04-28, 16:31:03 
달콤한 인생

2005년 작
감독 : 김지운
주연 : 이병헌, 김영철, 신민아

‘달콤한 인생’이라는 영화제목에서 우리는 인생이 얼마나 씁쓸하고 황량한가를 미루어 짐작할 수가 있습니다. 영화에서 선우는 초콜릿 케이크와 에스프레소 커피를 즐겨 마십니다. 에스프레소를 마실 때도 꼭 설탕을 넣어서 마십니다. 달콤한 맛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 수 있지요. 달콤함의 유혹에 늘 흔들리는 모습입니다. 단맛으로 미각을 충족시키면 현실의 쓴맛을 조금이나마 상쇄할 수 있다고 믿고 있는 걸까요?

하루를 살다보면, 유난히 단 게 당기는 시간이 있습니다. 바로 해질 무렵이지요. 오후5시경입니다. 점심을 먹은 지는 한참 되었고 저녁을 먹으려면 아직도 더 기다려야하는, 배고픔을 참기 어려운 시간이지요. 몸도 마음도 모두 지쳐있는 바로 그 순간에 우린 단 게 당깁니다. 설탕과 프림이 듬뿍 들어간 자판기 커피나 크림이 비누거품처럼 수북이 얹혀있는 케이크 한조각의 유혹을 거부할 수 없는 순간입니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단 것을 먹어주면 피곤이 조금은 사라지는 듯도 하지요.

일생을 살다보면 유난히 단 맛이 당기는 시기가 있습니다. 대략 40대 후반에서 50대 초반이 되겠지요. 몸도 마음도 지쳐있는 때입니다. 그렇다면 인생에 있어서 단맛은 뭘까요? 인생의 피로를 다소나마 해소해줄 수 있는 게 뭘까요? 사람들은 각기 생긴 모습이 다르고, 가진 성격이 다르고, 처한 상황이 다릅니다. 그래서 각자 저마다 자신만의 ‘초콜릿’이 있을 겁니다. 그 초콜릿을 먹으며 지친 몸과 마음을 추스르고 잠시나마 피로를 푸는 겁니다. 어떤 이에게는 휴식이 자신만의 초콜릿일 수 있을 것이고 어떤 이에게는 꿈을 위한 새로운 도전이 초콜릿일 수 있겠고 또 어떤 이에게는 종교가 그 만의 초콜릿일 수 있겠죠.

영화 ‘달콤한 인생’에서 선우가 마지막에 혼자말로 이렇게 말합니다. ‘제자가 슬프게 울고 있자, 스승이 무서운 꿈을 꾸었느냐 하니 아니라고 하여, 슬픈 꿈을 꾸었느냐 하니 아니라고 하며 달콤한 꿈을 꾸었기 때문이라고 답합니다. 스승이 그런데 왜 우느냐 하고 다시 묻자, 제자는 그 꿈은 이루어질 수 없기 때문입니다 하고 말합니다.’ 제자는 알고 있었나봅니다. 현실은 결코 달콤하지 않다는 사실을 말이죠. 하지만 달콤한 꿈은 얼마든지 꿀 수 있지요. 그게 바로 제자에게는 자신만의 초콜릿이 될 수 있을 테니까요.

각자 자신만의 초콜릿 처방으로 지친 심신을 치료한 후 다시 남은 인생을 거뜬하게 헤쳐나간다면 이 보다 더한 명약은 없겠지요. 그러나 초콜릿은 살짝 부족한 듯 먹어야지 지나치게 먹다보면 여러 가지 부작용에 시달리게 된다는 것 또한 명심해야 하지 않을까요?

한동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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