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미 정치는 베이비 붐 세대간의 전쟁
보스톤코리아  2008-04-14, 12:53:02 
탈 베이비 붐 세대 대선후보가 새로운 정치시대 열까


각 개인이 가지는 세계관은 그가 속해 있는 세대의 영향 아래 형성된다. 그러나 혹자는 동년배가 공유하는 중요한 역사적 경험을 자의에 의해서든 타의에 의해서든 가지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세대가 공유하는 핵심적 경험을 하지 못하는 이는 자신의 세대와는 다른 독특한 정체성을 가지게 되는데, 이러한 독특성이 정치인의 경우에는 득(得)이 되기도 실(失)이 되기도 한다.

현 미 대통령 후보 중 자신의 세대와 중요한 역사적 경험을 공유하지 못한 후보가 두 명 있는데, 이는 바로 공화당의 존 매케인 후보와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 후보이다.

▲ 미국은 베이비 붐 세대 간 내전
현대 미국의 정치를 요약할 수 있는 말 중 하나는 '당파정치'이다. 미 당파정치의 기원을 분석하는 데는 여러 방법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1980년대 이후 미 당파정치를 특징짓는 말 중 '베이비 붐 세대 간의 갈등'만큼 적절한 개념도 찾아보기 어렵다. 한 예로 USNews의 칼럼니스트 마이클 배론(Michael Barone)은 "지난 20년간 미국 정치는 둘로 나누어진 베이비 붐 세대 간의 내전이라고 볼 수 있다. 즉, 빌 클린턴으로 대표되는 문화적 자유주의(Cultural Liberalism)와 조지 부시로 대변되는 문화적 보수주의(Cultural Conservatism) 사이의 갈등이다"라고 분석했다.

베이비 붐 세대 간의 갈등은 미국 정치의 양극화를 불러 일으켰고, 그것이 미국 정치 혼돈의 주요 원인이 되었다. 이러한 논점은 칼 토마스(Cal Thomas)와 밥 베켈(Bob Beckel)이 공저한 『공통기반: 미국을 파괴하는 당파정치를 어떻게 멈출 수 있을까(Common Ground: How to Stop the Partisan War That Is Destroying America, 2007)』에서 잘 드러난다. 두 저자는 세대 간 갈등과 공화와 민주 양극화가 오늘날 미국 정치의 두드러진 현상이고, 미국이 혼란을 극복하려면 공통기반에 기초한 '통합의 정치'를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 베이비 붐 세대와 대선 후보들
1936년에 태어난 공화당의 매케인 후보는 어느 세대에도 잘 끼지 못하는 '낀 세대'이다. 그는 1961-1993년 미국을 이끌었던 '세계 대전 참전용사 출신 대통령'들과 1993-2008년 동안 미국을 책임졌던 '베이비 붐 세대 대통령'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다(빌 클린턴 전 대통령 조지 부시 현 대통령 모두 1946년생으로, 매케인 후보보다 10살이나 젊다).

또한, 1963-1973년 전쟁 포로로 베트남에 잡혀 있었던 메케인 후보이기에 베이비 붐 세대의 정체성 형성에 큰 역할을 했던 펜타곤으로의 행진, 반전운동, 우드스탁(Woodstock) 등을 그는 전혀 경험할 수 없었다. 따라서, 매케인 후보는 연령대로 보나 역사적 경험으로 보나 동년배 정치인과는 구별되는 독특한 세계관과 정체성을 가질 수밖에 없다.

실제, 매케인 후보는 1백만 달러($1 M) 규모의 우드스탁 기념박물관 건립 계획을 내세웠던 힐러리 클린턴 후보를 비판하면서, "나는 우드스탁에 있지 않았다. 나는 (우드스탁이) 엄청난 문화적 영향력이 있고 미국 사회를 치유한 사건이라는 것을 안다. 그때 나는 포로로 잡혀 있었다"라고 밝혔다.

따라서, 대부분 유권자의 눈에 매케인 후보는 베이비 붐 세대 정치인들이 보여주는 당파성을 초월한 후보이다. 낙태 문제에 있어 매케인 후보의 불분명한 태도는 분명히 문화적 보수주의자를 불만족스럽게 하고 있다. 그러나, 대다수의 미국인은 그의 모호한 입장을 선호한다. 따라서 칼럼니스트 배런은 "만약 매케인이 당선된다면, 그는 세계대전 세대와 베이비 붐 세대 사이의 '침묵의 세대(silent generation)'가 내어놓은 유일한 대통령이 된다"라며 "그의 나이와 정체성은 그에게 중요한 정치적 자산이 될 것이다"라고 분석했다.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 후보 역시 베이비 붐 세대 간의 내전에서 벗어나 있는 후보이다. 그는 베이비 붐 세대의 끝자락인 1961년에 태어났고, 60년대 미국 사회의 혁명적 사건들을 어린 나이에 겪었다. 또한, 80년대 미국이 작은 정부를 추구하고 시장경제를 우선시할 때, 그는 미 사회의 주류적 움직임을 거부하고 독자적 노선을 추구했다. 하버드 로스쿨 재학 때부터 시카고에서 공동체 조직 운동을 펼칠 때까지 그는 정부의 적극적 역할을 강조하는 큰 정부론을 주장했고, 이 입장은 지금까지 변화가 없다. 게다가 인종연설을 전국에 생중계로 연설할 정도로 베이비 붐 세대가 보여줬던 당파성은 그와는 거리가 멀다.

많은 베이비 붐 세대 유권자들은 오바마 후보의 공약이 비현실적이고 구체성이 결여되어 있으며, 그가 당파나 인종과 같은 금기를 건드리기에 오히려 지지세력을 모으기에는 불리하다고 생각한다. 역으로 이들에게는 베이비 붐 세대의 논리와 세계관을 충실히 따르는 클린턴 후보가 가장 안정적이고 믿음직하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오바마 후보는 베이비 붐이 끝난 1980년 이후 출생 세대에게 큰 호감을 얻고 있다. 게다가 그는 정치적 소수인종으로 분류되었던 흑인 유권자를 정치의 세계로 이끌어 내고 있으며, 60년대와 80년대 정치적 경험을 고스란히 가진 베이비 붐 세대 정치인을 위협하고 있다.

어떤 후보도 다양한 유권자 세대의 요구와 경험을 다 충족시켜줄 수 없다. 하지만, 경선 초기 판도와 달리 베이비 붐 세대의 쟁쟁한 경쟁자를 꺾은 70대의 리턴 키드(Return Kid) 매케인 후보와 민주당 역대 최강 후보라는 힐러리 클린턴을 앞지르는 40대의 버락 오바마 후보에게서 베이비 붐 세대로 대변되는 지난 16년간 미국 정치계 판도가 흔들리고 있음을 읽을 수 있다.

김진혁
의견목록    [의견수 : 0]
등록된 의견이 없습니다.
이메일
비밀번호
안광찬 국가비상기획위원장 16일 하버드 강연 2008.04.14
하버드대학 국제학생센터 한국부에서 국가비상기획위 안광찬 위원장을 초청해 "한미 동맹,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 관계"라는 주제로 강연을 한다. 강연은 캠브리지에..
사랑의 교회 한인회관 건립기금 전달 2008.04.14
▲ 최형락 목사(왼쪽에서 세번째)가 안병학 회장(왼쪽에서 두번재)에게 성금을 전달하고 있다. 보스톤사랑의 교회(담임 최형락 목사)는 9일 우번소재 한인회..
오늘날 미 정치는 베이비 붐 세대간의 전쟁 2008.04.14
탈 베이비 붐 세대 대선후보가 새로운 정치시대 열까 각 개인이 가지는 세계관은 그가 속해 있는 세대의 영향 아래 형성된다. 그러나 혹자는 동년배가 공유하..
매케인과 클린턴의 대조되는 애국심 2008.04.14
군인 가문 매케인과 인기로 고소득 올린 클린턴 부부 비교 …견강부회 논리 비난도   뉴욕타임스는 지난 4월 첫째 주 공화당의 대선 후..
3월 미국 일자리 수 8만개 감소 2008.04.14
미국의 실업률도 2005년 이래 최고에 달해 미국의 경기침체에 대한 불안이 고용불안으로 직결되고 있다. 시사주간 ‘타임’은 경기침체를 대비하는 고용주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