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있는 세상 - 고니 발을 보다 |
보스톤코리아 2008-02-24, 08:42:24 |
고니 발을 보다
고형렬(1954~) 고니들의 기다란 가느다란 발이 논둑을 넘어간다 넘어가면서 마른 풀 하나 건들지 않는다 고니 한 식구들이 눈발 위에서 걸어가다가 문득 멈추어 섰다 고니들의 길고 가느다란 발은 정말 까맣고 윤기 나는 나뭇가지 같다 (그들의 다리가 들어올려질 때는 작은 발가락들이 일제히 오므라졌다 다시 내디딜 땐 그 세 발가락이 활짝 펴졌다) 아, 아무 것도 들어올리지 않는! 반짝이는 그 사이로 눈발이 영화처럼 날아가고 있었다 그런데 마치 내게는 그들의 집은 저 눈 내리는 하늘 속인 것 같았다. 끝없이 눈들이 붐비는 하늘 속 고니들은 눈송이도 건들지 않는다 해설자연처럼 거대한 묘법이 또 있는가. 눈 속의 고니들! 더욱이 그 눈부신 발이란? '아, 아무 것도 들어올리지 않는!' 고니들의 한 경지를 보라. '눈송이도 건들지 않는다' 한다. 저들의 신비로운 자태와 경이로움, 그리고 유유자적한 순백의 고니들의 모습에 반하게 된다. 고형렬 시인은 강원도 속초 출생. 1976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시집으로 ‘대청봉 수박밭’, ‘성에꽃 눈부쳐’, ‘김포운호가든에서’, ‘밤 미리령’등 다수가 있으며, 지훈상, 일연문학상, 백석문학상, 대한민국문화예술상 등을 수상했다. 신지혜.시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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