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晩秋" 歌舞樂(가무악)을 보고 와서
보스톤코리아  2007-10-29, 16:20:32 
엊그제(10월 21일)는 로드아일랜드 한인회(The Korean American Association)에서 주최하는 "2007 晩秋" 歌舞樂(가무악)을 보고 왔다. 로드아일랜드(Rhode Island)의 BRYANT UNIVERSITY, Janikies Theatre에서 열린 이 歌舞樂(가무악) 무대는 그 어느 때보다도 더 가슴에 남을 귀한 자리였다. 한국에서도 歌舞樂(가무악)에서는 덕망이 높으시고 원로이신 여러 선생님을 만날 수 있었던 자리가 더없이 감사했다.

어릴 적 흑백 텔리비젼 안에서 창소리가 들리면 달려가 보곤 했었다. 그 힘있게 차올리다 뚝 떨어지는 창의 엇박자가 어린 마음에도 즐거웠다. 창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신영희 선생님이었다. 유난히 아버지께서 창을 좋아하셨던 탓에 어려서부터 자연스레 국악에 젖어 있었는지도 모른다. 세월을 탓하시며 밖에서는 나타내려 하시지 않으셨던 아버지의 속 울음을 이제 불혹을 오르며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혼자 집에 계신 날에는 피리를 부시고 창을 들려주셨다. 그래서 지금도 '회심곡'이 듣고 싶을 때가 있다. 내 아버지가 그리운 날이면 그 옛날에 듣던 김영임 명창의 '회심곡'이 생각난다. 당신은, "예술혼에 대한 열정을 식히시느라 얼마나 힘드셨을까" 하고 아버지의 가슴을 지금도 가끔 만나본다.

보스턴에서 로드아일랜드까지의 거리는 자동차로 거의 2시간이 소요된다. 늘 가까운 곳만 다니던 운전자로서는 사실 먼 길임에는 틀림없었다. 한국 전통문화에 별 관심을 보이지 않던 남편이 함께 가자길래 반가운 마음으로 있었다. 바로 그날 아침, 이 사람이 배탈이 나고 열이 있어 그만 골프장에도 못 가고 쉬지 않았던가. 결국 다른 사람에게도 부탁하지 않았던 터라, ‘가고 싶어도 못 가겠구나’! 싶었다. 헌데, 아는 분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아는 몇 분들과 연락을 마치고 함께 다녀오게 되었다. 다녀와서 어찌나 좋던지, 못 갔더라면 얼마나 후회를 했을까. 또한 남편에게 꼬투리 잡아 투정을 부렸을 게다. 하지만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왔으니 마음이 행복해 마냥 즐겁기만 했다.

이광수 선생님과 함께 하는 비나리(Binari)는 시작하는 처음부터 그 속으로 함께 빠져드는 느낌이었다. 또한 아쟁 산조(Ajaeng Sanjo)의 백인영 선생님은 즉흥(卽興 /Improvisation)연주의 달인이기도 하다. 그 명성만큼이나 '흘러간 옛노래 메들리(Trot medley)'를 아쟁 산조로 들려주는 그 멋은 어디서부터 왔을까. 진정 '프로답다'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은 자리였다. 타국에서 오랜 세월 살아오신 어르신네들의 기분을 맘껏 풀어주는 그 모습은 그 누구도 따라할 수도, 흉내 낼 수도 없는 '아름다운 사람' 자체였다.

또한, 미국 뉴욕에 이틀 전에 도착하여 다음날(토요일)에 뉴욕 공연을 마치고 난 후 로드아일랜드 공연이 이튿날(일요일)이었으니 얼마나 목이 아프고 힘들었을까 짐작이 간다. 이름만으로도 그 명성 높은 원로 명창들이 오신 것이다. 원로 명창의 남해성 선생님, 박계향 선생님 그리고 신영희 선생님 등, 한국에서도 뵙기 어려운 분들이 예까지 와 함께 호흡하며 나누는 시간이 참으로 감사한 날이었다. 가야금 병창'아리랑'과 고려가요 '가시리'까지 듣는 동안 가슴이 뜨겁고 속에서 끓어오르는 그 무엇은 다름 아닌 내가 한국 사람임이 즐거웠던 것이다. 내 나라 가락이 좋아서 그 흥겨움으로 눈물이 고이는 '나의 정체성'의 알아차림이었다. 나는 '한국 사람'임을...

어머니, 아버지 손을 잡고 함께 온 어린 아이들의 모습은 더없이 아름다웠다. 머리가 힛끗거리는 노인들의 움직임은 그 명창들의 가락 따라 춤을 추는 듯 행복한 날이었다. 타국에서 살며 풀어내지 못한 채 가슴에 담고 살았던, 그 어른들의 마음속의 서러움과 恨이 시원한 꽹과리 소리와 징소리와 북소리에 씻기고 있었던 것이다. 무대 위에서 상고를 돌리며 흥겨움을 이끌던 농악놀이는 자리에 앉았던 관객들을 일으켜 세울 만큼 즐거운 시간이었다. 이 자리를 주관한 로드아일랜드 한인회장님과 한인회의 모든 분들께 감사를 드린다. 또한, 이 공연을 위해 협찬과 후원으로 함께하신 분들께도 감사를 드린다. 서로의 마음이 어우러져 하나 되는 일처럼 아름다운 일이 또 있을까. 우리가 되는 일보다...

시인 신영은 월간[문학21]로 등단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한국[전통문화/전통춤]알림이 역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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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 칼럼니스트    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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