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생 시민권 폐지 맞서 매사추세츠를 비롯 18개 주 소송 제기
트럼프 행정명령, 취업과 학생비자도 출생 자녀 시민권 부여 안해
미국 헌법 14조 수정안의 위헌성 논란, 사회적·경제적 파장 우려
??????  2025-01-22, 13:49:16 
(보스톤=보스톤코리아) 한새벽 기자 = 매사추세츠를 포함한 18개 주 검찰총장들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출생 시민권 폐지를 골자로 한 행정명령에 맞서 공동 소송을 제기했다. 

매사추세츠에서 접수된 이번 소송에서 검찰총장들은 해당 명령이 헌법 14조 수정안에 명시된 기본 원칙을 위반하며, 법적 절차 없이 대통령의 권한만으로 변경을 시도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소송전이 끝날 때까지 행정명령의 시행을 중단하는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매사추세츠 검찰총장 안드레아 캠벨은 1월 21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번 행정명령은 명백히 불법이며 헌법에 반한다"고 강조했다. 캠벨은 “헌법을 바꾸려면 정당한 과정이 필요하며, 이는 단순한 행정명령으로 대체될 수 없다”며 “우리는 이 불법적인 시도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1월 20일 새로운 행정명령에 서명하며, 미국 내에서 출생한 아이들이 부모의 이민 신분에 따라 시민권을 자동으로 부여받지 못하도록 했다. 이는 불법 이민자뿐 아니라, 임시 관광, 취업, 학생 비자로 입국한 부모의 자녀에게도 적용된다. 

다만 이번 조치는 법원에서 행정명령이 용인될 경우, 앞으로 태어날 신생아들에게만 적용되며, 이미 태어난 시민권자들에게는 소급 적용되지 않는다.

캠벨 검찰총장에 따르면, 이 명령이 시행될 경우 매년 약 15만 명의 신생아가 시민권을 상실할 위험에 처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로 인해 이들은 사회보장번호를 받을 수 없고, 성인이 된 후 합법적으로 취업하거나 투표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된다.

로드아일랜드 주 검찰총장 피터 네로나는 “이번 행정명령이 허용된다면 미국 사회의 경제적, 사회적, 인권적 파장이 상당할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그는 “시민권을 부정당한 아이들은 미국 사회의 미래를 함께 구축할 기회를 빼앗기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소송은 매사추세츠를 중심으로 뉴잉글랜드 지역 대부분의 주가 참여했다. 뉴햄프셔 주를 제외한 뉴잉글랜드 전역의 검찰총장들이 소송에 동참한 가운데, 캠벨 총장은 매사추세츠의 강력한 이민자 보호 정책과 독립적인 사법부를 강조하며 "법적 싸움에 있어 가장 적합한 주"라고 평가했다.

이 행정명령은 1868년 제정된 헌법 14조 수정안의 출생지 시민권 조항에 도전하는 것이다. 이 조항은 노예 해방 이후 태어난 모든 사람에게 시민권을 부여하기 위해 만들어졌으며, 이후로도 부모의 신분과 관계없이 미국에서 태어난 아이는 자동으로 미국 시민권자가 된다는 해석이 유지돼 왔다.

헌법학자들은100여년 이상의 판례들을 감안했을 때 트럼프 전 대통령의 명령이 위헌일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한편 민권 운동가들은 미국 이민정책의 근본적인 원칙을 거스르려는 트럼프 행정부의 행정명령에 소송을 다짐하고 있다. 

특히 시민 자유 연합(ACLU)의 나우린 샤 부국장은 "이 명령은 불법이민자의 신생아를 비롯 합법적인 이민자의 신생아의 시민권을 박탈하게 되며, 200년동안 지켜왔던 수정헌법 14조를 완전 위반하는 정책”이라고 비판하고 "많은 예비 부모들이 이번 행정명령으로 인해 아이가 태어난 후 직면할 불확실성에 두려워하고 있다"고 전했다.

보스턴 시장 미셸 우는 자신의 소셜 미디어를 통해 이번 조치를 강력히 비판했다. 우 시장은 “출생 시민권 덕분에 내가 미국 시민이 될 수 있었다”며 “이민자들과 그 자녀들은 이 나라를 자신의 국가로 사랑하며 이를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며 살아간다. 이번 행정명령은 미국의 가치를 훼손하는 행위”라고 말했다.

매사추세츠 주지사 모라 힐리 역시 “대다수의 미국인들이 출생지 시민권 폐지에 반대하고 있다”며 이를 지지하는 여론이 거의 없음을 지적했다. 실제로 작년 10월 실시된 서폭대/ 보스톤글로브 설문조사에서 매사추세츠 유권자의 66%가 출생지 시민권 폐지에 반대한다고 답했으며 단 28%만 찬성 의견을 제시했다. 

이민자 단체들 역시 소송에 동참하며 대응에 나섰다. 보스턴 소재 인권 변호사 단체와 브라질인 노동자 센터는 이민자 가족을 대변해 별도의 소송을 제기했다. 변호사들은 이번 조치가 “가족과 커뮤니티에 갑작스럽게 던져진 위협”이라며 철회를 요구했다.

라 콜라보라티바의 글래디스 베가 대표는 "많은 부모들이 아이의 미래를 걱정하며 두려움 속에 살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녀는 "이민자 커뮤니티는 이미 큰 부담을 안고 살아가는데, 이번 조치가 더 큰 혼란과 공포를 야기했다"고 덧붙였다.

백악관 대변인 해리슨 필즈는 이번 소송을 “급진 좌파들의 저항”이라고 비판하며 “대다수 미국인의 의지를 거스르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미국 내 불법 이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강력한 정책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선 기간 동안 출생지 시민권 폐지와 대규모 이민자 추방을 포함한 이민정책 변화를 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다. 이번 조치는 그 공약의 일환으로 보인다.

그러나 헌법적 논란과 사회적 반발 속에서 이 행정명령의 최종 운명은 법원의 판단에 달려 있다. 이번 소송은 이민 정책을 둘러싼 미국 내 깊은 분열과 긴장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로 남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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