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랑도(花郞徒)와 성(性) 그리고 태권도(跆拳道)
화랑세기花郞世紀, 원화源花 미실美室(34)
??????  2024-06-24, 11:30:50 
대남보는 비록 천민이었지만 재산이 많아서 그 가산을 모두 풀어 김용춘에게 충성을 다하였다. 또한 용감하고 일을 잘 처리했으며 급인지풍急人之風(남의 위급함을 구해주는 의협스러운 풍채)이 있어 많은 낭도들이 그를 우러러 보며 따랐다. 대남보는 스스로 많은 낭도들을 모아 김용춘을 호위하기도 했다. 대남보에게는 아름다운 딸이 하나 있었다. 그녀는 김용춘을 사모하여 유화遊花되기를 거부하고 홀로 그를 위하여 정절을 지키고 있었다. 그러나 용춘은 신선골의 폐단을 개혁하고자 대남보의 딸뿐만 아니라 다른 낭두들의 딸도 취하지 않았다. 그러자 그녀는그만 우물에 스스로 몸을 던지는 ‘자살소동’ 을 일으켰다. 용춘공이 그녀를 마지못해 첩으로 삼은 것으로 보아 죽지는 않았다. 그리고 신선골의 형성을 피하기 위하여 대남보를 낭두의 직에서 사직시켰다. 아쉽게도 충직하고 의협심이 강한 화랑의 낭두 한 명이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그의 재능을 익히 알고 있었던 진평왕은 그를 등용하여 궁사지宮舍知에 임명하여 궁궐의 재용財用를 관장하게 하였다(궁사지는 신라의 경위 17관등 중에서 13등급인 사지舍知와 동등한 직급인지는 알 수 없다). 대남보는 비록 몸은 화랑을 떠났지만 풍월주 김용춘을 향한 충성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자신의 가산이 모조리 없어질 때까지 용춘을 위하여 사용하였고, 결사대를 모아 그를 계속 호위하였다. 마침내 대남보의 가산이 모두 소진되자 그의 처와 세 아들은 삼 껍질을 벗기면서 연명하게 되었다.
이를 알게된 김용춘은 자책하다가 대남보의 장남 학열을 승부乘府의 오지烏知(15등급의 대오大烏나 16등급의 소오小烏로 짐작된다) 로 천거하였다. 또한 세 아들 모두 화랑에 입문하였고, 후일 14세 풍월주 김호림은 그들을 모두 낭두로 임용하였다. 이 중 장자 학열의 아들이 임금과 나라를 위해 충절을 바친 인물로 삼국사기에 화려하게 등장한다. 그러나 삼국사기에는 대남보의 기록은 없다. 그래서 삼국사기만 보면 학열과 대남보의 관계를 전혀 알 수 없다. 
다음은 삼국사기 권47(열전 권7)에 등장하는 ‘13인의 전사’ 들이다. 이들이 해론, 소나, 취도, 눌최, 설계두, 김영윤, 관창, 김흠운, 열기, 비령자, 죽죽, 필부 그리고 계백이다. 백제의 장수 계백을 제외하고는 모두 신라의 충신들이다. 
그간(박창화의 필사본이 출현하기 전까지는) 우리나라 역사학계 통설은 아마도 계백을 제외한 12명이 모두 화랑세기에 그들의 세계世系와 활약상이 자세하게 나오는 인물들이기에, 김부식이 삼국사기를 편찬할 때 이를 참고하여 간단히 그들의 업적을 기술했다고 보고 있었다. 그런데 필사본에는 김흠순과 그의 아들 반굴과 손자인 김영윤 등 만이 나오고, 삼국사기에 나오는 다른 화랑들은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 그래서 영향력이 있는 학자들이 추측한 것이 맞지 않으니 필사본을 위서라고 단정한다. 즉 필사본이 등장하기 전에는 열전 제7권의 계백을 제외한 신라의 ‘12명의 전사’ 들이 <화랑세기> 의 ‘주인공’ 들이라고 믿었는데, 막상 필사본의 내용을 보니 그 주인공은 32명의 풍월주들이었다. 결국 김흠순만 19세 풍월주로 주인공 중의 한 명이었다). 하지만 면밀히 두 사서를 비교하고 교차검증해 보면 필사본은 도저히 창작할 수 없는 진본임이 확인된다. 
삼국사기 열전의 죽죽竹竹의 기록으로도 필사본이 진본을 필사한 것임을 입증할 수 있다. 삼국사기의 내용을 간추려 보면,
<대야주(경남 합천) 사람으로 아버지 학열은 찬간撰干을 지냈다. 사지舍知로서 대야성 도독 김품석金品釋 휘하에 있었다. 선덕왕 11년 가을 8월에 윤충允忠이 이끄는 백제군에게 대야성이 함락당하게 되고, 품석 또한 처자식을 죽이고 자결하자, 남은 졸병을 모아 끝까지 항거하다 부하 용석과 함께 죽었다.>
죽죽은 13등급의 관위인 사지로 대야성 성주 김품석을 보좌하였다. 김품석은 김품일 장군의 동생이며, 고타소공주의 남편으로 태종무열왕 김춘추의 사위이다.
고타소의 어머니는 보라궁주이다. 이 보라궁주가 미실의 손녀이다(보라의 부모는 보종과 양명공주이고, 보종의 부모는 설화랑과 미실이다. 양명의 부모는 진평왕과 보명궁주이다). 선덕왕 11년은 642년이다.
후세 사람들은 부하 검일의 부인을 가로챈 성주城主 김품석보다 하급 군인 죽죽을 충신으로 높게 평가하고 있다. 그런데 이 죽죽은 화랑세기 어디에도 등장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13세 풍월주 용춘공조에 보면 찬간485)  학열이 대남보의 아들로 등장한다. 즉 삼국사기 열전에 죽죽의 아버지로 소개된 학열이 대남보의 아들인 것이다. 이렇듯 화랑세기에는 아버지의 아들로, 삼국사기에는 아들의 아버지로 단 한 차례씩만 등장하는 학열을 통하여 충신 죽죽의 할아버지가 미천한 출신의 부자富者 대남보라는 가족관계가 입증된다. 그리고 학열과 죽죽의 성이 대大씨임도 밝혀진다. 

485) 찬간撰干은 선간選干을 다르게 표기한 관등으로, 11등급이며 지방의 세력가에게 준 외위外位의 하나이다. 경위京位의 나마奈麻에 상당한 벼슬이다. 그러나 674년(문무왕14년)에 일률적으로 경위를 주었기에, 따라서 외위는 자연히 폐지되었다. 

참고문헌: 삼국사기, 삼국유사, 화랑세기 – 신라인 그들의 이야기(김대문 저, 이종욱 역주해, 소나무), 화랑세기 – 또 하나의 신라(김태식, 김영사), 한국사데이터베이스(db.history.go.kr)


박선우 (박선우태권도장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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