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담객설閑談客說: 소나무 소리를 듣다
보스톤코리아  2024-06-17, 11:30:33 
몇해전 이다. 연말에 모교 달력을 받았다. 달력 사진엔 청송대 사진도 실려있었다. 청송대는 역사깊고 소나무 울창한 숲이다. 명품 장소중 하나인데, 나야 당연한 것 처럼 청송은 푸른 소나무라 생각했다. 그런데 달력에 나와있는 작은 푯말에는 듣는 청송聽松로 되어있었다. 소나무를 듣다?  부는 바람에 얼핏 소리내는 소나무 가지로 해석할 수는 있겠다. 과연 청송靑松보다 청송이 더 멋들고 의미가 깊다. 소나무 소리를 듣다. 

덕분에 오래된 사진들을 들춰 봤다. 눈을 잡은 사진이 있었다. 총장공관. 돌로 지었는데, 집을 둘러싼 소나무가 볼만 했다. 잔듸밭과 사뭇 어울렸고, 봄비라도 내린다면 더욱 볼만할 터. 

지금은 총관공관이 박물관으로 쓰인다 했다. 쓰임새는 달라졌으나, 사진을 다시 쳐다 보곤 놀라웠다. 건물모양이 눈에 익었던 거다. 아니 이럴수가. 뉴잉글랜드 스타일이었으니 말이다. 당연하다만 한국에 있을 적엔 모르던 사실이었다. 

조선조 시조 한편이다. 청강에 비듣는소리. 제목이 있을터 없겠다만, 첫 구절이다. 

청강淸江에 비듣는 소리 그 무엇 우습관대
만산에 홍록이 휘두르며 웃는고야
두어라 춘풍이 몇날이리 웃을대로 웃어라
(효종임금)

청강淸江도 그럴듯 하다만, 청강聽江 역시 만만치 않다. 물소리를 듣는 것 말이다. 하긴 물소리리 듣건  빗소리를 듣건, 소나무가 소리건 모두 정겨운 소리임에 틀림 없겠다. 바람이라도 훌쩍 분다면 소리는 더 커진다. 그러나, 들음이 먼저 일터. 

후두득 빗소리를 듣고, 젖는 뒷뜰 푸른 소나무를 본다. 비오는날 우리집 뒷마당 정경이다. 우리집은 총장공관과 얼핏 비슷하다. 돌로 지은집은 아니다만, 이젠 낡아 역사만 자랑한다. 
올 여름엔 그런 정경을 즐길수 있을 겐가. 

모든 푸른 풀을 먹을 거리로 주노라 (창세기 1:30)


김화옥 
보스톤코리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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