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담객설閑談客說: 뒷 모습
??????  2024-06-10, 11:32:23 
이 졸문은  옛 선비와 윤동주와 나태주 시인의 시구절을 대충 버무렸음을 밝힌다. 졸문이 삭지 않아 날것이다. 

글을 읽다가 구절 하나를 발견했다. 조선중기 선비인 임매任邁 라는 분의 글귀이다. 자신의 됨됨이를 자평했다. 

'졸렬한 듯해도 오만하고 속 좁은 듯해도 굳은데, 게으르고 어수선한 것이 참모습이다. 묻노니 어떤 사람인가. 지금 세상에서 케케묵은 사람이라 하겠지.'

하긴 그분의 초상화를 볼적엔 강파라 보이는데 온화한 인상은 아니다. 그분의 뒷모습은 어땠을까 궁금하다. 

유명가수가 무대위에서 노래할 적이다. 앞에선 화려하고 밝은 조명빛이 있다. 덕분에 가수는 관중석에 얼마나 많은 관중들이 환호하는지 보고 관찰할 수는 없다. 조명은 가수의 앞모습만을 비추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따금 카메라는 가수의 뒷모습을 보게도 한다.  

일터에서 일이다. 새롭게 카다로그를 제작하기로 했다. 넣을 사진이 필요했기에 내 사진이 필요하단다. 연출된 사진 몇장을 찍었다. 그런데, 사진사의 실수인가? 아니면 의도되었던가. 내 뒷모습도 찍혔다. 

낯설었다. 앞모습 사진도 차마 보기에 민망한데 뒷모습이라니. 고개는 기울어 숙였으며, 어깨 역시 한쪽으로 삐딱했다. 꼿꼿한 모습은 아니었던 거다. 가엽고 초라한 뒷모습이라 해야 할터. 
윤동주시인이 떠올랐다. 그의 시 자화상중 몇줄이다. 

‘한 사나이가 있습니다. /어쩐지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가엾어집니다./ 도로 가 들여다보니 사나이는 그대로 있습니다.’ (윤동주, 자화상 중에서)

뒷모습이 그 사람을 보여준다. 나태주 시인의 시구절이다. 

뒷모습이 어여쁜 사람이 참으로
아름다운 사람이다
(나태주, 뒷모습 중에서)

뒷모습이 어여쁘지 않을 테니 나는 아름다운 사람이 되긴 틀렸다. 임매선생의 글에 내 자신을 대입한다.‘오만한듯 한데, 졸렬하다. 고집이 없을 듯하다만, 굳어 속이 좁다. 어수선하며 게으른게 참 모습이다. 묻노니 어떤 사람인가. 세상에서 케케묵은 사람이라 할테지. 

내등을 볼 것이요 얼굴은 보지 못하리라 (출애굽 33:23)


김화옥 
보스톤코리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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