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회관 건립, 가장 밑바닥부터 물음표를 던져보자
보스톤코리아  2007-09-29, 18:03:52 
장명술 (보스톤코리아 편집장)

뉴잉글랜드한인회관 건립위원회가 지난 9월 11일 출범했다. 한인회칙을 정비한 후 회칙에 따라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특별기관으로서 출발했기에 지금과는 다른 활약을 기대해 본다. 30년이나 끌어왔던 사업이기에 이제는 과거와  다른 접근이 필요할 때이기 때문이다. 과거와 같은 진행으로 30년을 더 기다리라는 법이 없지 않다.
출범한 자리에서 남궁연회장은 “모든 사람들이 (한인회관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과연 모든 사람이 한인회관의 필요성을 공감하고 있는가 가장 밑바닥부터 물음표를 던져 볼 때다. 왜 모든 사람이 공감하는 한인회관이 30년 동안 ‘거론되는 수준’에만 그쳤는가. 과연 정말로 필요한 것이었는데도 30여년간 거론만 했겠는가 하는 의문이 들게된다.
우리는 이런 문제점을 심각하게 고민해보지 않고 어느 순간‘남들이 한인회관을 가지고 있으니 우리도’라는 형식적인 당위성에만 동의하고 있지 않는가 고민스러운 대목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한인회관>이라는 단어만으로 기꺼이 자신의 돈을 희사하겠다는 의식이 점차로 희미해져가고 있다는 점을 건립위원들이 명확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오죽하면 <한인회관>이 아니라 <커뮤니티센터>라고 하자는 제안을 했겠는가. <한인회관>에 더이상 감동하지 않는다는 것을 반영하는 얘기다.
많은 사람들은 ‘구체적인 진행 모습’이 없어서라는 진단을 내린다. 뉴잉글랜드 한인회관 건립위원회에서도 이같은 지적에 탄력적으로 반응, 내년에는 한인회관의 청사진을 제시하겠다는 사업계획을 내놨다. 또한 한국에서 연예인을 초청하든지 아니면 이지역이 보유하고 있는 클래식 재원들을 이용한 모금 음악회를 개최하겠다는 모금계획도 아울러 내놨다.
한인회관 건립을 위한 청사진이 제시되고 부지가 구입되는 등 가시적인 움직임이 시작되면 많은 사람들이 모금운동에 동참하게 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또한 캐나다 한인회관처럼 기부자들의 이름을 모두 동판에 새겨 한인회관 벽에 부착하겠다는 계획이다.
30여년을 고민해왔고 타지의 선례들을 보면서 장래의 결실을 위해 진지하게 토론하는 모습은 한층 발전된 모습이다. 많은 의견도 수렴한 것으로 보인다.

한인회관에 대한 목적 필요성에 대한 설득력 부족
하지만 청사진이라는 이야기에서 건립위원회가 너무 하드웨어적인 청사진에 매달리고 있지 않나라는 생각이 든다. 위에서 지적했던 ‘왜 한인회관이 건립되어야 하는가’라든지, 한인회관은 이렇게 사용될 것이다 라든지 하는 기본적인 문제제기가 빠져있다. 모든 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적인 청사진을 소홀히 하고 있지 않나 하는 우려다.
거액의 건립기금을 쾌척할 사람이 있다거나 아니면 전 한인가족 당 500불 모으기에 성공한다던가 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지겠지만  앞으로 그럴 가능성은 많아 보이지 않는다. 결국 보스톤 시 또는 주정부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베트남 커뮤니티 센터의 건립의 경우 건립을 추진했던 Viet-Aid(Vietnamese American Initiative for Development, Inc.)는 보스톤시에서 거의 1백만불 이상의 기금을 헌사 받았다. 일단 도체스터 소재 건립부지를 1불에 불하 받았을 뿐만 아니라 추후 건축시에도 거의 1백만불에 가까운 돈을 지원 받았다.
그러면 어떻게 베트남 커뮤니티는 이같은 금액을 보스톤 시에서 받을 수 있었을까? 현재 베트남 커뮤니티 센터를 관리하고 있는  Viet-Aid의 대표 힙 추(Hiep Chu)씨는 “커뮤니티 센터에 대한 아이디어를 얼마나 설득력있게 팔 수 있는가에 달려있다”고 말한다.
첫째, 커뮤니티 센터의 목적이 베트남을 비롯한 모든 커뮤니티를 위한 센터라는 것. 비록 베트남 커뮤니티를 위해 사용하지만 결코 다른 소수민족의 발걸음을 결코 제지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두번째는 보스톤시의 동정심( Sympathy)을 이끌어 낼 수 있는지 여부였다고 털어놨다.
애석하게도 한인회관 건립위원회 출범식에서는 이러한 건립 목적, 건물 사용용도 등에 대한 발표는 없었다. 주정부 도움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받겠다는 얘기도 없었다. 지난 30년 동안 한인회관 건립을 이야기 해왔으니 이제는 다시 이야기를 꺼내기도 지겨워서일까? 아니면 정말 한인회관을 지어야 한다는 사명감만 갖고 실제 건립목적, 추후 건물 사용 용도 등에 대해서는 생각해보지 않은 것일까?

한인사회내 모금에만 메달리는 것 아닌가.
사실 출범식 회의의 절반은 어떻게 기금을 마련할 것인가에 집중됐다. 당연히 거의 모든 회의가 기금마련에 대한 논의여야 한다. 하지만 이 기금 마련은 과거와 별반 다를 게 없다. 한인사회내 주머니에 의존하는 한인사회 의존형 기금모금이다.
게다가 현재 건물을 얼마 만큼의 크기로 또 어느 용도로 지을지 모르기 때문에 어느 정도 모아야 된다는 총 모금 액수가 없다. 매년 목표액만 있을 뿐이다. 물론 이런 상황에서도 많은 한인들은 기꺼이 자비를 희사해서 지금까지 18만여불을 모았다. 정말 거금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앞으로도 얼마간의 시간에 얼마만큼을 모아야 하는지 모르는 상황. 덜컥 땅을 구입해도 문제다. 땅에 대한 청소문제, 제설문제, 보험문제는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한인들이 납득할 수 있는 목표에 건립계획, 그리고 보스톤 시로부터 땅을 불하 받는 등의 문제가 분명 선결되어야 할 것이다. 제대로된 비전 제시도 없는 상황에서 사명감만으로 18만불을 모은 한인사회이기에 이러한 비전이 보이면 어떤 식으로 달라질지 불보듯 뻔하다.

전문가를 고용하자.
애석하지만 한인사회는 아직 모든 계획을 설립하고 이 아이디어를 시, 주, 연방 정부에 효과적으로 팔 수 있는 전문가를 발견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는 적극적으로 찾아야 할 때다. 꼭 한국인이 아니어도 미국사회의 시스템과 한인사회를 모두 이해할 수 있으면 될 듯싶다. 하지만 자신의 생업을 제쳐놓고 뛰어들만한 사람은 없다. 1-2년은 생업을 제쳐놓고 헌신할 수 있는 사람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그에 맞는 돈을 지불을 해야 할 것이다.
일부에서는 건축기금이 어떤 돈인데 이를 사람에게 지불해서 날릴 수 있느냐고 반문할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CD에 돈을 넣어도 인플레이션율을 감안했을 때 본전치기만 할 뿐이다. 건축을 위해서 비용이 발생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해야 한다.
그래서 음악회를 준비하는 사람 따로, 건립 마스터 플랜을 준비하고 이를 주요 기관에 팔아 기금을 조성하는 사람 따로 각자 역할에 맞게 회관건립을 추진해보자. ‘꿈은 이루어진다’가 아닌 ‘잘 계획된 꿈은 이루어진다’는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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