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담객설閑談客說: 양보와 사양
보스톤코리아  2023-12-04, 11:50:47 
한자어 양讓을 떠올렸다. 양보讓步가 있고, 사양辭讓이 있으며, 겸양謙讓도 있다. 모두 초등학교적 도덕교과서에나 실렸을 법한 낱말들이다. 

더 젊은 노인이 덜 젊은 노인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풍경. 언젠가 읽었던 한국 시 한구절이다. 한국에서 지하철에서 볼 수있는 풍경일게다. 종종있는 일이고 목격한 적도 몇번있다. 노인을 보면 자리에 앉은 젊은이는 당연한 것처럼 자리를 양보하면서 권한다. 그러나 돌아오는 노인의 대답은  정중한 사양이다. 이런건 양보와 사양의 미덕이라 할만 하다. 한편 젊은이는 좌불안석되는데, 남의 눈길이 따갑기 때문이겠다. 

러시아워 적에 자주 겪은 일이다. 사거리에서 직진 운전중 일 적이다. 우측길에서 좌측깜박이를 켜고 기다리는 차를 발견하곤 한다. 신호등이 없으니, 분명 오래 기다렸을 것이다. 뒤꽁무니에 달고 있는 많은 차들이 이를 증거한다. 나역시 잠시 고민에 빠진다. 차를 멈추고, 길을 터줘야 하나? 

차를 일단정지 하고 길을 양보하면 선한 사마리아인이 된다. 그러나 내뒤를 쫓는 차들에겐 오히려 미안하다. 착한 일하려다가 내차 뒤꽁무니를 받칠수도 있는 거다. 선한 사마리아 사람이 되야 할까? 아니면 애써 모른척 해야 할까.

경우가 반대일 적도 있다. 좌회전해야 하는데, 내 좌측에선 어느 차도 길을 양보해주지 않을 때다. 내입에서 흘러나오는 신음소리를 누가 듣는다면?  저런 저런, 제사장 같은 이라고. 

요즈음 부쩍 그런 일이 있다. 우리동네가 그러하다. 몇달전 부터 길을 파헤치고, 로타리를 새로 만들며 공사하고 있는 거다. 덕분에 좁고 복잡하며 바쁘던 사거리가 더욱 붐빈다. 출퇴근 시간이면 말할 것도 없다. 

막무가내로 머리를 들이미는 차도 종종 본다. 성질급한 보스토니안들의 운전습관이다. 나역시 보스토니안 다됐다만, 목격할 적마다 조마조마한건 여전하다. 

먼저 가야 하는데, 일부러 차를 세우고 양보하는 경우도 있다. 과한 겸양이 달갑지 않을 적도 있다는 거다. 교통법규도 상식에 따라야 하는가?

부름을 사양하지 아니하고 왔노라 (사도행전10:29)


김화옥 
보스톤코리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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