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담객설閑談客說: 이삭줍기
보스톤코리아  2023-10-23, 11:33:31 
지난 여름 보스톤은 비가 잦았다. 여름을 지나 가을이 초입일적에도  내리는 비는 멈추지 않았던 거다. 한국에서도 비가 잦았다고 했다. 태풍도 몰려왔다고 전해 들었다. 더위와 장마 걱정은 해마다 계속된다. 

이젠 어영부영 추석도 지났고, 한창 가을이 깊어 간다. 농작물을 추수할 시기가 아닌가. 

잉여농산물. 오래된 말인데, 남아 도는 옥수수나 밀가루 같은 농산물일게다. 수십년전 이다. 미국 정부에서 이런 곡물들을 빈국貧國에 원조하곤 했다. 과잉 농산물일텐데, 누런 밀가루 봉지엔 한국과 미국이 악수하는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60년대 초반까지도 한국에선 이 밀가루로 주린 배를 채울수 밖에 없었던 거다. 당시엔 논바닥에 떨어진 이삭 한톨이라도 주우려 했을 것이다. 

이삭줍기. 나한테는 쉽지 않은 그림이다. 밀레의 것인데 이삭을 줍는 모습을 그린 회화작품이다. 허리를 굽히고  일하는 세 여인이고 이름하여 이발소 그림이다. 작품이 발표될 그 시기에도 식량난이 심각했을 터. 그러나 목가적이며 따뜻한 햇살처럼 작품은 읽힌다. 

실은 대단한 고통이었을 것이다. 허리를 굽히고 한알이라도 더 주어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아픈 허리와 피곤함과 배고픔도 느꼈을 터. 한편 대지주들은 이삭을 줍는 일은 눈감아 주었단다. 농민들도 먹어야 하기 때문일게다. 한국 시 한편이다. 
아직 말랑말랑 미끄러질 정도의 논바닥에
한걸음 한걸음 딛을때마다
그와 나의 발자욱이 나란히 이어가고
군데군데 남아있는 이삭껍질에
추억을 헤어가다
우린 그렇게 서로를 보듬는다
나에게 이삭줍기를 전하다
(김종길, 이삭줍기 중에서)

북한에서도 곧 가을걷이와 탈곡하는 시기 일게다. 그런데 올 농사작황은 어떠한가. 예년과 비슷할 것이라 하더니, 굶는 백성들은 없는가. 그나마 풍년이 들었으면 한다.

참 가을걷이는 내가 알겠다. 그런데 북한에선 낱알털기라 한다던데, 이 말은 탈곡이란다. 

너희에게 이르노니 한 알의 밀이 땅에 떨어져 (요한 12:24)


김화옥 
보스톤코리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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