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지구 병원 폭발, 최소 500명 사망…격랑 빠진 이·팔 전쟁
팔, 이스라엘 끔찍한 전쟁학살…이스라엘, 이슬라믹 지하드 소행
국제사회 일제히 '경악'…아랍권·이슬람권 분노 확산, 곳곳서 시위
보스톤코리아  2023-10-17, 21:20:33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와 이스라엘 간 무력 충돌이 발발한 지 열흘째인 17일(현지시간) 가자지구에서 병원 폭발 사건으로 다친 한 남성이 이송되고 있다. 이날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의 병원을 공습해 최소 500명이 숨졌다는 보도가 나왔지만, 이스라엘 측은 하마스의 로켓 공격에 의한 것이라며 책임을 부인하고 있다.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와 이스라엘 간 무력 충돌이 발발한 지 열흘째인 17일(현지시간) 가자지구에서 병원 폭발 사건으로 다친 한 남성이 이송되고 있다. 이날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의 병원을 공습해 최소 500명이 숨졌다는 보도가 나왔지만, 이스라엘 측은 하마스의 로켓 공격에 의한 것이라며 책임을 부인하고 있다.
(요하네스버그·서울=연합뉴스) 유현민 특파원 김연숙 기자 =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간 전쟁 중 하마스가 통치하는 가자지구 중심의 한 병원에 17일(현지시간) 대규모 폭발이 발생해 최소 500명이 숨졌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상대에게 책임을 돌리며 공방을 벌이고 있다.

국제사회는 일제히 충격과 경악을 표시하고 나섰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해법 모색을 위해 이스라엘과 요르단 방문길에 오르기 직전 요르단 방문은 취소됐다.

AP, AFP,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가자지구 보건부는 이날 오후 가자시티의 알아흘리 아랍병원이 공습을 받아 최소 500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보건부는 "수백명이 다치고 수백명의 희생자가 아직 건물 잔해 밑에 있다"고 말해 사망자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AP는 병원에서 촬영된 영상을 확인한 결과, 불이 건물을 휩싸고 병원 부지가 훼손된 시체로 뒤덮인 모습이었다고 전했다. 시신의 다수는 어린이들이었다.

잔디밭에는 담요, 학교 배낭 등의 소지품이 늘어져 있었다고 한다.

무함마드 아부 셀미아 병원장은 사상자 약 350명이 가자시티의 알시파 병원으로 급히 이송됐다고 말했다.

셀미아 병원장은 "작은 방 하나에 침대 5개를 밀어 넣고 있다. 장비도, 약도, 침대도, 마취제도 필요하고 모든 게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그는 병원 발전기의 연료가 18일이면 떨어질 것이라며 "가자의 의료는 몇시간 안에 붕괴할 것 같다"고 말했다.

팔레스타인 당국과 하마스는 이번 폭발의 원인을 이스라엘군의 공습 탓으로 돌렸다.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은 병원을 겨냥한 것은 용납할 수 없는 "끔찍한 전쟁 학살"이라 부르며 사흘간 애도 기간을 선포했다.

하마스는 "끔찍한 학살"이자 "명백한 전쟁 범죄"라고 이스라엘을 비난했다.

이스라엘군의 공습이 맞는다면 2008년 이후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가자지구에서 발생한 가장 큰 피해라고 이스라엘 일간 하레츠는 전했다.

그러나 이스라엘군은 책임을 부인하며 팔레스타인의 또 다른 무장정파 이슬라믹 지하드의 로켓 실패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작전 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가자지구의 테러리스트들이 로켓을 쐈고, 알아흘리 병원 근처를 지나간 것으로 나타났다"며 "우리가 입수한 여러 출처의 정보에 따르면 가자지구 병원을 강타한 로켓 발사 실패에 이슬람 지하드의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이슬람 지하드 측은 로이터통신에 "거짓말이자 날조이며 완전히 잘못된 것"이라며 "점령군(이스라엘군)은 민간인을 상대로 저지른 끔찍한 범죄와 학살을 은폐하려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병원 폭발 소식이 알려지자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집트, 시리아, 리비아, 이라크, 이란 등 이슬람권 국가들은 잇따라 이스라엘을 비난했다.

하마스와 연대하는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는 무슬림과 아랍인들에게 "강한 분노를 표현하기 위해" 즉시 거리와 광장으로 나가라고 촉구했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통치하는 요르단강 서안의 곳곳에서는 시위대와 팔레스타인 보안군 간의 충돌이 빚어졌다.

시위대는 돌을 던지고 아바스 수반 반대 구호를 외쳤고, 보안군은 시위대를 해산하기 위해 최루탄을 쐈다.

바이든 대통령과 아랍권 지도자들의 회동이 예정됐던 요르단 암만에서는 분노한 시위대가 이스라엘 대사관 급습을 시도하기도 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현재 벌어지고 있는 공포에 대해 깊은 슬픔을 느낀다며, 의료에 대해 지속적인 공격을 받아온 지역에서도 유례가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책임이 어느 쪽에 있든 간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력 충돌을 외교적으로 풀기 위한 해법은 한층 어려워졌다.

특히 이스라엘에 대한 지지를 보여주면서도 가자지구 민간인 피해 확대를 꾀하고자 했던 바이든 대통령으로서는 대형 악재를 안고 이스라엘 방문길에 오른 셈이 됐다.

요르단 방문은 취소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요르단 암만에서 아바스 수반,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 압델 파타 알시시 이집트 대통령과 4자 회담을 할 예정이었다.

아바스 수반이 먼저 공습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회동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아바스는 요르단에 머물고 있었지만, 자치정부 소재지인 서안의 라말라로 돌아갈 것이라고 팔레스타인 측이 밝혔다.

요르단도 "지금은 전쟁을 멈추는 것 외에는 어떤 말도 소용없다"며 정상회담 취소를 발표했다.

백악관은 요르단 왕실과 협의를 거쳤으며 희생자 애도 기간을 고려해 요르단 방문을 연기했다고 설명했다. 또 바이든 대통령이 병원 폭발 희생자들에게 깊은 애도를 보낸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만 방문한다. 방문 기간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에 대한 연대와 지지를 표명하고, 가자지구 인도적 문제 해결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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