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에는 책임이 따른다 |
신영의 세상 스케치 905회 |
보스톤코리아 2023-09-18, 11:16:39 |
자유의 반대말이 꼭 억압, 속박, 핍박, 탄압은 아닐 것이다. 그것은 자신이 자유의지를 가질 때의 시점에서 본다면 말이다. 특별히 어떤 관계를 들추지 않더라도 가정 안에서의 부부 관계에나 부모와 자식 관계에서 생각해 보면 좋겠다.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서로 배려하기보다는 눈치를 주고받을 때가 얼마나 많지 않던가. 대학 입시를 위해 공부하는 아이에게는 부모의 안절부절못함이 답답함일 테고, 부모의 입장에서는 열심히 공부하는 아이가 마음에서 늘 편치 않은 마음의 짐으로 있는 것이다. 서로가 서로에게 말하지 못하고 삭히며 겪는 일일 것이다. 삼십 년을 한 지붕 아래에서 살면서 가만히 지난 시간을 돌이켜 생각해 보니 남편에게 고마운 마음이 가득하다. 그것은 우리 또래의 한국 부부들을 지켜보면서 아직도 여전히 우리 부모님 세대의 가부장적 남편들이 몇 존재한다는 것이다. 어찌 보면 한국에 사는 한국 부부들의 모습과는 달리 미국에 사는 한국 부부들의 모습이 더욱 그렇지 않을까 싶다. 물론, 남편에 대한 사랑과 존중으로 상냥하게 잘하는 아내들이 여럿 있기는 하다. 이렇게 이런저런 분야가 다른 모임에서 만나는 한국 부부들을 보면서 내 남편에 대한 고마운 마음이 더욱더 깊어졌다. 그것은 무겁게 점잖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쓸데없이 가볍지 않아 내 마음에 편안함을 주는 것이다. 부부라는 이름으로 삼십 년을 살다 보니 특별히 나라는 사람을 상대방에게 일러주지 않아도 서로에게 조금씩 물들어 베어지는 모양이다. 그래서 그 베어진 냄새가 싫지 않고, 그렇게 또 함께 오랜 세월 보내고 시간이 지나니 나도 모르게 그 향이 좋아진 것이다. 그것은 하루아침에 된 것이 아니며 궂은 내, 고운 내 다 맡으며 마음에서 썩고 또 썩어 삭혀진 내음이지 않을까 한다. 남편인들 어찌 아내인 내가 늘 곱기만 했을까. 혹여, 여행으로 남편과 떨어져 있을 때 가끔은 그 베어진 냄새가 생각나고 그 향이 그리워지는 것을 보면 부부라는 것이 참으로 '신묘막측(神妙莫測)' 하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그것은 하늘이 주신 축복임을 알기에 말이다. 신묘막측(神妙莫測)의 뜻을 찾아보니 그 뜻은 '추측할 수 없을 정도로 신기하고 영묘함'이라고 한다. 그렇다, 서로 너무도 다른 사람이 만나 함께 산다는 것이 어찌 그리 쉬울까. 그런데 삼십 년을 살고 보니 이제는 하늘이 주신 그 심오함의 뜻을 조금은 짐작할 것 같다. 내게 부족한 것을 그 사람에게 그리고 그 사람이 부족한 것을 내가 채워주는 이치를 말이다. '신묘막측(神妙莫測)' 시편 139:14 내가 주께 감사해옴은 나를 지으심이 신묘막측하심이라 주의 행사가 기이함을 내 영혼이 잘 아나이다. 이 고백이 내 오늘의 기도가 되었다. 그렇다, 이렇듯 지난 나의 시간들을 돌이켜보면서 내 어머니와 아버지 그리고 내 남편과 세 아이를 떠올리며 나는 오늘의 감사가 절로 차오르는 것이다. 어찌 내 의지대로 내 힘대로 여기까지 왔을까. 하늘의 도우심이 없으셨다면 어찌 오늘 여기에서 나를 만날 수 있었겠는가 말이다. 이렇게 생각하니 더도 덜도 아닌 오늘 만난 인연들의 얼굴을 떠올리며 감사함으로 눈물이 고인다. 여행을 좋아하는 나는 세 아이를 대학을 졸업시키고 대학원 공부를 마치고 자기들의 자리에서 자리매김하며 사는 것으로 늘 감사함으로 있다. 나의 자유 여행은 세 아이들이 자신의 일을 찾아서 하고 있기에 가능했는지도 모른다. 세 아이를 바쁘고 정신없이 키웠다. 그 바빴던 시간을 지금에 와서야 남편과 함께 둘이 아침에 커피를 마시며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다. 세 아이를 키우며 즐겁고 행복했던 그리고 버겁고 힘들었던 것들을 혼자가 아닌 둘이서 나누는 것이다. 그것은 다는 어떤 이도 아닌 자식이라는 공통분모가 있어 남편과 아내가 함께 즐겁고 행복해지는 시간이다. 자유, 자유에는 책임이 따른다. 자유의 반대말이 굳이 억압이나 속박, 핍박, 탄압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다. 어쩌면 자유의 반대말을 굳이 말하라면 방종이 아닐까 싶다. 내가 한 남자의 아내로서 그리고 세 아이의 엄마로서도 그랬으며, 여행을 좋아하는 내가 혼자 여행을 하는 중에도 그랬다. 물론, 앞으로 자유로운 여행을 하는 나는 여전히 그럴 것이다. 그 이유는 자유에 속한 책임에는 변함이 없기 때문이다. 서로를 믿고 신뢰하는 일보다 더 귀한 것이 없다는 생각을 한다. 그것이 부부간이든 창조주와 피조물의 관계이든 그렇다. 자유에는 책임이 따른다. 시인 신영은 월간[문학21]로 등단, 한국[전통문화/전통춤]알림이 역할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 보스톤코리아(http://www.bostonkorea.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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