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와 인생 2 |
보스톤코리아 2023-09-07, 14:34:41 |
3번홀: 첫 라운딩 그리고 목표 약 1주일간의 어설픈 드라이빙 레인지 연습을 통해 방향은 들쭉날쭉 이지만 그래도 공이 어느정도 떠서 나가자 변변치 않은 내 골프 선생은 나에게 골프 라운딩을 해 보자고 제안했다. 학교 내에 있던 골프장이라 매일 수업을 위해 오가며 봐 왔던 터라 그리 낮설지는 않았지만 막상 골프백을 둘러메고 골프장 첫홀 티 박스에 올라서니 가슴이 두근두근 심하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자! 이제 골프공을 티에 올려 놓고 저기 멀리 보이는 깃발 밑에 뚫려있는 구멍에 공을 집어 넣기만 하면 된다. 내 골프 선생왈, 골프코스는 보통 18홀, 72타로 이루워져 있고 거리가 짧은 숏홀에서는 3번, 일반 레귤러 홀에서는 4번, 거리가 긴 롱홀에서는 5번을 쳐서 홀컵에 공을 넣으면 그것이 파(Par)란다. 하지만 초보자가 파를 하기는 무척 어려운 일이니 더블보기 즉 파보다 두번정도 더 쳐서 공을 넣는것을 목표로 라운딩을 하라고 지시한다. 친구이기도 하니 선생을 우습게 본건지 난 선생에게 반발한다. “목표는 크게 잡으라고 했다. 난 4번에 넣는 것을 목표로 할테니 지켜봐라” 호기롭게 말 하며 속으로 중얼 거린다. “자! 보통 한 홀의 길이가 350야드정도 되니 드라이버로 한 200야드 치면 남은거리 150야드, 그러면 7번정도 잡고 홀컵 근처로 가면 그린에서 퍼팅 두번, 잘 하면 한번 그러면 최소 파 내지는 버디 잡는다. 뭐 이거 쉽네…” 골프를 어느정도 접해본 지금 생각하면 참 어이없는 생각이었다. 지금 그때로 돌아가 그런 허황된 생각을 하는 내 스스로에게 이런 말을 던질것 같다. “골프가 맘대로 되면 그게 골프냐? 골프가 우습냐” 어찌되었든, 허공을 가르며 힘차게 내지른 나의 첫 샷은 공이 10야드도 못가서 떼그르르 구르기 시작했다. 남은 거리는 대략 340야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꼴이다. 이룰 수 없었던 목표의 수정, 이젠 목표고 뭐고 없다. 제발 공아! 뜨기만 해라…. 희망과 목표는 엄연히 다르다. 희망은 하고 싶은 그 무엇과 같은 것이고, 목표는 그 희망을 이루기 위해 내가 꼭 해야할 일을 구체적으로 설정하는 것이다. 이 단순한 진리를 나는 첫홀 첫 스윙이 끝난 후에야 깨닫게 되었다. 4번홀 : 첫 업무 그리고 목표 이제 갓 세상 속으로 뛰어들어 세상 일 다 할것처럼 천방지축 날뛰던 신입사원 시절의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약 한달여 간의 OJT(On-the-job training)기간 동안 이일 저일 가리지 않고 시키는 일 만 하다가 드디어 나에게 첫 임무가 주어졌다. 재고관리에 어려움을 겪고있는 모 회사로 부터 컨설팅계약을 수주해 오는 일이었다. 말 그대로 나 홀로 티 박스에 올라간 셈이다. 첫 티샷을 위해 준비할 때 처럼 가슴이 심하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자! 이제 업체 방문해서 재고관리에 대해 설명하고 어떤 방법으로 컨설팅 할것인가 인지 시킨 후 계약서에 사인만 해 오면 된다. 내 부장 왈, 처음 업체 방문이니 서두르지 말고 그쪽에서 하는 이야기만 잘 듣고 오란다. 겉으로는 아주 공손하게 “네. 알겠습니다.” 했지만 마음 속으로는 이렇게 중얼 거린다. “나에게 떨어진 첫번째 임무다 어떻해서든 단번에 계약을 성사시켜 내 능력을 보여주리라” 이것이야 말로 첫 번째 라운딩 첫번째 홀에서 200야드를 멋지게 날려 보내겠다는 나의 허황된 희망과 하나도 다를것이 없는 어처구니 없는 목표설정 이었다.. 아니 이건 목표설정이 아니라 말 그대로 희망사항을 내 목표인양 착각한 어설픈 생각이었다. 어찌되었던 나는 업체 담당자와 시간 약속을 잡고 길을 떠났다. 입사해 처음으로 낯선 사람과 어떤 목적을 가지고 처음 대하는 자리… 어색하기 그지 없다. 뭔 말을 꺼내야 하나!, 주도권을 잡아야 할텐데… 조급한 마음에 앞뒤 다 자르고 책에서나 나오는 재고관리에 대하여 장황하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한참 떠들다 고개를 들어 업체 실무자의 얼굴을 보니 어이 없다는 표정이다. 아! 뭔가 잘못되고 있다. 첫홀 첫 티샷이 삑사리 나듯 미팅은 초반부터 삑사리를 내고 있었다. 나보다 훨씬 더 많은 사회경험과 실무지식을 가지고 있는 기업체의 베테랑 부장앞에서 교과서를 들먹이며 썰을 푸는 내가 얼마나 가소로웠을까? 그럼에도 그는 입가에 미소만 지은 채 그저 고개만 끄덕이고 있다. 어디까지 하나 들어 보자는 마음으로…. 첫번째 미팅은 완전 죽 썼다. 아니 그의 손바닥에서 재롱만 부리다 아무 성과 없이 회사로 복귀했다. 오는 길 내내 챙피해서 고개를 못 들었다. 마치 전날 술자리에서 이말 저말 하다 다음날 술이 깨서 아! 내가 왜 그런 말을 했지! 쪽팔려 죽겠네… 하는 마음과 다를게 하나도 없었다. 상대가 무슨 말을 하는지 잘 듣고만 오라는 부장의 지시만 따랐다면 이처럼 참담하지는 않았을 텐데…. 이후 계속되는 헛발질을 수도 없이 하며 결국 컨설팅 계약서에 도장을 찍게 되었다. 마치 4번에 공을 홀컵에 넣어 파를 잡겠다던 계획이 수도 없는 헛스윙과 삑사리로 양파(파의 두배 즉 8번에 공을 홀에 집어넣는 것), 말이 좋아 양파지 양파 이후는 카운팅을 안하는 아마추어들의 관습으로 그냥 양파 한거지 실은 한 트리플 양파(12번)정도로 공을 홀에 집어 넣은 것과 똑같은 상황이었다. 첫 임무를 마치고 돌아온 나에게 부장은 말 한다. "일이 쉽지 않지? 어려운 과정을 거쳤으니 자네도 느낀게 있을거다… 그렇다. 희망과 목표는 엄연히 다르다. 희망은 하고 싶은 무엇이고 목표는 그 희망을 위해 가장 효율적인 방안을 설정해 나가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AS-IS 분석, 즉 지금 처한 상황을 가장 정확히 분석하고 내가 활용할 수 있는 자원이 무엇인가를 확실히 인지 한 후 실현 가능한 TO-BE의 모습을 구현하는 것이다. 마치 골프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골프의 능력을 먼저 깨닫고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해저드 나 벙커를 효율적으로 피해 나가면서 내 능력 안에서 가장 적은 타수로 공을 홀에 집어 넣는 계획을 세우는것 처럼… 박진영 (보스톤라이프스토리닷컴 대표) ⓒ 보스톤코리아(http://www.bostonkorea.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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