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에 대하여…
신영의 세상 스케치 898회
보스톤코리아  2023-07-20, 14:35:54 
만남, 늘 큰 과제이다. 그만큼 쉽지 않다는 얘기다. 삶 가운데 만나는 수많은 인연에 기쁨과 감사가 있는가 하면 때로는 그 만남이 서로에게 씁쓸한 여운을 남기며 멀어지기도 한다. 그쯤이면 그나마 다행 때로는 꼴도 보기 싫을 만큼 악연이 되기도 한다. 어떤 경우에 있을지라도 쏟아진 물을 다시 담는 것은 어렵다. 그러하기에 물이 쏟아지기 전에 조심을 하든가 아니면 물그릇을 가만히 내려놓든가 하는 것이 지혜라는 생각을 해본다. 이제는 그렇듯 살아가려 한다. 내 눈에 내 마음에 불편하게 느껴진다고 지적질 할 이유나 자격이 없는 것이다.

세상 나이 예순의 언덕에 오를 즘에는 사람 사귀기가 퍽이나 어렵다는 얘기를 이번 한국 방문 중에 여러 차례 들었다. 그것은 그만큼 새로운 사람과 만나 나를 소개하거나 상대방의 새로운 것을 알아가는 시간이 어린 시절에 비해 그리 길지 않다는 것이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 인연을 만드는 시간을 절약하고 싶은 것이다. 앞으로의 남은 인생이 그리 많지 않음을 깨닫는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어떠한가? 나 역시도 그 이야기에 동의를 한다. 지금까지 지내온 관계들을 더 소중히 여기며 살고 싶다. 곁에 있는 인연에도 소홀히 했던 일들이 하나둘 떠오르는 것이다. 

내 곁에 있는 인연들이 소중하게 여겨지는 말간 아침을 맞는다. 그렇다, 그런 마음이 들기까지는 나름대로 생각과 묵상이 필요했다. 이번 한국 방문을 하면서 사색하는 시간을 가졌다. 여느 여행 때처럼 많은 사람들을 만나는 일보다는 친정 언니와 함께 나눈 시간이 길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오랜 친구를 만난 듯 편안한 마음으로 이야기를 나눴다. 또한 이 시간을 통해서 그동안 내 곁에서 삶의 이야기를 나눴던 분들이 오버랩 되어 스쳐 지난다. 모두가 고마운 사람들이다. 모두가 소중하고 귀한 인연들이다. 

언니는 말해온다, 왜 그렇게 힘든 길을 선택했느냐고 말이다. 남편이 있을 때도 자유분방한 성격에 누구 눈치 보지 않고 자유롭게 삶을 살아갔지만, 이제는 훌쩍 남편을 떠나보낸 동생을 보며 안타까움이 큰 것이다. 지금까지의 삶도 잘살아 왔지만, 아이 셋을 다 잘 키워 놓고 각자 자리매김하며 사니 마음 편안하게 자유롭게 살지 그렇게 어려운 길을 가느냐고 말이다. 요즘은 혼자서도 다들 잘살아 가던데 더 편안하게 여유롭게 지낼 수 있지 않겠느냐고 언니는 동생을 보며 걱정 어린 마음을 내비치는 것이다.

동생을 염려하고 걱정하는 언니의 마음은 충분히 알 것 같다. 고마웠다. 내 언니가 있다는 것이 어려움을 겪는 과정 중에 참으로 감사했다. 그렇게 이야기를 서로 나누며 마음을 알아갔다. 나중에 뉴욕에 돌아오기 전에 언니는 말해온다. 동생이 사역자(목회자)의 길을 가고 있음을 인식하고 응원을 해준다. 친한 언니 친구에게도 내 동생이 목사가 되려고 공부하고 있다고 편안하게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그 이야기 속에서 동생을 향한 따뜻한 마음과 믿음의 마음이 전해져서 고마웠다.

만남, 그렇다! 새로운 만남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내 가족의 인연에 감사하며 그동안 소홀했던 부분이 있다고 한다면 다시 한번 돌아보며 소중하고 귀하게 여기며 살아야겠다. 나를 새롭게 알려주지 않아도 나를 너무도 잘 아는 이들의 사랑을 충분히 받는다면, 이처럼 어지러운 세상에서 흔들리지 않고 든든히 서서 살아가리라. 부모와 자식과의 인연, 형제.자매와의 인연 이 모두가 귀하지 않은가. 세월은 우리를 그렇게 기다려 주지 않는다. 서로에게 진실한 나눔으로 더 나아가 이웃에게 따뜻한 나눔으로 이어질 수 있는 든든한 삶의 오늘이면 좋겠다.

그렇다, 서로가 누군가의 사랑을 원하지만, 너무 가까우면 뜨거워서 도망하고 싶어진다. 뜨겁지 않을 만큼에서 서로에게 예의와 배려의 나눔이면 좋겠다. 각자의 자리에서 존중하면서 서로 챙김을 주고받을 수 있다면 이보다 더 좋을 수 있겠는가. 이런저런 만남을 생각하며 여러 모양의 만남과 여러 색깔의 만남을 생각해 본다. 그 어느 것 하나 과하지 않은 그 어느 것 하나 소홀하지 않은 그런 만남이길 소망해 본다. 그렇게 흔들리지 않는 마음의 중심이 있을 때 제대로의 만남을 세우고 키워나갈 수 있는 것이다.


시인 신영은 월간[문학21]로 등단, 한국[전통문화/전통춤]알림이 역할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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