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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 25대 무령왕에게는 4명의 자손이 있었다. 첫째 아들 순타태자는 왜국에서 살다가 일찍 사망했고, 둘째 아들은 백제 성왕이고, 셋째 아들이 사아(斯我)인데 게이타이 천황을 도와 주려고 왜국으로 건너갔다. 유일한 외동딸이 게이타이 천황의 황후가 된 수백향으로 모두 4명의 자손이 있었다. 큰아들 순타의 자손 중에 고야신립(高野新笠)이 49대 코닌(光仁)천황과 결혼했는데 그녀가 백제사람이라는 이유로 정실황후가 될 수 없었다. 그녀의 성은 야마토(和)씨였고 이름은 “니가사”어었다. 백제의 오래된 기록에 의하면 먼 조상인 도모왕(주몽)이라는 사람이 하백(河伯)의 딸과 태양의 정기에 감응해서 태어난 사람인데 화신립은 곧 그의 후손이라고 하였다.

이처럼 주몽의 신화까지 동원해야 할 정도로 입지가 미약했으며 그녀의 아들 칸무 왕자도 백제 도래인이라는 이유로 차기 천황으로 뽑히기 위해서는 제약이 많았다.

그러나 칸무에게는 믿을 수 있는 세력이 있었다. 당시 도래인 가문들의 힘과 세력은 말 그대로 넘사벽 그 자체였다. 백년세도를 구가한 소가씨 백제가문, 그런 소가씨를 무너트린 또 다른 후지와라 백제 가문의 도움을 받아 상황을 역전시킨다. 서기 784년, 칸무가 천황이 되기 3년 전에 나가오카교 건설책임자 후지와라노 타네즈구가 누구에게 화실을 맞아 암살되었다. 범인이 곧 잡혔는데 놀랍게도 칸무의 배다른 동생 사와라 친왕이었다. 사와라 친왕은 곧바로 퇴위 되었고 유배 중에 항의하고 탄식하다 사망하였다. 많은 사람들은 후지와라 가문에서 기획한 모략극으로 짐작하고 있었다. 정실 황후는 코닌 천황을 저주했다는 죄목으로 폐위되면서 고야신립이 황후가 되었고 칸무가 50대 천황이 되었다(781-806). 고야신립 황태후는 아들 칸무가 등극한지 8년 후인 서기 789년에 사망하였다.

칸무 천황이 즉위하고 곧이어 자연재해가 연달아 일어나고 칸무 주위에 이런저런 일들이 벌어지자 이것은 사와라 친왕의 저주가 있어서 그런 것이라는 소문이 퍼지게 되었다. 이에 칸무천황은 동생 사와라 친왕에게 숭도천황(崇道天皇)이라는 시호를 올리고 정중하게 제사를 지내 그의 노여움을 달래려고 하였다. 결국 칸무는 이러한 저주의 소문을 못이기고 “나라”를 떠나 헤이안교(平安京)에 새도읍지를 건설하게 된다.

교토의 헤이안 신궁

새도읍의 이름을 헤이안(平安, 교토)이라고 이름 지은 것은 부디 나라와 국민이 평안하기를 바란다는 뜻이었다. 나라(奈良)시대 말기에 칸무 천황의 생모 고야신립 황태후는 조상신을 모시는 히라노 신사를 만들었다. 히라노 신사의 주신인 아마끼(今木神)신은 백제 도래계 씨족인 야마토(和氏)의 먼조상신인데 원래 나라(奈良)의 고시(高市)에 모셨던 것을 헤이안으로 모시게 된 것이다. 이마끼 신이란 말은 “지금 오신 분” 또는 “새로 오신 분”이라는 뜻이다.

에도 시대의 국학자 한노 부토모(1775-1846)씨는 이마끼 주신은 백제 성명황이고 구도왕은 백제 개국왕 온조왕이며 제 3신은 고개신(古開神) 두분으로 고신(古神) 은 비류왕이고 개신(開神) 은 근초고왕인데 모두가 백제를 건국하고 나라를 일으킨 백제왕들이었다.

네번째 신은 백제 무령왕과 순타태자의 후손으로 일본 49대 코닌 천황의 황태후로 평성궁 후궁에 모셔있다가 히라노 신사에 모셔진 히메신이다. 서기 782년 칸무천황의 치세가 시작되면서 아마끼 신에게는 종 4위 벼슬을 내렸는데 칸무의 교토시대가 되면서 역대 천황들은 히라노 신을 칸무천황의 외척신으로 특별히 대우해서 히라노 신의 위상이 급상승하게 된다.

벚꽃이 활짝핀 히라노 신사

서기 863년에 이마끼 황대신은 신중에서 최고로 높은 신이 되었고 863년에는 구도 대신, 하루아끼 대신은 정 3위가 되었으며 히메 대신은 종 4위에 위치하게 된다. 서기 927년에 완성된 엔키시키(延喜式)에 의하면 전국에서 유일하게 황태자가 직접 제사를 지내는 특수한 신사가 되었다. 이는 이 히라노 신사가 황실의 지위에 합당할 만큼 격이 높은 신사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전에 말한 것처럼 일본에는 3분의 황대어신(皇大御神)이 있는데 첫째는 일본의 최고신 천조대신이고, 두번째 가스카(春日大神)신은 가라히토(韓人) 후지와라씨의 백제계 선조신이다. 세번째가 백제의 조상신 아마끼 대신이다. 히라노 신가의 정문에는 평야신사(平野神社)라고 쓴 커다란 표지판이 부착되어 있는데 히라(평야)라는 말은 칸무천황의 선조와 후손들의 씨사라는 뜻이다. 평야의 야(野)는 황실을 의미하는 말이고 대신사는 이마끼 신이라는 대신이 있는 신사라는 뜻이다.

히라노 대신사

신찬 성씨록

칸무 천황의 생모는 고야신립 황태후로 백제사람이었다. 칸무의 아버지 코닌 천황의 어머니도 백제 도래인의 딸 다카노니 히가사였다. 그녀는 서기 785년 가와치의 가타노에서 제천의식을 행하였으며 서기 794년 헤이안경으로 천도해서는 히라노 신사를 짓고 백제왕들에게 제사를 지낸다. 칸무 천황 여인들 중에 백제 의자왕의 아들 부여선광(夫餘善廣)의 후손이 있어 백제 왕씨를 후궁으로 맞아 들인다. 칸무는 자신의 후궁에 9명이상의 백제 여인들이 있었다. 속 일본기에서 그는 항상 말하기를 백제 왕씨는 그의 외척이라고 말하며 그들을 우대하였다. 그 때문에 일본 조야에서는 백제계와 한방울의 피라도 섞인 여인을 찾아 내는 것이 출세의 지름길이 되었다. 그래서 왜국에서는 엉터리 가짜 족보나 계보가 유행하게 되는 것을 엄격하게 통제하게 되었다.

화신립 태후의 릉

고대 일본왕실의 족보라고 평가되는 귀중한 고문서가 있었다. 서기 815년 칸무 천황이 지도하여 일본 왕실에서 편찬한 신찬 성씨록이 바로 그 책이다. 칸무 천황의 5재 아들 만다(萬多)천왕이 엮어낸 책인데 그 내용이 무척 방대하고, 한일 동족론을 입증할 만한 내용을 담고 있으며 왜국의 지배자가 한반도 사람들이었다는 사실을 고증하고 있었다.

구체적으로 잘 알려진 스이코 천황의 남편인 30대 비타츠(572-585) 천황이 백제 왕족이었다는 사실도 신찬 성씨록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신찬 성씨록에서 비타츠 천황의 성씨가 진인(眞人)인데 이 성씨는 천무천황 13년(686년)에 제정된 팔색(八色)의 성씨 중에 제 1위 성씨로 ‘황족’에게만 주어신 성씨라고 한다.

의자왕 의아들 선광은 히라가타 에 살아았다.쇼무천황이 후손 경복 에게 백제왕 신사를건립

칸무천황은 일본 역사에 오래 기록될만큼 좋은 천황이었다. 그의 치세 중에 나라를 잃은 백제 유민들을 위한 그의 헌신적인 노력은 필설로만 끝낼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칸무도 비난 받아야할 사건이 있었다. 집권초에 그는 일본과 삼한(백제)은 동종이라며 상호간의 우호를 원하였는데 어느 순간에 백제 문화를 소개하는 모든 책을 불태워 버렸다. 칸무천황은 그 이유가 일본열도의 안정을 보장해 주려는 의도였다고 변명하고 있지만 납득할 수 없는 궁색한 변명이었다. 그리고 14세기 중엽에 편찬된 “신황 정통기”에서 그 진위가 밝혀지고 그 이유가 적혀 있었다.

그 내용은 “일본은 신명이 가호하는 신국으로 타국보다 강하고 우월하다는 의식을 바탕으로 신의 자손인 천황이 대대로 통치하는 국가이며 그점에 대해서 타국과 구별된다고 주장하였다.” 이러한 독선적인 사상을 수용할 수 있는 국가는 손에 꼽을 정도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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