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톤에 온 이낙연 전 총리, "대한민국 위기 봉착" |
탈냉전 끝난 지금 경제적 안보적으로 경험해보지 못한 위기 현재 상황에 책임의식 짓눌려, 어떤 방식으로든 책임 다할 터 귀국 앞두고 MIT 하버드 학생모임 <토담> 강연 차 방문 |
보스톤코리아 2023-05-25, 18:23:12 |
(보스톤 = 보스톤코리아) 장명술 기자 = “대한민국이 경험해 보지 않은 위기에 봉착했다.” 20일 MIT 학생회 토담이 주최한 강연회에 참석차 보스톤을 방문한 이낙연 전 총리는 대한민국의 현 상태를 그렇게 진단했다. 지난 1년간 한국의 국제정세 연구에 몰두했던 그의 평가다. 난데 없는 위기론이냐고 되물을 수 있다. 한국의 현 상황을 면밀하게 주시하는 경우 하나 둘씩 문제가 발견된다. 수출한국의 무역적자가 심상치 않다. 박성현 서울대 통계학과 명예교수는 “대한민국의 심장이 식어가고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한국의 수출은 지난해 10월 이후 7개월 연속 역성장했다. 무역수지는 14개월째 적자다. 수출은 지난해 10월 -5.8%로 역성장한 뒤 11월 -14.2%, 12월 -9.7%, 올해 1월 -16.4%, 2월 -7.6%, 3월 -13.6%에 이어 4월 - 14.2%까지 7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 갔다. 2022년 역대 최고치 무역적자(472억 달러)를 기록했으나 올해 5월 20일 지난해 무역적자액의 60%(295억4천800만달러)를 넘어섰다. 반도체 업황 악화와 더불어 대중국 수출의 감소가 주된 요인이다. 무역협회의 통계에 따르면 중국이 한국의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올해 전체 19.4%로 1위다. 그러나 2020년 25.9%, 2021년 25.3%, 2022년 22.8%로 급격히 축소되고 있다. 북한은 지난 한해동안 ICBM 탄도미사일 62발, 단거리 포함하면 100번 이상을 동해바다에 쏘아댔다. 3일에 한번은 미사일을 쏜 셈이다. 미사일 발사가 늘 오는 비 일기예보처럼 일상화가 되었다. 그러나 비가 잦으면 폭풍우 가능성도 높아진다. 뒤를 돌아보면 한국에게는 축복의 시간이었다. 이낙연 전 총리는 “미국과 중국이 협력하던 탈냉전시대는 한국 경제에는 축제 같은 기간이었다.”다고 말했다. “당시 미국에 어느 나라도 도전하지 않던 시절이었기에 안보는 미국에만 의존하면 충분했다. 중국과 협력 하면서 경제를 살찌어도 미국이 싫어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국은 1인당 국민소득 3만불을 돌파했다. 이제는 이 같은 혜택은 더 이상 누릴 수 없다. 이 전 총리는 “미국 중국 양쪽으로부터 이득을 얻는 그런 선택이 더 이상 어려워지게 된 지금은 경험하지 못한 위기”라고 진단하고 “경제적으로 중국과 더 이상 편하게 협력할 수 없는 상태가 되어 버렸다.”고 지적했다. 경제적인 불안은 물론 안보적인 측면도 우려해야 한다. 세계는 인정하기 싫어하지만 북한은 이미 핵보유국으로 핵무장을 끝낸 상태다. 이 전 총리에 따르면 “안보와 경제, 모든 면에서 우리는 위기”이다. 이 전 총리는 근본적으로 안보를 위해 한미일이 협력하는 것은 맞는 방향이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여전히 중국 및 북한과의 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반도 평화의 최대 수혜자는 바로 대한민국이며 한반도 위기의 최대 피해국도 한국이기 때문이다. 이 전 총리는 “중국과 건설적인 관계는 유지하고 북한과 상시적인 대화의 통로를 열어 놓는 것 등의 방법으로 긴장을 완화하고 관리할 수 있는 체제로 빨리 가야 하는데 그것에 대해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지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윤석열 정부의 신냉전 시대 외교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북한과 관련해서도 이 전 총리는 미국의 바이든 대통령에게 쓴소리를 했다. “바이든 정부는 2년동안 북한과 조건없이 대화하겠다는 말을 20번 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아무것도 안했다. 한국 정부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미국만 쫓아가고 있다.”면서 한국정부의 역할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전 총리는 지난 1년간 워싱턴에서 칩거하면서 연구에 몰두했다. 20여차례의 강연 외 대사관에 전화 한 번 걸지 않았다. 최근 신 냉전 시대에서 한반도의 생존 전략에 대한 구상을 담은 저서를 출간했다. 현재 정치 사회분야 베스트셀러 1위에 올라있다. 이 전 총리는 “외교부 대외 정책분야가 인기를 끈다는 것도 드문 일이다. 그만큼 우리 국민들도 위기 의식을 느끼고 계신 결과 아닌가 생각한다.”고 해석했다. 이 전 총리는 한반도의 위기에는 자신의 책임도 있다고 생각한다. “국가적 위기 앞에서 정치는 길을 잃고 있다. 국민들은 마음 둘 곳을 잃었다는 생각에 안타깝다”는 그는 “아직 귀국 후 계획을 갖고 있지 않다”면서도 “어떤 방법으로든 저는 책임을 다해야 한다 생각을 한다”고 밝혔다. 이 전 총리는 6월 3일 미국을 떠나 독일에서 강연회를 갖고 한국으로 귀국한다. 다음은 이낙연 전 총리와의 일문일답이다. ▶보스톤 MIT 유학생 모임인 토담의 강연회를 앞두고 계신다. 그동안 시카고, LA, 애틀란타, 워싱턴, 필라델피아, 휴스턴 등에서 강연을 하셨는데 강연은 어떤 내용인가? 작년 6월 조지워싱턴 대학 방문학자로 와서 일년동안 연구원으로서 한반도 평화, 미중 신냉전 관련 연구를 해 책을 쓴 후 2월부터 19번을 강연을 했는데 그중에 10번은 영어로 한 강연이었고 9번은 한인상대의 강연이었다. 요컨데, 미국과 중국이 협력하던 탈냉전 시대는 한국 경제에는 축제 같은 기간이었다. 한국은 1인당 국민소득 1만불을 돌파하고 3만불까지 돌파했다. 그렇게 된 이유는 미,중 협력에 있었다. 국제정치적으로 보면 미국에 그 어느 나라도 도전하지 않던 기간이었기에 안보는 미국에만 의존해도 충분했던 시절이었다. 중국과 협력하면서 경제를 살찌어도 미국이 싫어하지 않았다. 이제는 그 혜택을 더 이상 누릴 수 없게 됐다. 미,중이 경쟁하기 때문이다. 미국 중국 양쪽으로부터 이득을 얻는, 그런 선택이 더 이상 어려워지게 된 대한민국이 경험해 보지 않은 위기에 봉착했다. 탈냉전 시대에 북한은 고립으로 몰리다 보니 핵무장으로 질주해버렸다. 탈냉전이 끝나고 보니 핵무장한 북한이 남아 있었다. 안보와 경제 모든 면에서 우리는 위기에 몰려있게 된 것이다. 그런 얘기를 한국의 미래세대의 엘리트들에게 해주고 싶었다. ▶ 안보 측면에서 확장억제를 구체화한 윤대통령의 워싱턴 선언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4월 26일 한미 정상회담의 거의 유일하고도 구체적인 소득은 NCEG(핵협의그룹)이다. 기존에 있었던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CG)를 약간 강화, 정기적으로 협의를 하는 것이다. 미국의 북한 비핵화 협상의 실패, 북한의 핵능력강화에 대한 한국국민의 불안과 불만 그리고 그것에서 나오는 자체 핵무장론에 대한 한미 정상의 응답이 핵협의 그룹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억제 역량의 강화 확보와 동시에 한반도의 긴장을 낮추고 그것을 관리해야 하는 것도 함께 해야 하는 것이다. 억제 역량 강화는 구체화 한 것 같은데 긴장은 훨씬 높아졌다. 이것이 윤석열 정부의 숙제로 남게 됐다. 중국과 건설적인 관계는 유지하고 북한과 상시적인 대화의 통로를 열어 놓는 것 등의 방법으로 긴장을 완화하고 관리할 수 있는 체제로 빨리 가야하는데 그것에 대해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지 전혀 보이지 않는다. ▶ 일본은 디커플링, 신냉전시대에 떠오르는 국가가 됐다. 한국 정부도 한미일 공조를 위해 외교적 노력을 집중하고 있다. 정부의 외교방향은 어떤가? 진정한 우방이 되려면 국민들 마음 속에서 우러나는 신뢰 같은 것이 있어야 하는데 과거 문제를 그렇게 일방적으로 무시하면 과연 진정한 우호가 생길 것인가 하는 고민이 있다. 강제 징용 국가 청구권은 65년 소멸했지만 개인의 청구권은 소멸하지 않았다는 게 전 정부의 입장이었다. 대법원 가해기업이 피해 노동자들에 배상하라 판결했다. 국제 사회 일반적인 규범은 피해자 중심주의인데 이 세가지를 윤 대통령이 한번에 무너뜨렸다. 일본이 가장 편하지만 한국으로서는 가장 고민스러운 방법을 선택했고 국민들에게 강요하고 있다. 문희상 전 국회의장은 2+2+1안을 제안했다. 양국정부 양국기업, 국민성금으로 해결하자는 제안으로 문재인 정부는 거절했지만 일본은 이 방법을 원했다. 문 전 의장 안은 양쪽 모두 명분을 공유하자는 것이다. 윤 대통령이 문 전 의장 안을 하겠다고 했으면 일본은 받아 들였을 것이다. 민주당도 가장 난처한 입장에서 받아들였을 것이다. 문 전 의장이 민주당 사람이었으니 말이다. 한,미,일 공조강화가 필요한 것은 맞다. 그러나 그게 전부일 수는 없다. 한국이나 일본은 동아시아에 있다. 동아시아가 안정된 상태로 번영을 계속하려면 중국과의 관계가 안정되어 한다. 안정을 유지하고 번영을 추진하길 원한다면 중국과도 일정하게 좋은 관계를 가져갈 수 있도록 미국이 이해하고 도와줘야 한다. 그걸 미국사람들에게 이야기를 한다고 그 동맹이 어딜 가겠나. ▶한국이 위기로 몰린 한 축인 대북관계는 어떻게 가져가야 하나. 북한과는 신뢰가 형성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 지금 정부의 입장이고, 미국의 일부 학계의 입장도 마찬가지다. 북한과 미국 사이에 간헐적인 합의가 있었는데. 그 합의를 깬 것은 어디였는가? 미국은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고 보지 않는다. 지금까지 미국이 취해 온 정책이 경제 제제 군사적 압박을 통한 북한 고통주기였다. 압박하고 고립시키면 시킬수록 핵 능력, 미사일능력이 강화됐다. 북한은 경제적 고립에서 중국 의존 심화로 갔다. 북한의 대외무역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2000년 20%, 2007년에는 40%, 지금은 95%다. 이것이 미국에 플러스인가. 아니다. 지난 30년 정책이 실패했다고 본다면 이제는 갈아 끼워야 한다. 그럴 때가 됐다. 북한의 고립을 끝내고 끌어내는 것이 위협을 줄이는 시작일 수 있다. 바이든 행정부 취임 2년 동안 아무것도 안했다. 북한은 지난 한해동안 ICBM과 탄도미사일 62발, 단거리 포함하면 100번 이상, 3일에 한번은 미사일을 쏘았다. 한국 정부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미국만 쫓아가고 있다. 한국정부가 할 일은 미국을 설득해서 행동에 나서게 하는 것이다. 대북압박 고립화 정책을 재검토해야 한다. 한반도 평화의 최대 이해 당사자는 한국이다. 평화의 이익도 한국에 오고 평화가 깨졌을 때 손해도 한국에 온다. ▶저서 ‘대한민국 생존전략-이낙연의 구상’를 출간하셔서 22일 기념회가 예정되어 있는 것으로 아는데 책에 대해서 소개해 달라. 혼돈의 대전환기에 대한민국이 생존하기 위한 대외전략이라고 하셨다. 핵능력을 고도화 하는 북한과 함께 해야 하는 대한민국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하는 것이 하나다. 미중 갈등에서 한국 경제적으로 어려워진 상황에서 중요한 문제일수록 양자택일까지 강요하는 상황에서 한국이 살아남을 길은 무엇이냐 고민했다. 완벽한 해법을 제시했다고 장담할 수 없지만 제 나름의 경험과 고민의 결과를 담았다. 대안을 제시하더라도 현실성을 감안한 것이기 때문에 한번씩 정책 담당자들이나 정치인 관심 갖는 분들이 봐주셨으면 좋겠다. 과분하게도 국내에서 많은 화제를 불러 일으키면서 사회 정치분야 베스트 셀러 1위에 외교부 대외 정책분야가 인기를 끈다는 것도 드문 일이지만 그만큼 우리 국민들도 위기 의식을 느끼고 계신 결과 아닌가 생각한다. ▶6월 3일 미국을 떠나게 되신다. 그동안 여러 강연을 하셨고 미국 방문 연수를 시작하시고 처음 목표하셨던 것을 다 이루셨는지? 측량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어찌됐든 부족하지만 책을 한권 집필하게 된 것 보람으로 생각하고 있다. 조지워싱턴 한국학연구소 소장님이 그런 말씀을 하셨다. ‘1년 와있는 동안에 책 쓴 사람은 처음이었다. 앞으로 방문교수로 오기가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 이런 농담도 하셨다. 특별한 일이 아니면 학교도 안나가고 집에 박혀서 책보고 자료를 봤다. 워싱턴 DC 싱크탱크가 많고 금년 들어 세미나가 많았다. 코비드 때문에 웨비나로 볼 수 있어 온라인으로 참가하고, 안 그러면 도와주시는 분들에게 부탁해서 자료를 받았다. 그것을 보면서 그 자료를 국내에 계신 분들에게 전달해주고 싶다 그런 생각을 했다. 미국 생활이 처음인데 동포들께서 많은 도움을 주셨다. ▶보스톤 한인들에게 인사 말씀이 있으시다면 나눠달라. 동포 한분 한분 치열하게 사신다는 것을 워싱턴에서 확인했는데 보스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열심히 사시고 자식을 자신보다 더 낫게 가르치시고 그것만으로 인생은 승리하신 것이다. 더 얹어서 미국의 시민으로 대한민국의 국민으로 역할을 하고 계시니까 더할 나위 없이 신나는 인생을 사시는 것이다. 유학생들을 젊은 시절 유학 온다는 자체가 큰 혜택이다. 이미 그만큼의 기대가 있다. 너무 부담을 갖기 않기를 바라지만 책임의식을 갖고 각자 분야에서 더욱 크게 정진하시고 대한민국에 보탬이 되시길 바란다. ▶ 한국 귀국 후 계획은? 현재로서는 구체적인 계획은 갖고 있지 않다. 귀국 후에 국민들의 뜻도 여쭤보고 동지들과 상의를 하겠다. 국가 목표가 혼란에 빠져 있다. 그런 국가적 위기 앞에서 정치는 길을 잃고 있다. 국민들은 마음 둘 곳을 잃었다는 생각에 안타깝다. 이 지경이 된 데는 저의 책임도 있다. 그것이 늘 저를 짓누르고 있다. 어떤 방법으로든 저는 책임을 다해야 한다 생각을 한다. ⓒ 보스톤코리아(http://www.bostonkorea.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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