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2주기 기일을 보내고...
신영의 세상 스케치 885회
보스톤코리아  2023-04-13, 17:26:02 
훌쩍 2년이 지났다. 어떻게 지내고 있느냐고? 물어오는 지인들의 걱정어린 마음에 감사하고 바쁘게 잘 지내고 있노라고 답을 해주는 나를 가만히 만나본다. 말처럼 참 잘 지내고 있다. 생각해보면 바쁜 것이 약이 되었는지도 모른다. 참으로 바쁘게 보냈다. 이처럼 바쁘지 않았더라면 그 시간을 어떻게 보냈을까. 깜깜하다. 하나님의 인도하심 따라 무작정 기도하며 지냈다. 이것이 내게 허락하신 최선의 방법이신가 싶었다. 내게서 제일 소중한 것을 거둬가셨으니 앞으로의 내 삶도 당신께 맡겨드린다고 말이다.

뉴욕에서 신학대학원 공부와 전도사 사역 그리고 상담 사역을 하며 몸과 마음은 매우 바빴지만, 기뻤으며 보람도 되었고 감사와 은혜의 시간이 되었다. 그래서 남편을 떠난 보낸 2년이 내게는 또 하나의 큰 충격의 시간이었지만, 잘 감당하며 보낼 수 있었다. 다만, 세 아이를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고 아려왔다. 다들 자신의 일자리에서 자리매김하며 살아주니 고맙고 지켜주시는 하나님의 손길에 그저 감사함으로 있었다. 지금도 아니 오늘의 내일도 마찬가지다.

지난가을부터 매주 토요일 아침 FM 87.7 레디오 방송 <신 영 전도사의 하늘스케치>를 시작했다. 하나님 말씀을 묵상 가운데 메모했다가 함께 나누는 시간을 택했다. 남자 목사님들이 설교하시는 사이에 여자 전도사가 끼어 하는 방송이라 마음의 부담이 있었다. 그러나 하나님께 기도하며 묵묵히 해가고 있다. 가끔 청취자 목사님들이나 청취자분들을 만나게 되면 잘 듣고 계시다는 말씀에 용기를 얻고 또 기도하고 있다. ‘모든 것은 하나님이 하신다’라는 것을 기억하며 매일 매순간 겸손한 마음을 달라고 기도한다.

이번 학기부터 <상담학 박사과정>을 시작했다. 상담학 공부가 조금은 버겁기는 하지만, 재미도 있었다. 그동안의 삶 가운데서 많은 시댁 가족들과 또 다른 관계들 속에서 버겁다고 느꼈던 시간들이 헛되지 않았음을 또 깨달았다. 아, 모든 것들이 내게 필요한 시간이었음을 고백하게 되었다. 누군가 또 나와 같은 입장에 처한 이들이 있다면 위로할 수 있어 감사하다. 하나님이 사역자의 길을 열어가시니 참으로 은혜의 시간이다. 앞으로 나를 어떻게 써 가실까 궁금해지기까지 하다.

남편의 2주기 기일을 보내며 참으로 고마운 사람이라고 묘지를 찾아 말해주었다. 참으로 내게 편안한 친구 같은 사람이었다. 세 아이에게도 늘 친구처럼 재미있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던 좋은 아빠였다. 생각하면 ‘그리움’이 파도처럼 넘실거린다. 그래서 매일 매일의 삶이 바쁜 것이 내게 약이 되었음을 감사하게 생각한다. 그렇지 않았더라면 남편을 떠나보낸 자리를 어떻게 보낼 수 있었을까. 이런저런 생각들이 2년 동안의 시간을 넘나들며 그저 감사하다고 고백할 수 있어 나는 또 행복한 사람이다.

엊그제 2주기를 보내며 고맙다는 인사를 해주었다. 그리고 혹여 남편을 떠나보내고 혼자 있던 나의 자리에서 이런저런 서운함이 들었던 이들이 있었다면, 이제는 모두 용서하리라고 기도를했다. 남편에게도 이야기를 해주었다. 나의 마음속에 남은 앙금들일랑 오늘로써 모두 씻어버리겠노라고 말이다. 나의 마음이 나의 영혼이 많이 자유로워졌다. 이제는 더욱이 제대로 잘 살 수 있을 것 같다. 남편에게도 하늘나라에서 열심히 사는 나를 응원해 달라고 지금은 전도사로, 앞으로는 목사로 사역자의 길에 설 때 나를 위해 기도해달라고 말이다.

이제 생각하니 ‘내 것’이라는 것이 ‘내 것’이 아님을 깨닫는다. 내가 누리는 기쁨과 행복이 다른 이와 함께 나눌 때 우리 모두의 기쁨과 행복이 되듯이, 내 슬픔과 아픔과 고통도 나 혼자만 끌어안고 있지 않고 다른 이와 나눌 때 슬픔과 아픔과 고통도 희석되어 옅어지는 것이다. 참으로 귀한 것을 깨달아 간다. 이제는 더욱이 그렇게 살고 싶다. 내 기쁨과 행복이 우리 모두의 기쁨과 행복이길, 내 슬픔과 아픔과 고통이 또한 우리 모두의 나눔이길 소망하며 기도한다. 샬롬!!^^


시인 신영은 월간[문학21]로 등단, 한국[전통문화/전통춤]알림이 역할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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