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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1년, 문명태후(태종무열왕 김춘추의 부인)가 사망한 후, 곧 이어서 그들의 장남인 문무왕 또한 병이 악화되어 사경을 헤메고 있었다. 이에 자의왕후는 왕성의 보호와 정국의 안정을 위하여 북원경에서 주둔하고 있던 제부弟夫 김오기427) 를 왕경으로 불러 호성장군護城將軍을 맡겼다. 위급한 상황을 감지한 자의왕후는 결국 자신의 인척에 의지하면서 혼란스러운 상황을 극복하기로 한 것이었다.

북원경은 현재의 원주인데, 삼국이 통일된 후 신문왕이 685년에 전국의 지방 행정 구역을 9주5소경 체계로 재조직하기 전에 이미 5소경 중 진흥왕이 설치한 국원소경과 문무왕이 설치한 금관소경과 북원소경이 있었다.

9주는 옛 고구려 영토에 한주漢州(경기도 광주), 삭주朔州(강원도 춘천), 명주溟州(강원도 강릉)를, 옛 백제 영토에는 웅주熊州(충청남도 공주), 전주全州(전라북도 전주), 무주武州(광주광역시)를, 그리고 신라 영토에는 상주尙州(경상북도 상주), 강주康州(경상남도 진주), 양주良州(경상남도 양산)를 두었다.

5소경五小京은, 말 그대로 5개의 작은 수도로서, 서라벌의 기능을 분담하기 위해 전국의 대도시에 설치한 행정 구역이다. 서라벌이 동남부에 치우쳐있기에 그 지역적 편중을 보완하기 위하여 옛 금관가야국에 하나, 고구려와 백제 영토에 각각 둘씩 두었다. 국원소경(중원경中原京, 충주)은 옛 고구려 국원성에 진흥왕이 설치하였다. 금관소경(금관경金官京, 김해)은 옛 금관가야 영토에 문무왕이 설치하였다. 북원소경(북원경北原京, 원주)은 옛 고구려 평원군에 문무왕이 설치하였다. 남원소경(남원경南原京, 남원)은 옛 백제의 고룡군에 신문왕이 설치하였다. 서원소경(서원경西原京, 청주)은 옛 백제의 상당현에 신문왕이 설치하였다. 위 5소경에는 중앙 귀족들을 정착시켜서 중앙정부의 정책을 정복지에 확산시켜 안정을 도모하고, 동시에 지방 토착 세력을 견제하기 위한 행정 구역이었다.

681년, 당시 김오기는 북원경에 있었다. 문명태후가 죽고 문무왕이 병석에 눕자, 이모인 문명태후를 믿고 악행을 저질렀던 김흠돌은 위태로운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인지하였고, 그는 심지어 차기 왕이 될 정명태자의 장인이기도 하였지만, 정명이 자신의 바람막이가 될 수 없음을 알았기에 인명전군(문무왕 후궁 야명의 아들이며, 야명은 자의왕후의 동생이다)을 앞세워 역모를 꾸미고 있었다. 이 낌새를 감지한 자의왕후는 북원경에 있던 김오기를 불러 호성장군의 임무를 주었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생겼다. 당시 호성장군은 진공眞功이었는데 상대등의 결제가 없었다는 이유로 그 자리를 인계하지 않았다. 김흠돌에 앞서 26세 풍월주를 역임한 진공은 당시 왕성을 지키는 호성장군이었지만, 흠돌과 함께 역모의 주모자로 정명태자로 이어질 왕위를 인명전군에게로 이을 계략을 꾸미고 있었다(화랑세기에는 흠돌이 스스로 왕이 되려고 했다고 기록되어 있다). 화랑세기에 보면, 진공이 김오기에게 말하기를 “주상主上이 병으로 누웠고 상대등이 문서를 내리지 않았는데 어찌 중요한 직職을 가벼이 넘겨주겠는가?” 라고 기록되어 있다. 당시 상대등은 23세 풍월주를 역임한 김군관이었는데 그는 직접적으로 ‘흠돌의 난’에 가담하지는 않았지만, 그 반란을 인지하고도 보고하지 않았다는 죄목으로 아들(아마도 30세 풍월주 김천관)과 함께 처형되었다.

681년7월1일(양력 7월21일) 문무왕이 사망하였다.428) 그러자 정권을 잡고있던 김흠돌 일파는 왕의 죽음을 비밀에 부치고 경외京外에 주둔하고 있던 군사들을 입성시켜서 상대등 김군관의 집과 인명전군이 거처하고 있던 야명궁을 에워싼 뒤 반란을 일으켰다.

427) 김오기金吳起는 화랑세기를 편찬한 김대문의 부친이다. 김대문에 의하면 그가 엮은 화랑세기의 자료 대부분을 김오기가 수집하여 아들에게 남겨 주었다. 김오기의 부인은 운명인데, 운명의 언니 자의가 문무왕의 왕비가 되었고, 동생 야명은 문무왕의 후궁이 되었으며, 남동생 순원은 성덕왕과 효성왕의 장인이 되었다(화랑세기의 기록). 삼국유사에 의하면 작진(후백제를 세운 견훤의 조부)이라는 남동생이 또 있어야 되는데, 작진과 견훤의 출생연도가 최소한 224년의 차이가 나기에 불가능하다.

428) 문무왕은 56세의 나이로 681년7월1일 사망했다. 유조遺詔(유언, 삼국사기 권7 문무왕조에 원문이 실려있다)에 따라 시신을 화장하여 경주 감은사 동쪽 바다 대왕암大王岩 위에 안장하였다. 문무왕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수중왕릉에 잠든 왕이다. 사후 백성들에게는 왕이 용이 되어 나라를 지킨다는 전설이 퍼지게 되었고, 백성들은 그를 호국신으로 오랫동안 숭배하였다.

참고문헌: 삼국사기, 삼국유사, 화랑세기 – 신라인 그들의 이야기(김대문 저, 이종욱 역주해, 소나무), 화랑세기 – 또 하나의 신라(김태식, 김영사), 한국사데이터베이스(db.history.go.kr)

박선우 (박선우태권도장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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