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담객설閑談客說: 구형예찬 球形禮讚 |
보스톤코리아 2022-12-19, 11:33:10 |
월드컵 시즌이었다. 한국 축구가 16강에 진출했더랬다. 극적인 역전승이었다. 누군 기적이라 했다. 그러나 이건 기적이 아니다. 난 투자의 댓가라 본다. 한반도는 열광이었다고 한다. 생중계를 놓친 나역시 재방송을 다시 볼적에 흥분할 수밖엔 없었다. 이긴걸 알고 봤다만 흥분은 좀체 가라앉지 않았던 거다. 한국인이라면 남녀노소가 따로 없었을 것이다. 몇해전 읽었던 수필이 떠올랐다. 제목은 구형예찬球形禮讚. 박완서 작가의 글인데, 2002년 월드컵을 보며 가슴뛰던 일화를 적었다. 당시 한국팀은 4강까지 올랐더랬다. 밑줄 친 몇구절을 옮겨 적는다. ‘ 도대체 월드컵이 있기 전까지는 무슨 재미로 살았나 싶게 하루하루 가슴이 울렁거리고 살맛이 났다.’ ‘그런데 어떻게 된게 결과를 알고 보아도 재미가 있었다…. 골문은 넓은 것 같지만 공이 뚫고 들어가 그물을 흔들게 할 수있는 허점은 공의 크기만큼 밖에 열려 있지 않다.’ 손흥민 선수의 패스가 그러했다. 포르투칼과의 예선 마지막 경기 중이었다. 7명의 상대방 수비선수들 사이로 딱 공만한 헛점을 뚫었기 때문이다. 패스는 절묘했고, 곧 골로 연결되었던 거다. 역전이며 승리점이 되었다. 지고 있을 적엔 상대방의 골문은 좁게 보이고 시간은 급하게 흘러간다. 이기고 있을 적엔 말이 전혀 반대다. 시간은 아주 천천히 그리고 느리게 간다. 남은 몇분分이 이닥 길기도 한가. 쫓기는 초조함이야 오죽하랴. 손에 땀이 배는 건 당연하고, 입안이 탄다는 말을 실감한다. 이겨야 재미가 더하다. 지는 경기를 봐야 한다면 위궤양이 도진다. 눈이 침침해 지고, 두통까지 몰려 오는거다. 한국팀은 브라질전에서 무너졌다. 그러나 한국팀은 여전히 강하고 벌써 다음 월드컵이야기가 나온다. 이젠 경기를 보며 두통이 생기는 건 덜하다. 자주 이기기 때문이고, 설사 진다해도 다음엔 이길 수있을 거란 희망 때문이다. 포기란 없다는 말이고 한국 축구가 달라졌기 때문일 수도 있다. 헛발질도 없고 뻥 축구도 없다. 체력과 뒷심이 달린다는 것도 이젠 옛날 말이다. 역전승 아니면 후반 초과시간에 넣은 골들 때문이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뛰었다는 엄연한 증좌인게다. 이근배 시인이다. ‘알고 보면 나는 공(球)에서 나서 공(空)으로 돌아가기로 되어 있는데" ('날개가 없어도 공은 난다' 중). 둥근 것이 아름답다. 이길 적엔 둥근 것은 더욱 밝은 빛을 낸다. 그 머리의 공같이 둥근 곳으로 (열왕기상 7:20) 김화옥 보스톤코리아 칼럼니스트 ⓒ 보스톤코리아(http://www.bostonkorea.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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