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담객설閑談客說: 안쓰는 물건
보스톤코리아  2022-11-07, 11:46:10 
벼룩시장이라 한다. 새물건은 아닐텐데, 중고품을 사고 판다. 새물건을 바자회나 벼룩시장에서 찾는다면 연목구어緣木求魚라 해야겠다. 엉뚱한 곳에서 헤매며 찾는 다는  말이다. 돌아오는 있는 대답이야 뻔하다.  “딴데가서 알아 보시라.’ 백화점에 가보시라.

받은 카톡에서 한줄이다. ‘바자회를 한다며 집에서 안쓰는 물건을 가지고 나오라 했더니, 전부 남편을 끌고 나왔다 합니다. 요즈음 안 쓴다고요.’  덩달아 언젠가 한국신문에서 읽었던 한구절이다. 보쌈하듯 데려왔건만 이젠 오히려 팔 걱정이다.

남편을 팝니다. 사정상 급매 합니다. 십여년전 모모 예식장에서 구입했습니다. 한때 아끼던 물건이었으나 유지비도 많이 들고 작동불량이 와 급히 팔기로 했습니다. 구입 당시 최상 상품인가 착각해서 구입했습니다. 마음이 바다 같은 줄 알았는데 잔소리가 심해서 사용시 만족감이 떨어집니다. 음식물 소비는 동급에 비해 두배입니다. 다행히 외관은 아직 쓸 만합니다. 애프터 서비스는 안 되고, 변심에 의한 반품 또한 절대 안됩니다. 덤으로 시어머니도 드립니다. 可呵

어디 남편뿐이랴. 요즈음 안쓰는 잡동사니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있다. 그중 하나가 식탁덮개, 아니 밥상덮개이다. 출타한 엄마나 아내가 점심을 준비했을 터. 밥상이나 식탁 음식 위에 덮어 놓은데 사용한다. 돌아온 남편이나 아이들은 덮개를 벗기고 식사하는 거다. 요새야 전자렌지가 있을테니 큰 걱정도 없을게다. 한편 밥상위엔 간단한 메모도 같이 할 수있겠다. 그러나 혼자 받는 밥상은 맛이 덜하다. 

식탁보 대신 보자기를 덮어 놓을 수도 있었다. 하긴 보자기 역시 소용이 덜하다. 예외가 있는데, 한국에선 판사님들이 애용한다고 했다. 읽던 서류뭉치를 보자기에 싸서 퇴근한단다. 퇴근후 집에서도 읽어야 하기 때문일게다. 보따리는 상당히 클 법도 하고 무겁기도 할텐데. 이어령교수의 표현에 따른다. 보자기는 가방에 비해 , flexible하다던가. 싸는 내용물에 따라 크기와 모양이 달라지는 거다. 

보자기와 보따리. 같을 수도 다를 수도 있겠다. 그런데 보자기 보단 보따리는 덜 유쾌하다. 보따리는 보퉁이라 할수도 있겠는데 작은 짐을 싸는데 필요한게다. 소쩍새 우는 바위고개 넘는 보퉁이를 머리에 인 아낙 모습이 힘겹고 처량하기도 싶다. 

우리집에도 지하실엔 안쓰는 물건이 차고도 넘친다. 서너해 마다 정리를 하긴 한다. 그러나 어느틈엔가 다시 쌓인다. 게으른 탓도 있다만, 난 좀체로 버리지 못하는 성격이다. 버릴것은 버려야 하는데, 버릴 수없는게 문제인 게다. 보자기에 싸서 버려야 할까?

안쓰는 물건인 남편도 팔릴때 까진 관리유지가 필요하다.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마태 11:28)


김화옥 
보스톤코리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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