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빙하 녹은 자리에 수천년 전 생활상…가죽신발·벨트도 |
3천500년 전 가죽 신발·2천500년 전 나무 조각상 잇따라 발견 너무 빨리 녹아 유물 훼손 우려도, 하루 5㎝씩 경계선이 줄어 |
보스톤코리아 2022-11-02, 13:49:26 |
(서울=연합뉴스) 유한주 기자 = 유럽에서 기후 변화로 빙하가 녹아내리면서 그 속에 묻혀 있던 유물도 속속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스위스의 고고학자 로메인 안덴마텐은 9월 스위스 발레(Valais)주의 포클(Forcle) 빙하에서 벨트로 추정되는 가죽끈과 길을 표시하는 용도로 사용된 것으로 보이는 나무 막대를 발견했다. 가죽끈의 경우 아직 방사성 탄소 연대측정을 거치지 않아 얼마나 오래된 것인지 확인할 수 없지만, 나무 막대는 다른 나무와 비교한 결과 로마 시대에 가공된 것으로 보인다고 안덴마텐은 설명했다. 안덴마텐은 그 외에도 최근 몇 년간 포클 빙하에서 2천500년 된 나무 조각상, 16세기 용병의 것으로 추정되는 권총과 옷, 3천500년 된 가죽 신발 등 다양한 유물을 발견했다. 지구 온난화로 빙하 밑에 숨겨져 있던 오래 전 유물이 속속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과학자들은 지난해에도 이탈리아의 스콜루초 산에서 1차 세계대전 당시 오스트리아 군인들의 피난처로 사용된 벙커를 발견했다. 스콜루초 산 해발 3천m에 위치한 이 벙커는 지금까지 얼음으로 뒤덮여 있다가 최근 빙하가 녹으면서 그 모습을 드러냈다. 과학자들은 이 벙커에서 온전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탄약, 책, 담배 파이프, 캔 등 다양한 유물을 발견했다. 스콜루초 산에서 발견된 또 다른 벙커에서는 100여 년 된 씨앗이 발견됐는데, 잘 보존된 덕에 과학자들은 이를 땅에 심어 꽃을 피워내기도 했다. WP는 최근 탄소 배출 등으로 빙하가 더 빨리, 더 많이 녹으면서 빙하가 '고고학 유적지'가 됐다고 전했다. 더 많은 얼음이 녹을수록 깊은 곳에 감춰졌던 유물을 많이 발견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빙하가 지나치게 빠른 속도로 녹으면서 얼음 밖으로 노출돼 훼손되는 유물이 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 올해 스위스 빙하감시센터, 브뤼셀 자유대학교 등의 분석 자료에 따르면 스위스 알프스에서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모테라치 빙하'는 하루 5㎝씩 경계선이 줄어들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이 계속된다면 2100년 알프스의 빙하 80%가 사라질 거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 보스톤코리아(http://www.bostonkorea.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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